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천체망원경에서 집광력이 가장 중요하기에, 접안렌즈의 투과율은 망원경의 성능을 얼마나 제대로 발휘해 주는지에 대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미 기존에 어떤 접안렌즈가 투과율이 좋고 나쁜지에 대한 경험적인 정보는 있지만, 이를 실험으로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학교에 간단한 광학실험실이 있어서, 시간나면 해보고 싶었던 접안렌즈 투과율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보통 렌즈의 투과율은 재질에 따라 다르며, 여기서 코팅에 따라 또 달라집니다. 이 실험은 650nm 파장의 단색 레이저를 이용하였으므로, 우리 눈이 가장 민감한 녹색광의 투과율과 다르다는 점을 유념하셔야 합니다. 다만 발광성운의 주요 파장인 656.3nm의 H-alpha와 매우 가깝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2. 방법

2-1 검출기

  검출기는 약 1제곱cm 정도 크기의 정사각형 모양으로, 소자가 무엇인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단색의 레이저를 쓰며, 레이저가 접안렌즈를 통하였을 때와 통하지 않았을 때, 그리고 레이저 마저 껐을 때의 값을 통하여 투과율을 계산하므로, 검출기의 소자를 몰라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진행하였습니다

2-2 레이저 출력의 안정성

  레이저 출력이 안정적인지에 대해서 알아볼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래 표에서 레이저와 검출기의 위치를 고정했을 때 접안렌즈를 통과하지 않은 경우의 값들이 매우 일정함에 따라, 레이저 출력이 검출기가 주는 값의 소수점 셋째자리까지는 안정적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2-3 실험 방법

  학교 광학실험실에 있는 650nm의 레이저가 접안렌즈를 통과할 때와 접안렌즈 없었을 때의 광검출기에서의 값을 비교하여 투과율을 구했습니다. 실험은 형광등을 하나 켜놓고 했기에, 매 번 레이저 없을 때의 검출기 값, 레이저를 접안렌즈 없이 쏘았을 때의 값, 레이저를 접안렌즈를 통하여 쏘았을 때의 값을 각각 측정하였습니다. 당연히 접안렌즈의 방향은, 우리가 관측할 때 눈의 방향에 검출기가 오도록 하였습니다.

2-4 9mm 접안렌즈들

  9mm 접안렌즈들은 접안렌즈에 의해 확대된 레이저의 빛 다발의 크기가 광검출기 안에 간신히 들어오는 정도로, 광 검출기에 미처 포함되지 못한 빛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래 표에 '최소값'이라고 표시된 접안렌즈들은 적어도 이보다는 투과율이 높을 것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3. 결과 

4. 해석

  위 표에는 플뢰슬 나글러 Type 6, 스카이워쳐 울트라와이드앵글 (올리본 울트라 와이드 앵글) 세 가지 접안렌즈가 있습니다. 이 중 플뢰슬이 투과율이 가장 높고 울트라와이드앵글이 투과율이 가장 낮음을 알 수 있습니다.

4-1 플뢰슬끼리의 비교

  같은 플뢰슬 타입의 접안렌즈 중에서는 GS 플뢰슬이 650nm 파장에서 투과율이 가장 높습니다. 징후아 (맥스비젼) 플뢰슬이 셀레스트론 플뢰슬보다 투과율이 높다는 것은, 셀레스트론의 물건들이 대개 스카이워쳐 OEM이라고 보았을 때 징후아 플뢰슬이 스카이워쳐 플뢰슬보다 투과율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실험결과만으로 보자면, 중국 혹은 대만의 플뢰슬 접안렌즈의 650nm에서의 투과율은 GS > 징후아 (맥스비젼) > 셀레스트론 (스카이워쳐) 순으로 볼 수 있습니다.

  플뢰슬 타입 접안렌즈는 매우 고전적인 디자인이므로 광학적인 문제로 볼 수 없으며, 가격대로 볼 때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렌즈의 재질 문제로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반사 방지 코팅의 문제를 가장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4-2 나글러 Type 6

