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개기월식이 11년만에 일어난다는 기사를 보았다 (http://media.daum.net/digital/view.html?cateid=100020&newsid=20111209215205838&p=chosun).

무슨 기준으로 11년만인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었던 마지막 개기월식은 2011년 6월에 있었고, 그 이전에는 2004년 5월 5일 어린이날 새벽에 있었다.

2004년 개기월식에서는 달이 지는 동안 가려지기 시작하여 달이 지평선 근처일때쯤 개기월식 상태가 시작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서 나오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달이 완전히 가려진 모습을 분명히 볼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았고 사진을 찍었다.

2004년 5월 5일 새벽에 서쪽하늘에서 본 달의 궤적.


위 사진은 2004년 5월 5일 새벽에 서울에서 서쪽하늘을 보고 찍은 사진으로 1시간 30분동안의 달의 궤적을 담은 것이다. 밝고 아래쪽으로 뾰족한 궤적이 바로 달의 궤적이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들어가 가려지면서 점점 어두워지는 모습이 궤적으로는 점점 얇아지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날은 날씨는 맑았으나 황사가 있어서 사진이 대체로 노란 색을 띄고 있다.


한국 천문연구원에서는 "월식 현상은 매년 1~2회 가량 일어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이번처럼 우리나라에서 개기월식의 전 과정을 볼 수 있는 것은 2000년 7월 16일 이후 처음이며, 앞으로 2018년 1월 31일에 볼 수 있다."라고 보도자료를 내었고, 2004년5월과 2011년 6월에 있었던 개기월식은 개기월식 중 가려지는 과정만 볼 수 있었으므로 이 보도자료는 정확하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개기일식 하루 전인 9일 오후 11시 27분 현재 "10일 밤,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완전히 들어가 빛을 잃는 개기월식(皆旣月蝕) 현상이 일어난다. 지난 2000년 7월16일 이후 11년 만이다." 라고 중요한 단어를 빠뜨린 채 보도하여 잘못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잘못된 기사는 빨리 정정보도를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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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GMT가 들어설 곳은 아니지만 칠레에 있는 또 다른 유명한 천문대인 CTIO에 관측을 갔다가, 사진을 몇 장 찍어 보았다.

게으른 탓에 8개월이 지나서야 칠레가서 찍어온
사진을 블로그에 올린다.


지난 3월 칠레 CTIO 천문대 관측에서는 불안정한 날씨 상황으로 인하여 두 명의 관측자 중 한 명이 밖에 계속 들락거리면서 날씨를 체크해야 했다. 이 과정은 관측실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던 관측자에겐 매우 고역인데, 밖에 나가서 별을 보고 바람을 쐬는 것은 좋지만 밝은 모니터를 보고 있던 눈이 밖에서 어두운 하늘을 확인하고 구름이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한참 멍하니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가지고 간 카메라에 필름을 물려 사진을 찍으러 다닐 시간 정도는 확보가 되긴 했다.


은하수 아래의 망원경들 : 망원경들이 있는 돔 건물들이 모두 시커먼 반면 은하수만 밝다. 당시에 은하수가 얼마나 밝았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Pentax MX, Vivitar 24mm F2.8, F4 5분, E200 +3)

내가 쓴 망원경이 있는 돔과 은하수 중심부근(Pentax MX, SMC 50mm F1.4, F2 60초, E200 +3)

CTIO 4m 망원경 건물 (제일 큰 건물)과 대마젤란 은하(제일 밝은 부분)의 일주 (Pentax MX, Vivitar 24mm F2.8, F4 1.5시간, E200 +3)

 


밝은 모니터를 보면서 관측하다가 어두운 밖으로 나와서 카메라를 찾아서 노출을 끄고, 또 새로운 구도를 잡아서 노출을 주고 하다보니 수평이 맞지 않은 사진이 많이 있다. 특히 24mm 광각은 어두워서 지평선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현상을 하고 보니 기울어진게 많아서, 두 번째 사진의 경우 포토샵으로 기울기를 도로 보정했다.

사실 천문대 부지가 그렇게 넓은게 아니라서, 가지고 간 렌즈로는 구도를 잡기가 다소 애매하긴 했다. 50mm로 찍을만한 곳이었으면 더 좋은 사진들이 나왔을텐데, 24mm로도 억지로 찍어야 할 정도로 화각이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필름의 감도로는 저 별들을 다 담기가 미처 어려웠다는 것이다. 좋은 DSLR이 있었으면 더 좋은 사진을 가져왔을텐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 관측날에는, 다음 관측자들이 올라와서 창고에 있는 망원경을 하나 꺼애서 이것저것 보고 있었다. 남반구 하늘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눈동냥으로 몇몇 천체들을 보여줄 것을 부탁했고, 그들은 흔쾌히 나에게 오메가 센타우리 성단과 에타 카리나 성운을 보여주었다. 나는 한국에서 북반구의 M13같은 구상성단을 많이 보았지만, 오메가센타우리가 시야 가득히 별을 메우는 것을 잊을 수가 없다.

습도의 변화가 너무 심해 관측자들이 관측 내내 긴장을 풀 수 없었던 날씨에서도, 맨눈으로 본 하늘의 은하수는 지금껏 봤던 어떤 은하수보다 밝았다.

한국의 은하수는 아무리 어두운 곳에서 봐도 '저기 왜 구름이 안 움직이지' 정도로 생각이 든다면, 칠레의 은하수는 정말 밝고 은하수 이외에 보이지가 않는다. 

사진으로도, 감도가 좋은 필름에 이걸 8배 밝게 현상했음에도, 1분동안이나 찍은 마지막 사진의 은하수보다도 당시 칠레에서 맨눈으로 본 은하수가 더 밝았다. 한국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현상이다. 


