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쓴 글에서 나는 점심시간 직후의 투표율이 지난 무상급식 투표에 비하여 갑자기 껑충 뛰었음을 보였다. (참고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율 분석)

  일각에서는 이번 투표의 승패를 가른 것이 직장인들의 몰표라고 지적하였지만, 나는 어제의 글을 바탕으로 다른 결론을 내린다. 나의 결론은, 그 정체를 알기는 어렵지만 '점심먹고 오후에 투표장을 향한 어떤 집단'이 승패의 열쇠를 쥐었다는 것이다.

  아래 표는 이전 글에서도 보였던 표로, 지난 무상급식 투표와 시간대별 투표율을 비교한 표이다. 가장 오른쪽 칸이 10.26 서울시장 선거의 시간대별 투표율을 지난 무상급식 투표율로 나눈 값이다. 무상급식 투표는 얼마 전에 있었던 (=비슷한 정치상황에 놓였던) 투표이며, 투표자들이 거의 여당지지자들일 것이라는 추정을 받아들이기에 어려움이 없는 투표였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의 투표율과 직접 비교하여 지지층 분석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다른 집단에 비하여 직장인의 투표참여가 더 눈에 띈 것이 아니었다
   이전 글에서 말한바와 같이, 마지막시간대에는 직장인의 투표장 행렬이 이어졌지만 오전에는 오히려 기대이하였다. 최종 투표율의 비가 48.6/25.8=1.88 정도이므로, 오전시간에는 오히려 이번 선거의 평균적인 투표율 증가보다 적었다. 나는 이전 글에서 밝힌대로 오전 직장인들이 날씨탓으로 기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른아침 출근길 투표가 어려웠던 직장인들이 대신 퇴근길에 몰린 것으로 생각한다.

갑자기 증가한 오후의 투표율이 승패를 갈랐다
  YTN에 의하면, 점심시간까지 나경원 후보가 출구조사에서 앞서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점심시간 이후로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했고, 오후 늦게 들어서는 동률에 근접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출구조사결과만 단편적으로 보았을 때 마지막에 투표장에 몰린 직장인들에 의해 당락이 결정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점심시간 이후로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박원순 시장의 지지자들이 점심먹고부터 투표장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위 표에서 잘 나타난다. 오전 투표율은 무상급식 투표에
비하여 1.7-1.8배 높았는데, 점심시간 직후 오후 1시-2시구간부터 갑자기 2배, 2.1배로 급증하여 이 수치를 계속 유지한다. 이는 점심시간 이후 투표장을 찾는 어떤 집단이 승패의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지난 포스팅에서 (이 글 맨 윗 링크) 이 집단이 서울시내 전체의 65만 정도가 아니겠느냐는 추정을 했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48.6%이므로 이를 적용하면 약 30만이 된다. 또, 평균 1.8배의 투표율 증가에 비하여 2.0, 2.1배 증가하였으니 초과 증가한 값을 계산하면 약 26만이 된다. 선관위의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시장의 득표차는 약 29만표 정도로, 이 값과 매우 일치한다. 이는 점심시간 직후부터 투표장을 찾은 '이들'이 없었으면 선거는 박빙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들'이 승패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이 누구인가에 대한 추정은 쉽지 않다. 하지만 단서는 있다. 이들은 무상급식때에는 투표장을 찾지 않았다. 점심먹고 집에서 나와서 오후시간 내내 꾸준히 투표장을 찾았으므로 직장인은 아니다. 어쩌면, 중도 성향의 젊은 주부들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학교 근처로 주소를 이전한 대학생들일 수도 있겠다.



  분명한건, 직장인들이 대체로 박원순 시장을 지지했다고 하더라도 정작 승패의 열쇠는 그들만이 쥐고 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 결정적인 역할을 점심시간 직후부터 투표장을 찾은 '이들'이 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나경원에게 결정타를 날린 '이들'이 어떤 집단인지, 왜 박원순 시장을 지지했는지를 밝혀 그 뜻을 따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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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율 분석  (0) 2011.10.26
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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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관리위원회의 홈페이지에는 시간대별 투표자 수가 나타나 있다. 이를 액셀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일반인들도 간단히 선거현황을 분석해볼 수 있다. 특히 이번에는 불과 몇 달 전 무상급식문제로 투표가 있었고, 이 때의 투표자들의 성향이 대부분 여당 지지자들로 추정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는 현재의 투표와 비교, 분석하는데 아주 좋은 비교대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래 표는 선관위의 시간별 투표율을 이용하여 지난 무상급식 투표율과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율을 비교한 것이다. 왼쪽부터 투표율 발표시간, 누적투표율, 시간대별 투표율, 그리고 두 투표의 시간대별 투표율의 비율을 나타낸다. 