  이 접안렌즈는 이 실험에서 사용된 접안렌즈들 중 가장 많은 매수의 렌즈를 쓰고 있으므로, 당연히 가장 낮은 투과율을 보여야 정상입니다. 이 접안렌즈는 배율이 어느 정도 있어서, 렌즈에 의해 확대된 레이저 빛 다발이 검출기 안에 들어오도록 하는데 간신히 성공했습니다. 따라서 96.9%라는 투과율은 최저치로, 실제 투과율은 이보다 높을 가능성이 상당히 있습니다. 비슷한 예가 GS plossle끼리 혹은 Celestron Plossle끼리는 0.5% 이내의 투과율 차이밖에 보이지 않는 반면 스카이워쳐 울트라와이드 앵글의 경우15mm와 9mm가 무려 3%의 차이를 보이는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만일 더 저배율의 나글러였다면 98%에 가까운 투과율을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고작 4장의 렌즈를 쓰는 셀레스트론 (스카이워쳐) 플뢰슬 타입에 비하여 나글러 type 6 9mm는 훨씬 많은 렌즈매수 (7장) 를 쓰고 있음에도 더 높은 투과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이 접안렌즈의 코팅이 스카이워쳐보다 월등히 뛰어나며, 아마도 GS나 징후아 (맥스비젼)의 코팅과 적어도 비슷하거나 더 뛰어나다는 근거로 볼 수 있습니다.

4-3 울트라와이드앵글 접안렌즈

  울트라와이드앵글의 경우, 극심한 고스트 현상이 관측자들로부터 여러차례 보고된 바가 있으므로, 여러 관측자들로부터 알려진 기존의 주관적인 관측경험들과 실험 결과가 잘 일치합니다. 실제로 이 접안렌즈는 투과율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어 보입니다.

4-4 난반사 방지 처리와의 관계 및 가정

  이 실험에서는 빛 투과율을 실험하였기에, 내부 난반사 방지 처리와는 상관이 없이 렌즈 매수와 코팅이 투과율을 나타냄을 고려해야 합니다. 내부 난반사가 심할 경우, 투과율이 실제로 나빠도 다소 투과율이 높도록 왜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레이저를 이용한 실험이기에, 내부 난반사 방지 처리가 이 실험에 큰 영향이 없다고 가정하였습니다.

4-5 단초점 접안렌즈

  레이저라고 해도 약간의 면적이 있어서, 배율이 높은 단초점 접안렌즈의 경우 이 레이저의 빛을 지나치게 확대해 버렸습니다. 때문에 또 다른 텔레뷰의 나글러 type 6 3.5mm와 특히 코팅기술로 유명한 XO 5mm의 투과율을 조사할 수 없었습니다.

 

5. 결론

  650nm 파장에서의 접안렌즈의 투과율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1) 플뢰슬 방식 중에서는 GS 플뢰슬이 투과율이 가장 뛰어나며, 셀레스트론의 것이 가장 떨어집니다.

  (2) 나글러 type 6 9mm는 투과율의 최소값으로 여겨지는 값을 기준으로 해도, 많은 7장의 렌즈를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렌즈 매수가 4장 뿐인 셀레스트론 (스카이워쳐) 플뢰슬 접안렌즈들에 비하여 투과율이 크게 쳐지지 않습니다.

  (3) 스카이워쳐 울드라와이드앵글 접안렌즈는 심각하게 투과율이 떨어집니다. 적어도 발광성운 관측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으며, 제조사에는 코팅의 보완이 필요한지 여부를 검토하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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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사식에서 가장 단순한 형태가 뉴턴식이다. 현재 가격대비 성능에서 최강자를 지키고 있는  돕소니언 방식의 거의 대부분이 뉴턴식이다. 하지만 이 뉴턴식 망원경을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차이가 있다. 

  반사망원경의 주경을 구성하는 오목면을 만들기에 가장 단순한 형태는 구면이다. 하지만 구면으로 만들 경우 구면수차라는 아주 골치아픈 문제를 마주치게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마추어용 반사망원경은 주경을 포물면으로 만든다 (참고 : 천체망원경 이야기 - 5 : 수차 이야기 [구면수차]).

  포물면은 평행광선의 빛을 정확하게 바라보았을 때 그 빛을 한 점으로 모아준다. 그렇기에 이 포물면이 일상 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랜턴, 자동차 전조등의 전등 안쪽 반사면은 포물면으로 되어있다. 별빛은 너무 멀리서 오기 때문에 평행광선이고, 포물면으로 별빛을 정확하게 조준하면 별빛이 한 점에 모인다. 천체망원경에서 시야 중심에서 상이 가장 완벽한 것은 포물면으로 주경을 구성한 반사망원경이다. 단, 빛을 입자로만 생각한다면 말이다 (빛은 파동의 성질도 가지고 있다). 