우리에게 와인으로 더 유명한 칠레는 사실 전세계 망원경이 모이는 두 곳 중 한 곳이다. 칠레는 남반구에서 맑은 날씨가 많고 대기가 안정적인 곳으로, 전 세계의 천문기관들이 칠레에 망원경을 세운다. 그리고 전 세계의 천문학자들이 이 곳에 관측을 하러 온다.

한국이 참여하기로 한 초대형 망원경인 구경 25.4m의 GMT (현재 한국의 최대 구경 망원경은 보현산천문대의 1.8m 망원경) 역시 칠레에 자리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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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꽃을 찍는 것은 어두운 밤에 밝은 불꽃을 담는 것이라서, 밝은 대낮에 찍는 사진과는 촬영법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불꽃을 찍는 것은 별을 찍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내가 별사진 이외에는 유일하게 불꽃사진만 찍고 있다).

  좋은 사진은 철저한 준비가 만들어낸다. 그런 면에서 사전답사를 통한 좋은 자리 탐색과 당일에 일찍 나가 해당 자리를 선점하는 것은 많은 사진동호인의 인파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진을 건지는데에 도움이 된다. 또 사전에 렌즈를 준비하고 자신의 렌즈화각에 맞는 자리를 고르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여기서는 좋은 불꽃사진을 찍기 위해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나열해볼까 한다.

1. 사전답사
  불꽃축제는 연중 몇 번 안 되는 좋은 불꽃촬영 기회이기 때문에, 많은 사진동호인들이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는 사람들이 권하거나 이미 맡아놓은 자리를 가거나, 특별한 답사 없이 다른 사람들이 몰리는 자리를 선택한다. 그 결과, 불꽃사진 공모전에는 비슷한 자리에서 찍은 비슷한 사진들이 굉장히 올라오고, 사진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것은 불꽃이 터지는 순간 노출을 얼마나 운좋게 끊었는가와 포토샵 보정기술이 얼마나 뛰어나느냐로 정해지게 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같은 사진을 연방 찍어대고싶지 않다면, 자신이 가진 렌즈화각에 맞는 자리를 직접 찾아나설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나의 경험을 중심으로 답사를 어떻게 했는지 써볼까 한다.

설치된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설치된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


  필자의 경우 여의도 불꽃축제를 준비하기 위해서, 매년 불꽃축제를 찍기 전에 자전거를 타고 카메라를 메고 일정한 반경을 그리며 답사했다. 전에는 놓친 좋은 화각을 위해 갔던 자리도 또 가보고 렌즈를 바꿔가며 화각을 비교했다. 여의도에서 불꽃축제를 열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된 일이고 다른 사람들이 찍은 사진들이 많으므로, 불꽃의 크기나 터지는 위치를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삼각대로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는 위치에서 내 렌즈에 좋은 화각이 나오는 자리를 찾는 것이다.





어느정도 높이로 올라오는 불꽃어느정도 높이로 올라오는 불꽃

  우선 불꽃의 종류는 크기나 터지는 높이에서 크게 3가지가 있다 (오른쪽 사진 참조). 만일 오른쪽 첫 번째 불꽃을 잘 찍고 싶다면, 사진에서 찍은 장소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찍을 필요가 있다. 중간의 사진에 있는 불꽃은 이 장소가 저 불꽃을 찍기에 좋은 장소임을 보여주고, 마지막 사진은 (노출과다이긴 하지만) 맨 위의 불꽃이 짤렸으므로 렌즈를 세우거나 더 먼 장소에서 찍거나 더 화각이 넓은 렌즈가 필요하다는걸 알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렌즈를 다 구비하고 있기는 어렵고 또 모든 장소가 모든 화각에서 완벽한 구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므로, 자신이 제일 잘 쓰는 혹은 제일 성능이 좋은 렌즈에 맞춰서 자리를 찾는 것이 유리하다. 오른쪽 사진들은 필름카메라인 Pentax MX의 표준렌즈(50mm)에 맞는 위치에서 찍은 것이다.
 

아주 높은 곳에서 터지는 불꽃 (이 사진에서 맨 위 짤린 불꽃)아주 높은 곳에서 터지는 불꽃 (이 사진에서 맨 위 짤린 불꽃)


  아무나 가는 장소인 이촌 한강공원에서 나의 24mm에 맞는 화각이 나오기는 하는데, 24mm가 주변부 수차가 심해서 사진이 보기좋게 나오지 않는 관계로 나는 이 장소를 오래전에 포기했다. 포기한 또 다른 이유는 그 곳에서 찍는 사람이 지나치게 많아서 자리경쟁이 심하고, 또 남들과 다른 사진을 찍을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필름쓰는 내가 DSLR의 색감과 실시간 노출확인 등을 어찌 이기겠는가...).

24mm 광각으로 이촌 한강공원에서 찍은 2003년 불꽃축제. 주변부의 수차로 63빌딩이 옆으로 누웠고, 원효대교 불빛은 옆으로 확 번져버렸다.

63빌딩을 가운데에 넣고 찍어봤지만, 렌즈의 주변부 수차때문에 원효대교가 번진 것은 어쩔 수 없다. 대체할 렌즈가 있다면, 이런 렌즈는 불꽃축제용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다.



 
  필자는 사전답사를 나가기 전에 지도를 보고 몇 군데 후보지를 정해서 가 보았다. 남들 다 가는 이촌 한강공원, 늘 찍던 그 자리, 한강대교 중간에 있는 섬, 흑석동 정자, 노량진 수산시장 주차장 옥상등 가 보았다. 한강대교 중간에 있는 노들섬에서 한강철교 너머로 찍는 것도 나빠보이지 않았고 적당한 화각이 나오는 80mm렌즈가 있었는데, 이 렌즈 역시 수차가 심해서 포기했다 (없는 자는 슬프다. 남들 다 있는 DSLR 하나 없어서 이 시대에 필름을 쓴다니 ㅠㅠ). 