1. 오전 6시-7시의 낮은 투표율은 오후 7시-8시 구간의 높은 막판 투표율 증가로 나타났다. 원래 재보선에서는 저녁시간대의 오후7시-8시 구간이 직장인의 퇴근길 투표율이 집중되어 오후시간대보다 높게 나타난다. 이는 무상급식 투표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그 정도가 훨씬 강했는데, 나는 그것이 날씨의 영향이라고 결론짓고 싶다. 
  아래 표에서 파란색으로 표시한 오전 6-7시 투표율과 오후 19-20시 투표율의 비율을 보자. 오전 6-7시의 투표율의 비율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무상급식 투표보다 1.3배 투표율이 높았다. 이는 오전7시-오후1시의 평균 1.7배, 오후 1시-오후6시 평균의 2.1배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이번 선거에서 오전 6-7시에 투표자들이 투표를 상대적으로 적게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요 며칠새 급격히 떨어진 기온 탓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데, 차가워진 기온에 아침잠이 많아진 직장인들이 오전투표 보다는 퇴근 후 오후투표를 선택하였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오전 6-7시의 비율을 1.7 정도로 맞추려면 6만명 정도가 더 필요한데, 이 수를 오후 7시-오후8시 구간에서 빼면 2.6에서 2.3으로 낮아지므로 이러한 추정이 가능함을 예상해볼 수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투표의지가 있는 직장인들은 오전시간을 놓치더라도 퇴근길에 투표장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2. 투표율을 올린 65만은 어떤 사람들인가?
  위 표에서 붉은 색 박스로 친 부분은 오후1시-오후6시 구간의 투표율이다. 이 시간대의 시간대별 투표율은 무상급식때보다 2배이상 높았다. 반면 오전7시- 오후1시 구간의 경우 시간대별 투표율이 무상급직때보다 평균 1.7배정도 높았다. 오후시간 내내 1.7배 정도의 비율을 유지하지 않고 점심시간 직후 갑자기 0.4배정도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만일 오후시간부터에도 1.7배 정도의 비율을 유지했다면 몇 명이 투표했을지를 계산해 보았을 때, 이 0.4배의 비율에 해당하는 인구는 전체 투표인원 중 26만명 정도 된다. 만일 투표율을 감안하면 53.5만명 정도이며, 시간대별로 나이, 직업군에 따라 투표율이 다른 점을 고려하면 이 0.4배의 지율을 올린 계층은 서울시내 전체 유권자 중에서 50만-55만 정도로 추정해볼 수 있다. 만일 오후7시-오후8시에도 오전 6만명을 제외하고1.7배-1.9배정도였을 경우에는 50-55만이 아니라 60-70만이 된다. 이들을 제외하면 투표율은 40%를 밑돌게 된다. 
  이 집단의 정체를 추정해볼 몇 가지 단서는 있다. 첫째, 이들은 여당지지층이 아니다. 둘째, 이들은 점심시간 이후에 투표장을 찾는다. 셋째, 이들은 직장인이 아니다. 
  평균잡아 이들을 65만이라고 한다면, 그리고 만일 이 65만명이 인원이 과거의 재보선에 비하여 투표율을 눈에 띄게 올린 계층이 맞다고 한다면, 이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집단의 정체를 밝히면 그 특성을 차후 투표관리 및 선거전략을 세우는데 있어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p.s 이 보궐선거가 끝난지 오래 지났음에도 이 글을 검색어로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추가 분석이 서울시장의 당락을 가른 것은 직장인이 아니었다 [10.26 재보선](http://carrotday.tistory.com/92) 글에도 있으니 관심 가시면 읽어 보세요.

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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