  뉴턴식은 이 포물면의 주경이 모으는 빛을 부경 (사경)을 달아 옆에서 볼 수 있게 고안한 것이다. 따라서 뉴턴식의 경우에는 주경에 의해 모인 빛이 있는 그대로 방향만 바뀌어 관측자에게 향한다고 보면 되겠다. 뉴턴식은 보통 초점비 4-7 사이에서 제작하는데, 이 초점비는 경통의 용도에 따라서 다르게 제작할 수도 있고 또 제작했을 때 경통의 부피 등도 고려한다고 생각하는게 맞을 것 같다. 적도의 위에 올릴 경통의 경우 초점비가 크면 지나치게 부피와 무게가 커져서 그만큼 비싼 적도의를 요구하게 되므로 가급적 초점비를 작게 만드는게 좋겠고, 돕소니언의 경우에는 사람의 평균적인 키에 가급적 맞추는 것으로 보인다. 돕소니언에서 동일구경의 경우 초점비가 커지면 접안부의 높이가 올라가서 키가 작은 사람이 관측하기 어렵고, 지나치게 작으면 또 허리를 굽혀야 하므로 불편함이 있다.

 

뉴턴식 망원경의 단면도

뉴턴식 경통으로 만든 돕소니언


 
 

  카세그레인식은 망원경의 옆에서가 아닌 뒤에서 관측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평면거울 대신 볼록거울을 사용해서 주경의 뒤쪽으로 빛을 빼 주는데, 이 때 볼록거울에 의하여 주경이 모은 배율보다 배율이 약간 늘어난다. 현재는 아마추어 용으로도 연구용으로도 카세그레인을 제작하는 경우가 드물다. 연구용으로는 리치-크레티앙이라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고, 아마추어용으로는 뉴턴식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다만 전파망원경에서는 카세그레인식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카세그레인식 망원경의 단면도


  현재 쓰이는 광학용 카세그레인 망원경은 흔치 않음에도 카세그레인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쉽게 접해볼 수 있는데, 넓은 의미에서는 리치-크레티앙 등의 망원경도 카세그레인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좁은 의미의 카세그레인식 망원경은 주경을 포물면으로, 부경을 쌍곡면으로 연마한 위의 단면도와 같은 형태의 망원경이다. 다만 망원경을 겉으로 보았을 때 카세그레인과 비슷한 구성 (오목거울 주경 + 볼록거울 부경)을 가지고 있으면 그냥 편하게 카세그레인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가끔 있다. 

  또한 '카세그레인 초점'이라는 말을 또 들어볼 수 있는데, 이것은 광학계가 카세그레인이냐 여부와는 전혀 상관없이 초점이 주경의 뒤쪽에 자리하면 카세그레인 초점이라고 부른다. 1m 전후의 구경을 가지는 적도의식 가대의 소형 연구용 망원경의 경우에는 카세그레인 초점에 CCD나 분광기를 달아 직접 관측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위대식 가대를 이용하는 큰 망원경에 무거운 기기를 설치해야 하는 경우 카세그레인 초점에 달지 않고 한 번 더 옆으로 빼서 나스미스식 초점에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카세그레인 초점과 나스미스 초점의 차이



  뉴턴식이건 카세그레인식이건, 부경을 공중에 매달아 두기 위해 부경을 잡아주는 지지대를 설치해야 한다. 이것을 보통 '스파이더'라고 부르는데, 왜 이렇게 부르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 스파이더와 부경이 주경 앞을 가리기 때문에 나타나는 몇 가지 문제가 있는데, 하나는 광량을 잡아먹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회절을 일으켜 상을 악화 시킨다는 것이다. 광량을 잡아먹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회절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그래서 반사망원경으로 밝은 별을 보면 아래 사진처럼 보이게 된다.

반사망원경으로 본 밝은 별

  위 사진에서 X 모양으로 길게 늘어선 것이 스파이더에 의한 회절이다. 또한 밝은 별 주변에 뿌옇게 별무리가 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부경에 의한 회절이다. 일반적으로 반사망원경으로 별을 보면 스파이더에 의한 회절이 가장 먼저 눈에 띄고 또 거슬린다. 하지만 부경에 의한 회절 역시 만만치 않게 상을 악화시킨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앞서 위에서 빛을 입자로만 생각한다면 포물면으로 주경을 연마한 뉴턴이나 카세그레인 망원경이 중심상이 가장 좋다고 언급하였는데, 빛을 입자로만 생각하면 반사망원경에서는 직진과 반사만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빛은 파동의 성질도 가지고 있으므로 회절을 일으키고, 이로 인한 상의 악화는 상당히 크다.  