  좋은 불꽃사진을 찍고 싶으면, 철저한 답사를 통해 자신의 렌즈 화각에 맞는 자리를 찾아서 기필코 선점하도록 하자. 그것은 운이 따라줘야 하는 불꽃사진에서 운보다 실력으로 남들보다 앞서려는 작은 노력이다.  
 

2. 준비물 : 사진은 준비가 생명이다.
B셔터 노출이 자유롭기 위한 모든 것들 - B셔터는 셔터버튼을 누르는 동안 셔터가 계속 열려있는 모드이다. 릴리즈, 리모콘 등 카메라에 따라 알아서 준비하면 되겠다.

삼각대 - 튼튼할수록 좋지만, 불꽃 노출은 기껏해야 수 초~십수초 정도이므로 들고다니기 힘들 정도로 지나치게 튼튼할 필요는 없다.

가장자리 수차가 적은 렌즈 - 불꽃 사진에서는 배경의 야경도 같이 찍히게 된다. 풍경이나 인물과는 달리, 야경에서 멀리 있는 가로등같은 것들은 점광원으로 사진에 찍히는데 여기에 렌즈의 수차가 두드러지게 보일 수 있다. 물론, 그런 렌즈라고 해서 좋은 사진을 건지지 못하는 것은 아니긴 하다. 다만 같은 렌즈로 찍었어도 야경에서는 그 단점이 더 돋보이기에 좋은 사진을 찍어놓고 아쉬워지는 경우가 있다.

다양한 화각을 커버하는 렌즈들 - 불꽃이라고 모두 같은 위치에서 터지지는 않는다. 어떤 불꽃은 매우 큼지막하고 높은 곳에서 터지는데 비해, 어떤 불꽃들은 작고 비교적 낮은 높이에서 터지거나 아예 설치된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들도 있다. 이들을 골고루 찍고 싶으면, 넓은 화각과 좁은 화각을 모두 커버할 수 있도록 준비하면 된다. (나는 그러지 못해서 큰 불꽃들만 찍었다.)

렌즈 앞을 가려줄 검은 물체나 천 - 불꽃을 많이 찍고 싶으면, 불꽃이 터지지 않는 동안이나 불꽃이 지나치게 많이 터질 때 렌즈 앞을 가려줄 수 있는 것이 좋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반사가 거의 되지 않는 어두운 검은 천을 준비하면 좋다. 어두운 밤이므로, 번쩍거리지 않는 검은 긴팔 옷을 입어서 소매로 가려줘도 된다.

충분한 용량의 메모리 - 최소 200컷 이상 저장가능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 한 국가의 불꽃쇼에 카메라 하나당 35mm 필름 2롤~3롤을 소비한다 (1롤은 36컷이다).
 
따뜻한 옷 - 한 군데서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춥다.


3. 촬영시 주의할 것들
  불꽃사진은 일종의 야경 사진이다. 불꽃이 언제 올라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불꽃만 잘 찍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불꽃사진에서 불꽃의 배경에 나타나는 야경은 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 요소이므로, 야경과 불꽃을 잘 조화시켜 찍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불꽃의 노출과 야경의 노출이 모두 잘 맞아야 한다.

  DSLR을 가지고 있다면, 미리 야경을 찍어서 F4에는 노출 몇 초, 5.6에는 몇 초, 8에는 몇 초, 11에는 몇 초가 야경이 잘 나오는지 미리 찍어보면 된다. 그리고 불꽃이 터지면, 예를들어 5.6에 10초에서 야경이 잘 맞았다고 한다면 불꽃이 터질 때마다 렌즈 앞을 열어주고 안 터질때는 검은 천으로 가려주어 합쳐서 10초를 채우면 된다. 물론, 불꽃에 대한 노출도 처음에 터지는 불꽃 몇 개를 이용하여 미리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더 많은 불꽃을 사진에 담고 싶다면, 불꽃이 터지는 순간에도 순간적으로 렌즈를 가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불꽃은 처음에는 밑에서 궤적을 그리며 올라오는데, 그러다가 불꽃이 점화하는 순간에는 플래시가 터지듯 번쩍거린다. 이 번쩍거리는 순간을 가려주는 것이다. 말처럼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많은 불꽃을 찍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불꽃이 터지는 순간을 가려주지 않은 불꽃사진. 야경은 그럭저럭 노출이 맞았지만, 불꽃은 지나치게 밝다.

 

불꽃이 터지는 순간을 잘 가려준 사진. 불꽃이 노출과다 되지 않았다.



   만일 손으로 번쩍거리는 순간을 가리기 힘들다면, 조리개를 조여서 노출을 조금 줄여주는 방법도 있다. 사실 불꽃축제에서는 갑작스레 올라오는 다른 불꽃들 때문에 가려주기는 커녕 셔터를 열었다 닫았다 하기도 바쁠 때가 많다. 조금 편하게 찍고 싶다면, 조리개만 간단히 조여줘도 운이 좋으면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다.

2004년 서울세계불꽃축제 동상작. 불꽃이 터지는 순간이 밝은 점으로 사진에 나타나 있지만, 조리개를 조여서 해결했다. -주의- 사진의 저작권은 (주) 한화에 있습니다




  의외로, 불꽃사진은 찍기 쉬운 사진이다. 불꽃이 터지는 것은 운인 관계로, 자리만 잘 잡아놓으면 두 시간 정도 정신놓고 사진찍어도 한두장은 건지기 마련이다. 올 해 서울 세계 불꽃축제는 10월 9일 (토요일)에 열린다. 작년에 불꽃축제가 신종플루 문제로 열리지 않았으니, 아마 많은 사진 동호인들이 몰릴 것 같다. 아직 주말을 한 번 남겨두고 있으니, 남들보다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사전답사를 해 보는건 어떨까. 어쩌면 공모전에 당선될지도 모를 일이다.

