방금 개기월식이 11년만에 일어난다는 기사를 보았다 (http://media.daum.net/digital/view.html?cateid=100020&newsid=20111209215205838&p=chosun).

무슨 기준으로 11년만인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었던 마지막 개기월식은 2011년 6월에 있었고, 그 이전에는 2004년 5월 5일 어린이날 새벽에 있었다.

2004년 개기월식에서는 달이 지는 동안 가려지기 시작하여 달이 지평선 근처일때쯤 개기월식 상태가 시작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서 나오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달이 완전히 가려진 모습을 분명히 볼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았고 사진을 찍었다.

2004년 5월 5일 새벽에 서쪽하늘에서 본 달의 궤적.


위 사진은 2004년 5월 5일 새벽에 서울에서 서쪽하늘을 보고 찍은 사진으로 1시간 30분동안의 달의 궤적을 담은 것이다. 밝고 아래쪽으로 뾰족한 궤적이 바로 달의 궤적이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들어가 가려지면서 점점 어두워지는 모습이 궤적으로는 점점 얇아지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날은 날씨는 맑았으나 황사가 있어서 사진이 대체로 노란 색을 띄고 있다.


한국 천문연구원에서는 "월식 현상은 매년 1~2회 가량 일어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이번처럼 우리나라에서 개기월식의 전 과정을 볼 수 있는 것은 2000년 7월 16일 이후 처음이며, 앞으로 2018년 1월 31일에 볼 수 있다."라고 보도자료를 내었고, 2004년5월과 2011년 6월에 있었던 개기월식은 개기월식 중 가려지는 과정만 볼 수 있었으므로 이 보도자료는 정확하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개기일식 하루 전인 9일 오후 11시 27분 현재 "10일 밤,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완전히 들어가 빛을 잃는 개기월식(皆旣月蝕) 현상이 일어난다. 지난 2000년 7월16일 이후 11년 만이다." 라고 중요한 단어를 빠뜨린 채 보도하여 잘못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잘못된 기사는 빨리 정정보도를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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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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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GMT가 들어설 곳은 아니지만 칠레에 있는 또 다른 유명한 천문대인 CTIO에 관측을 갔다가, 사진을 몇 장 찍어 보았다.

게으른 탓에 8개월이 지나서야 칠레가서 찍어온
사진을 블로그에 올린다.


지난 3월 칠레 CTIO 천문대 관측에서는 불안정한 날씨 상황으로 인하여 두 명의 관측자 중 한 명이 밖에 계속 들락거리면서 날씨를 체크해야 했다. 이 과정은 관측실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던 관측자에겐 매우 고역인데, 밖에 나가서 별을 보고 바람을 쐬는 것은 좋지만 밝은 모니터를 보고 있던 눈이 밖에서 어두운 하늘을 확인하고 구름이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한참 멍하니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가지고 간 카메라에 필름을 물려 사진을 찍으러 다닐 시간 정도는 확보가 되긴 했다.


은하수 아래의 망원경들 : 망원경들이 있는 돔 건물들이 모두 시커먼 반면 은하수만 밝다. 당시에 은하수가 얼마나 밝았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Pentax MX, Vivitar 24mm F2.8, F4 5분, E200 +3)

내가 쓴 망원경이 있는 돔과 은하수 중심부근(Pentax MX, SMC 50mm F1.4, F2 60초, E200 +3)

CTIO 4m 망원경 건물 (제일 큰 건물)과 대마젤란 은하(제일 밝은 부분)의 일주 (Pentax MX, Vivitar 24mm F2.8, F4 1.5시간, E200 +3)

 


밝은 모니터를 보면서 관측하다가 어두운 밖으로 나와서 카메라를 찾아서 노출을 끄고, 또 새로운 구도를 잡아서 노출을 주고 하다보니 수평이 맞지 않은 사진이 많이 있다. 특히 24mm 광각은 어두워서 지평선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현상을 하고 보니 기울어진게 많아서, 두 번째 사진의 경우 포토샵으로 기울기를 도로 보정했다.

사실 천문대 부지가 그렇게 넓은게 아니라서, 가지고 간 렌즈로는 구도를 잡기가 다소 애매하긴 했다. 50mm로 찍을만한 곳이었으면 더 좋은 사진들이 나왔을텐데, 24mm로도 억지로 찍어야 할 정도로 화각이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필름의 감도로는 저 별들을 다 담기가 미처 어려웠다는 것이다. 좋은 DSLR이 있었으면 더 좋은 사진을 가져왔을텐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 관측날에는, 다음 관측자들이 올라와서 창고에 있는 망원경을 하나 꺼애서 이것저것 보고 있었다. 남반구 하늘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눈동냥으로 몇몇 천체들을 보여줄 것을 부탁했고, 그들은 흔쾌히 나에게 오메가 센타우리 성단과 에타 카리나 성운을 보여주었다. 나는 한국에서 북반구의 M13같은 구상성단을 많이 보았지만, 오메가센타우리가 시야 가득히 별을 메우는 것을 잊을 수가 없다.