  스파이더와 부경에 의한 회절에도 불구하고 뉴턴식이나 카세그레인식의 중심상은 봐줄만한 편이다. 하지만 주변상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지는데, 중심에서 멀어져서 시야 주변으로 갈수록 별상이 길게 늘어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주경을 포물면으로 연마하면 필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코마수차라고 한다 (천체망원경 이야기 - 6 : 수차 이야기 [코마수차]). 이 코마수차는 시야가 넓어도 시야 가장자리 부분을 못 쓰게 만들기 때문에, 쓸만한 시야를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용 망원경들이 카세그레인 대신 리치-크레티앙 방식을 쓰는 이유도 이 코마수차 때문이다. 리치-크레티앙 방식은 주경을 포물면이 아닌 쌍곡면으로 연마하기 때문에, 코마수차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이 코마수차로 인하여, 포물면을 주경으로 쓴 뉴턴식이나 카세그레인식의 경우 시야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상이 바깥 방향으로 꽤 번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이 뉴턴식인 돕소니언의 경우 손으로 추적하면서 행성등을 관측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고배율의 행성 관측에서 돕소니언으로 세밀하게 추적하기가 어려운데다, 손을 경통에 직접 대기 때문에 손떨림 등이 경통에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반사망원경에서 초점이 맞지 않았을 때의 모습


  위 사진은 덤 ... 인터넷에서 구한 것인데, 망원경의 초점을 이렇게 흐려놓으면 빛이 주경에 닿기 전에 어떻게 가려졌는지를 볼 수 있다. 반사망원경에서는 부경에 의해 가운데 부분이 가려지고 또 스파이더에 의해 X 모양으로 약간 가려지므로 초점이 안 맞는 상태에서는 위 사진처럼 보이게 된다. 만일 밝은 별을 시야 중심에 놓고 초점을 흐렸는데 위 사진처럼 보이지 않고 가운데 검은 부분이 한 쪽으로 치우쳐 있다면, 그것은 주경이 기울어져 있던가 혹은 부경의 중심이 맞지 않은 것이므로 이러한 상태에서 망원경의 광축을 점검할 수 있다. 또한 이 상태에서의 밝은 부분의 일렁거림으로 씨잉을 가늠해볼 수 있고, 이 일렁거림은 망원경이 냉각이 다 되지 않았을 때에는 또 다른 패턴으로 일렁거리기 때문에 냉각이 잘 되었는지 여부도 확인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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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다. 각 국가간의 이해관계에서 정치적인 타협에 실패하게 되는 경우 마지막으로 사용하는 카드이다. 힘의 지나친 불균형은 전쟁을 쉽게 결정하게 만든다. 유럽의 2차대전은 독일이 영국, 프랑스보다 지나치게 강력했기 때문에 발발했다고 분석하는 경우가 많다 (1,2차대전 직전 인구로 독일 > 영국 + 프랑스). 그래서 독일은 전 후 네 조각으로 강제 분리되는 조치를 당했다. 이 조치는 EU라는 새로운 전쟁방지장치를 고안해 낼 때가지 계속되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다른 국가들에 비하여 지나치게 강력했다. 일본을 견제할 유일한 세력인 중국은 일본에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도 내분을 겪고 있었다. 소련은 러일전쟁 이후로는 아시아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아시아에서의 일본의 침략행위는 힘의 논리로만 본다면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미국을 공격했다. 미국은 가장 큰 바다를 건너 태평양에 있었으며, 유럽의 전쟁을 지원하는 중요한 세력이었다. 일본이 중국의 일부는 점령할 수 있어도, 미국을 점령하는 것은 머릿속에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하기 전에도 일본에서조차 미국과의 장기전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태평양을 끼고 있어서 장기전이 확실시 되는 것이 태평양 전쟁이었다. 일본은 왜 이 전쟁을 시작했을까?
   위에 설명한 배경과 함께, 책은 이른바 '총력전 연구소'라고 이름붙여진 작은 기관에 대한 호기심으로 독자를 유인한다. 이 연구소에서는 '미국과의 전쟁은 필패'라는 결론을 전쟁 직전 일본 내각에 전달했다. 이 연구소는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고 무엇을 하였는지를 쫓아가 보는 것이 이 책의 시작이다.

쇼와16년여름의패전1941년일본은어떻게무모한전쟁에뛰어들었나
카테고리 정치/사회 > 국방/군사
지은이 이노세 나오키 (추수밭,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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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알다시피, 2차대전은 자원 전쟁이었다. 특히 석유의 전쟁이었다. 독일은 석유를 얻기 위해 무리하게 소련을 침공했으나 실패했다. 이탈리아는 석유를 얻기 위해 아프리카를 통해 중동으로 넘어가려 하였으나 실패하여 독일에 짐만 되었다. 일본은 석유를 얻기 위해 동남아시아를 침공했다.