서울세계 불꽃축제 홈페이지 : http://www.bulnori.com/

관련글 :
2003 서울 세계 불꽃축제 촬영기
2004 서울 세계 불꽃축제 촬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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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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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29일 - 11월 10일, 칠레 CTIO 천문대에 관측을 목적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칠레에는 남반구에서 천체관측 조건이 가장 좋은 곳을 소유하고 있어서, 세계 여러 나라의 대형 망원경들 (구경 8m급의 VLT, Gemini 등)이 위치하고 있다 (북반구의 경우, 하와이).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구경 25m급의 GMT 프로젝트도, 칠레에 지어질 계획이다. 내가 다녀온 곳은 CTIO라고 하는 곳으로, VLT, Gemini등의 망원경이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봉우리에 있다.

  칠레는 남반구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별자리와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별자리인 오리온자리의 경우 칠레에서 보면 위-아래가 뒤집혀서 보인다.

참고글 : 2010/11/02 - [별을 보는 이야기/잡담] - 남반구에서는 별자리가 뒤집힌다


  칠레까지 가는데 인천->L.A -> (리마 경유) -> 산티아고 -> 라 세레나  총 4번의 X-ray 검색대를 통과하면서 "이거 필름이니 제외해달라" 설명하는 것도 귀찮았지만, 나름 가는 동안에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막상 가서 찍어보니, 하늘이 지나치게 어두워서 뷰파인더로는 구도를 잡을 수도 없고, 당연히 수평 맞추기도 쉽지 않고, 연구용 데이터를 얻는 천문대에서 손전등 하나 켜는 것도 눈치가 보이고 (손전등 작은 것만 켜도 되게 밝다),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었다.

  칠레 천문대의 하늘이 얼마나 어두웠냐면, 달도 없는 하늘에서 오로지 별빛만으로 도로의 차선이 구분되어 걸을 수 있는 정도였다. 사진을 찍을 때에도, 암적응이 되면 돔 사이사이로 난 하얀색 선을 따라서 손전등 없이 이동했다. 그렇지만 역시 처음 찍는 곳에서 노출잡기가 쉽지는 않았다. 예전에 우즈베키스탄에 가서 대부분의 사진이 노출부족이 나온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예 극단적으로 조리개를 여는 노출을 주었다.

참고글 : 2010/10/05 - [여행] - 우즈베키스탄 마이다낙 천문대


  하필 출발 직전 내 카메라가 고장나는 바람에, 내 카메라와 기종이 같은 학교 카메라 중에서 골라서 카메라를 들고 갔다. 그러나 현상후에 확인해보니 카메라 상태가 역시 좋지 않아서, 4컷 중 두 컷이 겹치고 한 컷이 빛이 새서 망가졌다. 운이 좋게도 네 컷 모두 노출이 맞았는데, 찍을 때 필름을 넘기는 와인더가 감이 좋지 않더라니 무려 세 컷을 카메라가 날려먹었다.

4m 망원경 돔과 남천일주 :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컷.

카메라 : 펜탁스 MX, 렌즈 : Vivitar 24mm F2.8, 필름 : E100VS (+2 증감), 노출시간 : 2시간 (새벽 박명빛 포함), 조리개 : 4


  우리나라에서 북천일주를 찍으면, 북극성이 가장 작은 원을 뚜렷하게 그리는 북천일주사진이 찍힌다. 그러나 남반구에는, 천구의 남극 근처에 북극성(2등성)같은 뚜렷한 별이 없다.

참고 : 2010/05/30 - [사진/천체사진] - 영양 반딧불이 천문대 - 영양 반딧불이 천문대 뒷산에서 찍은 북천일주
         2010/05/25 - [사진/천체사진] - 보현산 천문대 - 보현산천문대에서 찍은 북천일주

  수평도 살짝 기울어진데다, 렌즈의 왜곡으로 천문대의 돔이 기울어져 있다 (싸구려 광각렌즈는 다루기 쉬운 물건이 아니다 ㅠㅠ). 여러모로 아쉽지만, 그래도 처음 찍은 장소에서 저 정도를 건져온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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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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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측이 있어서 칠레에 왔다.

사진도 좀 찍을 겸, 필름을 좀 가져왔는데

비행기를 3번 갈아타다 보니 X-ray 검사 할 때마다 필름이 걸리적 거린다...


그건 그렇고, 필름은 별 잘 보이는 천문대에서 소모할거라서

천문대 올라가기 전에 하루 La Serena라는 도시에서 묵으면서 디카로 별을 좀 찍어 보았다.

별을 찍는데에는 익숙하지 않은 DSLR로 찍었더니, 초점도 안 맞고 엉망이다

대마젤란 은하가 흐릿하게나마 찍혔다




밤에 잠시 나가봤더니 별이 제법 보였다. 그래도 도시 인근이라서 잘 보이는 것은 아니고, 우리나라로 치면 양평 외곽지역 정도로 보였다.

맨눈으로 뿌연 것이 보여서 쌍안경으로 보았는데, 대마젤란 은하였다. 맨눈으로 NGC 2516도 보였다.



지금은 CTIO 천문대에 올라와 있는데, 정말 별이 잘 보인다. 암적응이 되면 아무 불빛 없이 심지어 달빛이 없어도 차도를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별빛이 밝다. 손에 익은 필름카메라로 찍어서 현상하면 꽤 잘 나올 것 같다.
 
