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 - 11월 10일, 칠레 CTIO 천문대에 관측을 목적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칠레에는 남반구에서 천체관측 조건이 가장 좋은 곳을 소유하고 있어서, 세계 여러 나라의 대형 망원경들 (구경 8m급의 VLT, Gemini 등)이 위치하고 있다 (북반구의 경우, 하와이).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구경 25m급의 GMT 프로젝트도, 칠레에 지어질 계획이다. 내가 다녀온 곳은 CTIO라고 하는 곳으로, VLT, Gemini등의 망원경이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봉우리에 있다.

  칠레는 남반구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별자리와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별자리인 오리온자리의 경우 칠레에서 보면 위-아래가 뒤집혀서 보인다.

참고글 : 2010/11/02 - [별을 보는 이야기/잡담] - 남반구에서는 별자리가 뒤집힌다


  칠레까지 가는데 인천->L.A -> (리마 경유) -> 산티아고 -> 라 세레나  총 4번의 X-ray 검색대를 통과하면서 "이거 필름이니 제외해달라" 설명하는 것도 귀찮았지만, 나름 가는 동안에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막상 가서 찍어보니, 하늘이 지나치게 어두워서 뷰파인더로는 구도를 잡을 수도 없고, 당연히 수평 맞추기도 쉽지 않고, 연구용 데이터를 얻는 천문대에서 손전등 하나 켜는 것도 눈치가 보이고 (손전등 작은 것만 켜도 되게 밝다),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었다.

  칠레 천문대의 하늘이 얼마나 어두웠냐면, 달도 없는 하늘에서 오로지 별빛만으로 도로의 차선이 구분되어 걸을 수 있는 정도였다. 사진을 찍을 때에도, 암적응이 되면 돔 사이사이로 난 하얀색 선을 따라서 손전등 없이 이동했다. 그렇지만 역시 처음 찍는 곳에서 노출잡기가 쉽지는 않았다. 예전에 우즈베키스탄에 가서 대부분의 사진이 노출부족이 나온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예 극단적으로 조리개를 여는 노출을 주었다.

참고글 : 2010/10/05 - [여행] - 우즈베키스탄 마이다낙 천문대


  하필 출발 직전 내 카메라가 고장나는 바람에, 내 카메라와 기종이 같은 학교 카메라 중에서 골라서 카메라를 들고 갔다. 그러나 현상후에 확인해보니 카메라 상태가 역시 좋지 않아서, 4컷 중 두 컷이 겹치고 한 컷이 빛이 새서 망가졌다. 운이 좋게도 네 컷 모두 노출이 맞았는데, 찍을 때 필름을 넘기는 와인더가 감이 좋지 않더라니 무려 세 컷을 카메라가 날려먹었다.

4m 망원경 돔과 남천일주 :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컷.

카메라 : 펜탁스 MX, 렌즈 : Vivitar 24mm F2.8, 필름 : E100VS (+2 증감), 노출시간 : 2시간 (새벽 박명빛 포함), 조리개 : 4


  우리나라에서 북천일주를 찍으면, 북극성이 가장 작은 원을 뚜렷하게 그리는 북천일주사진이 찍힌다. 그러나 남반구에는, 천구의 남극 근처에 북극성(2등성)같은 뚜렷한 별이 없다.

참고 : 2010/05/30 - [사진/천체사진] - 영양 반딧불이 천문대 - 영양 반딧불이 천문대 뒷산에서 찍은 북천일주
         2010/05/25 - [사진/천체사진] - 보현산 천문대 - 보현산천문대에서 찍은 북천일주

  수평도 살짝 기울어진데다, 렌즈의 왜곡으로 천문대의 돔이 기울어져 있다 (싸구려 광각렌즈는 다루기 쉬운 물건이 아니다 ㅠㅠ). 여러모로 아쉽지만, 그래도 처음 찍은 장소에서 저 정도를 건져온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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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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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나는 우즈베키스탄 마이다낙 천문대에 관측을 목적으로 다녀왔다.