   미국의 일본에 대한 석유 수출 금지는 일본을 석유부족으로 몰아넣었다. 일본은 석유를 찾아 동남아시아를 공격했고, 이는 미국과의 전쟁을 피할 수 없는 길이었다. 하지만 사실을 열거하는 것은 좋으나, 일본의 우익의 시각이 은연중에 녹아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 책에는 일본 우익의 시각이 상당히 들어있다. 책에 의하면, 미국은 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고의로 일본에 석유를 공급하는 것을 중단했다. 말하자면 미국은 일본과의 전쟁을 유도했다. 미국으로부터 전쟁을 유도당한 일본은 그들 (총력전 연구소)이 보기에도 불리한 전쟁에 말려들었다.

   하지만 정상적인 내각이라면 전쟁을 피할 수 있었지만, 이 책은 전쟁을 피할 수 없었던 당시 일본의 내각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결국 총력전 연구소의 결과와는 달리 내각은 전쟁의 승산이 있는 쪽으로 숫자를 억지로 변경하여 전쟁을 결정한다. 내각의 책임자였던 도조 히데키는 천황의 명에 따라 전쟁을 하지 않고자 하였으나 어쩔 수 없이 전쟁을 결정하였다고 책은 기술하고 있다. 참 위험한 일본 우익의 시각이다.

   책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시점은 일본과 미국과의 전쟁이었다. 일본의 아시아 침공은 저자의 안중에 없다.  책의 요점은, 일본이 미국을 공격한 것은 미국이 일본의 공격을 대일 석유수출금지 조치를 통해 유도했기 때문이며, 당시 일본의 내각은  이 불리한 전쟁을 막을 수 없는 구조였다는 얘기다. 이 얼마나 한심한 변명인가. 미국이 대일석유수출금지를 하기 전에 일본이 중국을 포기할 수도 있었다. 그 땅은 애시당초 일본 땅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본은 중국을 포기할 수 없었다.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어떤 변명을 둘러대건 간에 일본의 욕심 때문이다. '강도와 강도가 싸운다고 해서 그 들 중 어느 한 쪽이 더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며 둘러대지만, 강도와 강도가 싸운다고 해서 그들 중 어느 한 쪽이 덜 나쁘다고 볼 수도 없다.

책은 후반부로 갈수록 시종일관 '일본은 내키지 않는 전쟁에 나섰다'는 인상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중국도 내키지 않는 전쟁을 치렀고, 한국은 내키지 않는 점령을 당했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내켜서 했건 유도당했건, 그 이전에 일본의 잘못을 명백히 직시하길 바란다.

   또한 이 책은 시종일관 A급 전범인 도조 히데키가 실제로는 전쟁을 원하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도조 히데키는 천황의 명을 따르는 충신이었으며, 천황이 전쟁을 피하라고 지시한 것을 따려르고 무척이나 애를 썼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각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하여 도조 히데키가 전쟁을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일본의 최고 위치에 있는 자가 일본의 전쟁을 막지 못하면 누가 막는다는 말인가? 그러한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면 그 문제 또한 일본에서 가장 권력이 막강한 자가 고쳤어야 한다. 그는 기를 쓰고 전쟁을 반대했어야 했지만, 내각에서 더이상 전쟁을 반대할 수 없다는 변명으로 전쟁을 결정했다. 도조 히데키가 실제로는 전쟁을 원치 않았으므로 억울하다는 주장은 그 주장이나 논리에도 수긍할 수 없지만 그마저도 지나치게 궁색하다.


   안타까운 것은, 이 책에서 열거하는 당시의 전쟁결정 과정에서 한국은 없었다는 것이다. 일본이 있었고, 일본의 전쟁상대인 미국이 있었고, 일본이 전쟁을 수행중인 중국 또한 전쟁여부를 결정하는데 고려되는 요소 중 하나였다. 한국은 일본의 태평양전쟁 개전 여부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력을 가지지 못했다.

   만일 일본이 중국에서 적당한 선으로 철수하고 미국과 조약을 맺었다면, 한국은 아마 아직 일본의 식민지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았기에 우리는 지금 독립을 하고 있지만, 대신 태평양전쟁 기간동안 심한 수탈을 겪어야 했다. 이 결정과정에 영향을 주기에 한국의 힘은 지나치게 미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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