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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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교양수업 학생들에게 목성을 보여주던 날, 씨잉이 너무 좋아서 목성에서 눈을 뗄 수 없는 날이 있었다. 목성을 본 것이 한두번이 아니고 그 날 본 망원경보다 훨신 좋은 망원경으로 본 것이 한두번이 아닌데, 나의 눈을 고정시킨 것은 서울 한복판에서 허름한 망원경으로 본 목성이었다. 

  망원경으로 행성을 본다는 것은, 우리가 망원경으로 확대해서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상을 보는 행위이다. 우리가 보는 빛은 대기를 통과해서 우리 눈에 도달하기 때문에, 대기의 요동이 심하면 행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지난 9월 28일은, 내가 지금껏 겪은 손에 꼽는 날 중 하나였다.

  그 날 대충 찍어서 대충 처리한 6초짜리 목성이 있었는데, 그 날 바로 관측기로 정리해서 올렸었다. 
 2010/09/28 - [별을 보는 이야기/관측기] - 2010. 9.28 목성 관측기

  이번에는 30초 찍은 것을 처리한 결과이다. 처리라고 해봐야 동영상의 모든 프레임을 정렬해서 합성한게 다인데, 이마저도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해줘서 난 한게 없다. 사실 내가 행성촬영에는 문외한인 편이다.

  그런데 지금 알았는데, 동영상을 찍는 캠의 드라이버가 컬러용이 아니고 흑백용이었다. 아, 컬러였다면 조금 더 멋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대적반은 보이지 않는다. 위성도 4개 중에 3개만 보였는데, 그나마도 하나는 사진 왼쪽에 짤렸다. 
  다음에는 더 확대해서 찍어볼까 한다.
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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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나는 우즈베키스탄 마이다낙 천문대에 관측을 목적으로 다녀왔다.

일주일간 출국을 하였고, 비행기로 7~8시간 가서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서 하룻밤 묵고, 다시 차를 타고 8~10시간 가서 천문대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돌아오는 길은 그 반대인데, 하루 짬을 내서 사마르칸트에서 관광을 하는 일정이 잡혀 있었다.

당시에는 디카도 없고 (지금도 없지만...) 블로그도 없고 (지금은 블로그는 있다) 기타 사진을 찍기 귀찮은 등등의 이유로 별다른 여행사진은 남겨오지 않았다.

다만 밭에 김태희 대신에 할머니가 있는것만 알려줄 수 있겠다 -_-;;;;;

-돈-
우즈벡 돈은 '숨'이라고 해서, 1달러에 1000~1200숨 정도 한다. 우리나라보다 평균적으로 물가가 꽤 싼 편이지만, 우리나라와 비슷한 가격의 물건들도 있다. 예를 들면, 수박 한 통에 1000숨인데 500ml 물 한 병에 500~1000숨이라던가, 그렇다.

아, 물을 살 때는 조심해야 하는데, 보통 가게에서 물을 500ml 단위로는 잘 안 판다. 단, 500ml 단위의 탄산수는 흔해서, 처음에 잘못해서 물인줄 알고 사서 벌컥벌컥 마시다가 고생하는 수가 있다... 가 아니라 처음엔 다 겪는 것 같다 -_-;

호텔은 우리나라 시골 모텔 정도의 시설을 가진 호텔이 3만숨~30달러 정도 한다. 다만 우리나라 모텔처럼 위로 크거나 한게 아니고 높아야 2~3층이다. 아, 비싼 호텔도 물론 있겠지만 나는 안 갔다. 
 
-언어-
우즈베키스탄은 우즈베키스탄어와 러시아어가 혼용해서 쓰인다. 러시아어를 안다면 우즈벡에서 말 안 통할 일은 없다. 그러나 영어를 안다면 우즈벡에서 말은 안 통한다. 도시에서 젊은이를 붙들고 몇마디 해볼 수는 있겠으나, 조금만 시골로 가거나 나이많은 사람은 대부분은 "Hello"도 못 알아듣는다. 다만, 관광지에서 한국말을 꽤 하는 사람을 만나볼 수 있는데 특히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한국말을 적어도 몇 마디는 한다. 우즈베키스탄은 나 같은 경우 천문대에 방문 관측자로 가는 것이라, 천문대에서 영어를 아는 사람이 마중을 나와서 내내 동행했다.

-관광지-
이건 여행사에 물어보시라 ...... 나 같은 경우는 사마르칸트에 하루 있었는데, 우즈벡으로 치면 우리나라의 경주 같은 곳이라고 한다. 다만, 징기스칸이 한 번 뒤집어 엎고 아무 것도 안 남은 황무지로 만들고 간 이유로 약 서기 1400~1500년 이후의 문화재만 있다. 알고보면, 경주 같은 유서깊은 도시는 많지 않다.

아, 나는 천문대에서 정전된줄 모르고 미지근한 물로 씻다가 점점 물이 차가워져서 감기걸린 상태로 사마르칸트에 내려왔는데, 그 상태로 오랜만에 밥을 보고 허겁지겁 먹다가 체해서 사마르칸트에서 호텔에서 내내 쉬고 비행기 안에서도 매우 힘들었다. 우즈벡에서도 볶음밥이 있는데 거기에 약간의 향신료가 들어 있음을 주의하자.

내가 갔던 때는 라마단 기간이었다 ...... 참고로 라마단에는 무슬림들이 낮에 음식을 하나도 안 먹는다. 그리고 우즈벡은 90% 이상이 무슬림이다.

