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AA (전국 대학생 아마추어 천문회 연합)은 꽤 오래된 전국적 대학생 모임이었다.

UAAA의 역사는 나도 잘 모르고, 그나마 있던 기록들은 여기저기에 흩어졌고 지금은 존재를 알 길이 없다. 그렇지만 핼리혜성이 오던 때에 맞추어 대략 1980년대부터 크게 활성화가 되었고, 그 시기의 대학생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현재 한국의 아마추어 천문을 아직까지도 주도하고 있다.

나는 01학번으로, UAAA에서 02년부터 04년까지는 꽤 활동을 했었고 일부 05,06학번들도 알고 있다.


UAAA는 전국의 '별을 보는' 대학생들의 모임이다.

별을 본다는 것은, 서울같은 도시의 밝은 불빛에서 벗어나야 하는 문제로 교통비와 숙박비가 든다. 그리고 장비는 고가이고, 상대적으로 신입생들은 장비를 잘 고장낸다.

별을 보는 것과 찍는 것은 상당히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데, 그러한 기술들을 쌓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자주 별을 봐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날씨는 별을 보는데에 호의적이지 않아서, 날짜를 잡고 별을 보러 가면 맑을 확률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



나는 한 때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별을 보러 다녔다. 당연히 UAAA에도 아는 사람이 여럿이 생겼고, 01-03학번의 UAAA 친구들을 지금도 여럿 만난다.

그리고 얼마전, 이런 쪽지를 보았다.




UAAA 활동의 침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것은 한국의 야간조명의 증가로 인하여 관측에 소모되는 교통비증가, 경제난, 취미생활을 누리기 힘들어진 대학생의 현실 등이 맞물린 결과이다.

사실 나는 약 05~06년경 부터 'UAAA'의 와해가 멀지 않음을 예감했다. 당시 UAAA는 모임의 목적인 '천체관측 및 그에 관한 정보공유'를 전혀 수행하지 못하는, 오로지 사람이 많다기에 놀러나온 자들로 구성된, 몸집만 큰 집단으로 변한지 오래였다. 앞서 말한 이유 등으로 실제 별을 보는데 관심있는 대학생들이 대폭 줄어든 탓에, 그저 사람 수로 지탱되고 있는 목적을 잃은 집단이었다. 내 생각에, 한 순간에 UAAA가 와해되어 없어질 수 있어 보였다.


사실, 별을 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밤을 새야 하고, 무거운 망원경을 옮겨야 해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고, 밤에 시골이나 산을 돌아다니는 일이다보니 여학생의 참여가 좋지 못해 대부분의 대학교에서 성비가 고르지 못하며 (여학교 제외), 통일호가 없어지면서 교통비가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반면 취업난으로 인하여 대학생들이 무의미한 학점 및 자격증 경쟁에 말려들어 취미와는 동떨어진 대학생활을 지내기 일쑤인 현재, 저 많은 시간적, 육체적, 경제적 패널티를 안고 별을 보러 다닐 수 있는 열정적인 대학생들은 원래도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극히 드물다.



우연의 일치일까, 나의 동호회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결말을 맺었다.


한 때 어딘가에 홀린 듯 별을 보러 다녔던 나에게 UAAA는 내 또래의 친구들과 함께 별을 보는 곳이었고, 동호회 별빛스케치는 별을 좋아하는 형들 (대부분이 나보다 형들 혹은 아버지뻘도 계시다)과 밤새 망원경 얘기를 하면서 시간 가는 줄을 모르던 그런 곳이었다.

아름다운 시간들을 이제 머릿속으로만 기억해야 하는 때가 나에게도 오다니.

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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