습도의 변화가 너무 심해 관측자들이 관측 내내 긴장을 풀 수 없었던 날씨에서도, 맨눈으로 본 하늘의 은하수는 지금껏 봤던 어떤 은하수보다 밝았다.

한국의 은하수는 아무리 어두운 곳에서 봐도 '저기 왜 구름이 안 움직이지' 정도로 생각이 든다면, 칠레의 은하수는 정말 밝고 은하수 이외에 보이지가 않는다. 

사진으로도, 감도가 좋은 필름에 이걸 8배 밝게 현상했음에도, 1분동안이나 찍은 마지막 사진의 은하수보다도 당시 칠레에서 맨눈으로 본 은하수가 더 밝았다. 한국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현상이다. 


우리에게 와인으로 더 유명한 칠레는 사실 전세계 망원경이 모이는 두 곳 중 한 곳이다. 칠레는 남반구에서 맑은 날씨가 많고 대기가 안정적인 곳으로, 전 세계의 천문기관들이 칠레에 망원경을 세운다. 그리고 전 세계의 천문학자들이 이 곳에 관측을 하러 온다.

한국이 참여하기로 한 초대형 망원경인 구경 25.4m의 GMT (현재 한국의 최대 구경 망원경은 보현산천문대의 1.8m 망원경) 역시 칠레에 자리잡게 된다.

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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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천체망원경보다는 카메라에서 쉽게 눈에 띄는 수차가 비넷팅(vignetting)이다. 이 수차는 똑같은 밝기의 물체를 찍어도 시야의 중심부보다 주변부에서 더 어둡게 나오는 현상이다.

카메라의 크기는 정해져있는데 비하여 시야를 넓히려다보니, 아무래도 비넷팅은 망원렌즈보다는 광각렌즈에서 그 정도가 심하다. 135의 표준렌즈중 하나인 펜탁스 SMC 50mm F1.4의 경우 F4 혹은 F5.6에서 비넷팅이 거의 보이지 않는데 비하여, 저가형 광각렌즈에서는 F8이나 되어야 비넷팅이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심한 비넷팅을 보인다.

광각렌즈에서의 비넷팅 : Vivitar 24mm F2.8 렌즈로, F4 혹은 F5.6으로 기억한다. 상단 모서리가 어둡게 나온 것이 쉽게 눈에 띈다.

 

물론 천체사진을 일반 카메라로 찍는 경우도 있으므로, 비넷팅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또한 망원경의 구조가 워낙 단순하므로, 자신의 천체망원경이 비넷팅을 피해 설계되었는지 알아볼 필요도 있다. 특히 지나치게 심한 배플처리나 (baffle : 망원경에서 시야 주변부의 잡광을 줄이기 위하여 설치한 차단막) 혹은 반사망원경에서는 경통이 주경의 구경에 비하여 너무 작거나 사경이 너무 작은 경우 이로 인하여 비넷팅이 발생할 수 있다. 


잘못된 광로설계로 인한 천체망원경에서의 비넷팅


위 그림은 비넷팅의 예시를 삼아 굴절망원경의 단면도를 그려 보았다. 흔히 비넷팅이 나타날 수 있는 요소는 경통 벽에 있는 배플과 초점조절나사통 등이 있고, 위 그림처럼 경통이 좁아지는 부분의 벽면에서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어지간히 대충 만든 경우가 아니면 망원경에서 비넷팅이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 사실 나는 초점조절나사통에서 비넷팅이 발생하여 통을 짧게 잘라버린 적이 있다.

굴절-반사식이나 카세그레인식 반사의 경우 배플이 초점조절나사통에 숨어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또한 뉴턴식은 배플을 설치하기 힘든 구조라 대개는 배플이 없지만, 경통 벽면에 나 있는 초점조절나사통이 안쪽으로 튀어나와 시야를 일부 가리는 경우가 꽤나 많이 있다. 게다가 사경을 너무 작게 만들면 비넷팅이 발생할 수 있다.

뉴턴식 반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원인으로 인한 비넷팅


비넷팅은 Tangent 함수만 사용해서 계산할 줄 알면 망원경의 치수를 잘 재서 비넷팅이 여부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다만 별을 볼 때의 초점 상태로 경통을 고정하고 나서 여기저기 치수를 재고, 또 경통을 열어서 경통 내부에서의 치수를 잘 재는 것이 약간 번거로운 과정일 뿐이다. 또한 자신의 망원경이 시야 몇 도까지 비넷팅이 없는지를 파악해 두면 저배율 접안렌즈를 선택할 때 이를 고려하여 결정할 수 있다.

비넷팅은 어렵지 않게 발생 여부를 알 수 있으므로, 자기 스스로 경통을 열 수 있는 사람이면 날씨가 흐린 날 경통을 열어서 비넷팅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도 일종의 장비관리라고 할 수 있겠다.
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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