-음식-
물 : 물이 좋지 않은 곳이라 차를 준다. 물은 사야 한다. 차를 천문대에서 끓여봤는데, 끓이고 나면 하얀 석회가 바닥에 굳어 있다.
샐러드 : 기본적으로 당근샐러드나 토마토+오이 샐러드를 번들로 준다. 그러나 한국 우즈벡 음식점에서는 이것도 판다.
샤실릭 : 향나무 및 쳐러 향신료를 첨가한 고기 술붗 꼬치구이. 매우 맛있다. 닭, 양, 소를 먹는데 나는 닭을 강추한다.
쌈싸 : 양고기를 넣은 빵을 구운 것으로, 아주 큰 만두 비슷하다.  
빵 : 주식이 빵이다. 맛이 별로인게 아니고 맛이 없다.
기타 : 양고기
주로 양고기를 제일 많이 먹는다. 쌈싸는 우즈벡에서 먹으면 정말 먹기 힘든 쌈싸도 종종 있는데, 양고기 기름이 줄줄 흘러서 냄새도 나고 손에도 냄새가 배는 그런 쌈싸가 있다.

한국에도 우즈벡 음식점이 있어서, 자주 가는 편이다. 다음에 가게 되면 사진을 찍어다 리뷰를 해 보겠다.


-날씨-
우리나라랑 비슷한 주기의 계절을 가지고 있지만, 매우 건조하다. 더울땐 매우 덥고 추울땐 매우 추운 것 같다.





마이다낙 천문대에는 1.5m 망원경과 기타 작은 망원경들이 여러가지 있는데, 나는 1.5m 망원경을 썼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망원경을 쓸 때에는 사진을 찍고 다녔는데, 워낙 한국보다 어두워서 수평잡기도 다소 힘든 편이었고 구도 잡기도 힘들었고,또 대부분의 사진들은 노출부족이 나왔다. 건진 것은 두 장 뿐이다.



 



                                                       
왼쪽 사진은 초점을 조금씩 바꿔가면서 50mm로 F2에 약 60초 정도 노출을 주었고, 그래서 천문대 건물에 초점이 나간 것을 볼 수 있다.

오른쪽 그림은 24mm로 F5.6으로 찍었고, 뿌연 것은 은하수이다. 위쪽에 가로로 긴 선은 비행기 궤적이다. 아마 이 사진을 찍으면서, 아래 동영상에 1:32~1:40 사이에 LED자국을 몇 번 내고 지나간 것 같다.

펜탁스 MX, 프로비아 400F, 3.5stop 증감 


사실은, 이거 찍으러 돌아다니고 있었더니 동행하고 있던 우즈벡인이 와서는 주변에 곰 돌아다닐 수 있다고 조심하라고 했다. 숙소에서 천문대 지나서 200~300m 정도에서 발자국이 보인 적이 있다고. 나 거기 지나서 골짜기까지 갔었는데 바람소리 때문에 뭐가 지나가도 하나도 모르겠던데...... 죽을뻔 했네.




여기는 러시아 인들이 꽤 많이 온다. 나는 가서 러시아 아마추어를 한 명 보고 그들이 내미는 팜플렛도 하나 받았는데, 그 러시아 인이 유성을 찍는다고 디카로 이것저것 찍고 다니고 있었다. 그러더니, 나중에 후배 하나가 우즈벡 가서는 요 아래 동영상을 받아왔다.


원저자의 유튜브 링크 http://www.youtube.com/watch?v=uSFVcuAk2-Y
자기 전에 보고 있다면 BGM을 머릿속에서 지우는데 성공하길 빈다. 

동영상에서 제일 밝은 천체는 태양이 아니고 달이다 (태양이 별과 같이 찍힐 순 없다). 동영상에 지상에서 지나다니는 불빛 은 사람인데, 아마 나도 몇 번 찍혔을 거다.

은하수야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어두운데 가면 보이는거고, 나는 여기서 난생처음 황도광도 봤다. 뭔가 이상하게 은하수는 아니고 약한 빛이 하늘에 또 띠처럼 있는데, 우즈벡에 그렇게 밝은 광원은 없을거고 (수도 타슈켄트도 밤에 비행기에서 내릴 때 보니까 가까이 가야 불빛이 보이고 무슨 10m마다 한 명씩 서서 촛불집회 하는 거 같더라), 거기가 밝은 이유가 없었다. 혹시 황도광이 아닌가 싶어서 이 동영상 찍고 있던 러시아인한테 물어봤더니 '맞아. 그거 되게 밝아' 라고 말해줬다. 



-정리-
아마 내가 다시 우즈벡을 갈 일은 적어도 향후 5년 내에는 없지 싶다. 뭐, 사실 우즈벡에서 별로 감명깊었던 일도 별로 없다. 관광코스를 따라다닌 것도 아니고, 단 하루 돌아다니던 날은 배탈나서 완전히 죽을 맛이 되어 있었고 ... 물도 제대로 못 먹는 상태였으니...

그렇지만 우즈벡 음식 중에서 '샤실릭'은 굉장히 맛있다!



-p.s- 우즈벡 가서 돌아오던 날이 서울 세계 불꽃축제 하는 날이었다. 찾아보니 2007년 10월 13일에 돌아왔군. 근 2~3일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우즈벡에서 한국까지 비행기타고 날라와서 집에 들어가니 오후 12시였다. 불꽃축제를 그래도 찍겠다고 준비해서 2시반쯤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6시반!

몸 가누고 있기도 힘든데 일어나서 달려가 찍은 이유는, 지금까지 이 불꽃축제 사진 공모전이 63빌딩이나 프라자호텔 뷔페권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날 몸상태도 별로고 상황판단도 한 박자씩 늦다보니 사진도 실패하고 결국 공모전 떨어졌다.  ㅠㅠ 

-p.s 2- 그 배탈, 결국 2일인가 더 굶고 일주일 밥+죽만 먹고 (김치도 못 먹고) 겨우 나았다.
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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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한 번 불꽃축제를 찍고 공모전도 낸 이후, 2004년은 조금 다르게 찍어보기로 했다.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


우선 공모전에서 당선되려면 뭔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게 필요했다. 노출, 구도, 색감 등등에서 노출의 경우 불꽃이 터지는 것을 잡아서 찍는 것은 운이 많이 들어가는 요소이므로 내가 바꾸기 쉬운 것이 아니고, 색감은 내가 쓰는 카메라가 필름카메라니까 몇 초 씩이나 주는 노출에서 디카의 색감을 따라갈 방법이 없다. 그래서 굳이 차별화를 하자면 구도만 가능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이촌 한강지구에서 불꽃을 찍어봐야 차별화가 될 리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 우연히 웹에서 다른 사람의 사진을 보았다. 굳이 설명하자면, 이촌한강지구는 아래 왼 쪽 그림과 같고, 내가 본 사진은 오른쪽그림과 같이 찍은 사진이다. 그림에서 빨간 선은 불꽃이 올라오는 바지선이고, 검은 화살표가 촬영 방향이다. (그림이 좀 조잡하다... -_-;;;)


지도 : 알맵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다. 나는 이 사람의 사진과 같은 위치를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해서 급기야 불꽃축제 전에 지방에 내려갔다가 불꽃축제 당일에 서울에 도착하는 일정이 잡혀버렸다.

그렇다면 미리 사용할 충분한 다양한 종류의 필름, 삼각대 등을 준비해놓고 서울에 오자마자 나갈 수 있게끔 준비해 놓아야 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그래도 카메라와 삼각대는 바로 들고 나갈 수 있게 집에서 들고 나와 연구실에 미리 준비해 두었다. 어떻게든 사진을 찍겠다는 각오였다.

문제는 장소였다. 사전 답사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뒤늦게 3~4시에 서울에 도착해봐야 이촌에는 자리도 없을 터였다. 작년이 첫 공모전이었으니, 분명히 작년보다 많은 사진가들이 공모전을 노리고 일찍부터 자리를 잡아놓고 있을 터였다.  

겨우 오후 5시쯤에나 어린이대공원역에서 지하철을 탈 수 있었던 나는 일찌감치 이촌을 포기했다. 8시에 첫 불꽃이 터질 예정이고, 이촌 근처까지 약 1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하면, 자리를 결정하고 촬영준비에 30분정도 잡고, 남는 1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1시간이라면, 사실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5시 40분쯤 충무로에 도착해서 필름가게을 기웃거려 필름을 샀다. 이촌역에는 약 6시 40분쯤 도착했고, 7시쯤 용산역에서 택시를 타고 마포역으로 이동했다.

시간이 매우 부족했다. 마포역에서 7시 10분쯤 내려서 언덕이 있는 골목길을 기웃거려 한강이 보이는 좁은 길을 찾긴 했지만, 그 곳 마저도 이미 자리잡은 사람들로 지나가기도 벅찬 지경이었다. 심지어 시야에 전깃줄이 들어와서 좋은 사진을 건지지 못할 장소였는데도.

결국 길가를 포기하고, 건물 위를 찾아 보기로 했다. 주말이고 저녁이므로 열려있는 건물이 없을 수도 있었지만, 상주하는 경비원이 있는 건물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사정해서 올라갈 수 있을 터였다. 그래서 예전부터 생각해둔 '번개표'가 붙어 있는 건물을 돌아봤는데, 문은 모두 잠겨 있었다 (이 건물 지금도 번개표라고 붙어있다).

이 이후의 과정은 자세히 말할 수 없다. 사진을 찍은 장소가 알려지면 민폐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간에 쫓기느라 길을 따라서 가지 않고 담을 몇 차례 넘어가면서 겨우 자리를 잡았다는 정도만 말할 수 있겠다. 2005~2007년 불꽃축제 촬영에서의 기억으로 보면, 나 말고도 이 장소를 알고 있는 내가 모르는 사람이 최소한 한둘은 더 있긴 하다. 나 말고도 이 자리에서 찍은 사람이 있다. 하지만 주민들을 위해서, 이 장소를 언급하기는 애매하니 이해 바란다.

그렇게 해서 2004년 서울 세계 불꽃축제를 급하게 급하게 헐레벌떡 자리잡아 찍은 사진들이다.
토요일은 중국-호주 순, 일요일은 이탈리아(일본이던가?)-한국 순으로 터졌다. 일요일은 찍으러 나가지 못했다. 

중국편 

첫 사진 : 도로 위에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진입로 중간쯤에 서 있는 사람은 교통경찰인데, 처음에는 차 빼라고 시키더니 곧 포기했다.



노출 과다. 조리개를 개방했을 때에는 욕심부리지 말고 불꽃 몇 개만 넣고 닫던지, 혹은 불꽃이 번쩍하고 터지는 순간에 앞을 가리고 궤적만 담던지 해야 하는데 둘 다 쉬운 일은 아니다.


역시 노출과다. 다리 위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중국편은 뭔가 건진게 없다. 일단 이 자리에서 광각(24mm)으로 세로로 찍는다는건 욕심이라는걸 현상 후에 알았다. 잘 보이지 않는 전깃줄도 사진 위쪽으로 하나 지나가고, 큰 불꽃을 찍어도 너무 광각이라 그다지 모양새가 나는 것도 아니었다. 


운 좋게 호주편은 표준렌즈(50mm)로 찍은 것들이 많았고, 또 운 좋게 노출도 잘 맞아줘서 건진게 좀 있었다.

호주편 


예쁘지 아니한가?



아래쪽 조금 지저분한 불꽃들이 옥의 티이긴 하지만,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



머넞 터진 불꽃들의 잔해가 조금 남아서, 조금 지저분해 보이는 것이 흠이다.



잠시 불꽃이 쉬고 있을 때 크로스필터를 이용해 찍어 보았는데, 노출과다로 오히려 조금 지저분해 졌다. 차라리 맨 위쪽의 잘려진 불꽃 터지기 전에 가렸으면 노출도 적당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좀 있다.


예쁘지 아니한가 (2)




원형 모양으로 가운데에서 바깥으로 커지는 불꽃. 사진으로 찍으면 궤적이 이렇게 나온다.




2004 한화 서울 세계 불꽃축제 사진 공모전 동상 수상작.
공모전 수상작이므로, 이 사진의 저작권 및 지적재산권은 (주)한화에게 있다.... 이렇게 올려도 되려나 잘 모르겠다. 그러므로 부디 이 사진은 퍼가지 말길 바란다.
전체적으로 보면, 공모전 수상은 자리빨인 것을 알 수 있다. 만일 내가 디지털카메라로 찍었다면, 노출과다도 훨씬 적었을 것이고, 더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진 모두에서 나오는 푸르딩딩한 빛깔은 긴 노출에서 나오는 필름 특유의 색으로, 포토샵으로 보정해도 한계가 있고 디카의 색감을 따라가지 못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요인이다.

그렇지만, 내가 손에 익지 않은 디카를 써서 촬영했다면, 이런 사진들을 얻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2003년 불꽃축제에 비해서 장족의 발전을 보인 사진들임에는 틀림없다.



모든 사진은 필름스캔 후 무보정
장비 : 펜탁스 MX + 펜탁스 50mm f1.4 (가로사진), Vivitar 24mm (세로사진)
필름 : E100VS, E100G, Provia 등 
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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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비가 오지만 갑자기 맑은 날씨가 지속되는 가운데

학부 1학년생들을 망원경으로 목성을 보여줄 일이 생겼다.

생각없이 7시로 잡았지만 목성이 건물 위로 올라오는 시간이 9시라서 9시에 다시 오라고 했는데

많은 학생들이 툴툴거리며 다시 9시에 왔다가 목성의 환상적인 모습을 보고 좋아하며 갔다.


학생들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망원경 광축을 약간 조절했다.

그리고 하늘 상태를 봤는데, 씨잉이 매우 좋아 보였다. 밝은 별인 베가가 비록 고도는 높지만 거의 움직임 없이 하늘에 그 자리에 박혀 있었다. 씨잉이 나쁘면 별빛이 심하게 흔들린다. (씨잉 : 하늘의 안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씨잉이 좋으면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입장에서는 행성이 평소보다 잘 보이고, 연구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얻은 이미지의 신호대 잡음비가 좋아진다.)

목성이 올라오자 목성을 바로 맞춰서 보았는데, 처음에는 건물 바로 위라서 그런지 다소 이글거리는 모습도 보였지만, 나중에는 내가 지금껏 본 목성상 중 열손가락 안에 드는 목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와중에 목성의 위성 중 하나가 목성 앞에 지나가면서 목성의 표면에 자신의 그림자를 만들었다. 이것을 목성위성으로 인한 영 현상이라고 부른다.

목성의 큰 줄무늬 이외에, 작은 줄무늬의 굵고 얇은 모습과 얇은 줄무늬들이 촘촘한 지역에서 줄무늬가 다 구분되는 것조차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은 시가 수천만원의 8인치급 고급 굴절망원경에서나 보던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내 앞에 있는 망원경은 오랜 세월을 망원경에 대한 애착 없는 대학생들의 손에서 힘든 세월을 보낸 300만원도 안 되는 8인치 슈미트-카세그레인 망원경이다. 일반적으로 슈미트-카세그레인 방식 망원경이 최고급의 굴절망원경과 같은 행성상을 보여주려면 구경이 적어도 1.5배는 커야 한다.

나는 학생들이 대부분 돌아가고 나서도 한참을 목성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급기야, 피곤함을 잠시 잊고 목성사진을 살짝 찍어보기로 했다.



단지 동영상을 촬영해서 모든 이미지를 합성했고 그 외 다른 테크닉은 전혀 안 들어갔는데 이 정도이다. 정말 보기힘들 정도로 잘 보인 날이다. (사실은 테크닉 그런거 모른다. 원래 행성을 찍던 사람이 아니니 뭐 어떻게 처리해야 더 잘 보이는지 아는게 없다.)

겨우 6초 노출이 이 정도이면, 30초로 찍은 2장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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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아무도 필름으로 달을 찍지 않지만

한 10년전만 해도, 필름으로 행성을 찍으려고 애를 무던히도 썼다.

나는 2003년도에 필름으로 달을 처음 찍어봤는데, 생각보다 쉬운게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이 때 사람들은 디지털 카메라로 달을 찍고 있었다.

그냥, 재미삼아 찍어본 달이다.

이후 달이나 행성을 열심히 찍은 적은 한 번도 없다 -_-;;;;;


 

위 - 달 남동부
아래 - 아펜닌산맥
장비 : 상태C급 ED102s + 나글러 4.8 + 펜탁스 mx + 엑타25
노출 : 15초
촬영일 : 2003년 10월

엑타25 필름은 입자가 매우 고운데, 문제는 내가 별을 보기 시작하기 전에 이 필름이 단종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냥 들어만 본 필름일 뿐이었는데, 우연히도 학교 사진관에서 썩고 있는 것을 발견, 2롤을 사서 찍어서 2장 건졌다.

2롤에 겨우 2장밖에 못 건지는 이유는, 필름카메라로는 그 자리에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없는 관계로 초점이 잘 맞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초점을 조금씩 바꿔가면서 계속 찍기 때문이다.


필름으로 찍는거 치곤, 꽤 괜찮게 나온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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