일주일간 출국을 하였고, 비행기로 7~8시간 가서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서 하룻밤 묵고, 다시 차를 타고 8~10시간 가서 천문대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돌아오는 길은 그 반대인데, 하루 짬을 내서 사마르칸트에서 관광을 하는 일정이 잡혀 있었다.

당시에는 디카도 없고 (지금도 없지만...) 블로그도 없고 (지금은 블로그는 있다) 기타 사진을 찍기 귀찮은 등등의 이유로 별다른 여행사진은 남겨오지 않았다.

다만 밭에 김태희 대신에 할머니가 있는것만 알려줄 수 있겠다 -_-;;;;;

-돈-
우즈벡 돈은 '숨'이라고 해서, 1달러에 1000~1200숨 정도 한다. 우리나라보다 평균적으로 물가가 꽤 싼 편이지만, 우리나라와 비슷한 가격의 물건들도 있다. 예를 들면, 수박 한 통에 1000숨인데 500ml 물 한 병에 500~1000숨이라던가, 그렇다.

아, 물을 살 때는 조심해야 하는데, 보통 가게에서 물을 500ml 단위로는 잘 안 판다. 단, 500ml 단위의 탄산수는 흔해서, 처음에 잘못해서 물인줄 알고 사서 벌컥벌컥 마시다가 고생하는 수가 있다... 가 아니라 처음엔 다 겪는 것 같다 -_-;

호텔은 우리나라 시골 모텔 정도의 시설을 가진 호텔이 3만숨~30달러 정도 한다. 다만 우리나라 모텔처럼 위로 크거나 한게 아니고 높아야 2~3층이다. 아, 비싼 호텔도 물론 있겠지만 나는 안 갔다. 
 
-언어-
우즈베키스탄은 우즈베키스탄어와 러시아어가 혼용해서 쓰인다. 러시아어를 안다면 우즈벡에서 말 안 통할 일은 없다. 그러나 영어를 안다면 우즈벡에서 말은 안 통한다. 도시에서 젊은이를 붙들고 몇마디 해볼 수는 있겠으나, 조금만 시골로 가거나 나이많은 사람은 대부분은 "Hello"도 못 알아듣는다. 다만, 관광지에서 한국말을 꽤 하는 사람을 만나볼 수 있는데 특히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한국말을 적어도 몇 마디는 한다. 우즈베키스탄은 나 같은 경우 천문대에 방문 관측자로 가는 것이라, 천문대에서 영어를 아는 사람이 마중을 나와서 내내 동행했다.

-관광지-
이건 여행사에 물어보시라 ...... 나 같은 경우는 사마르칸트에 하루 있었는데, 우즈벡으로 치면 우리나라의 경주 같은 곳이라고 한다. 다만, 징기스칸이 한 번 뒤집어 엎고 아무 것도 안 남은 황무지로 만들고 간 이유로 약 서기 1400~1500년 이후의 문화재만 있다. 알고보면, 경주 같은 유서깊은 도시는 많지 않다.

아, 나는 천문대에서 정전된줄 모르고 미지근한 물로 씻다가 점점 물이 차가워져서 감기걸린 상태로 사마르칸트에 내려왔는데, 그 상태로 오랜만에 밥을 보고 허겁지겁 먹다가 체해서 사마르칸트에서 호텔에서 내내 쉬고 비행기 안에서도 매우 힘들었다. 우즈벡에서도 볶음밥이 있는데 거기에 약간의 향신료가 들어 있음을 주의하자.

내가 갔던 때는 라마단 기간이었다 ...... 참고로 라마단에는 무슬림들이 낮에 음식을 하나도 안 먹는다. 그리고 우즈벡은 90% 이상이 무슬림이다.

-음식-
물 : 물이 좋지 않은 곳이라 차를 준다. 물은 사야 한다. 차를 천문대에서 끓여봤는데, 끓이고 나면 하얀 석회가 바닥에 굳어 있다.
샐러드 : 기본적으로 당근샐러드나 토마토+오이 샐러드를 번들로 준다. 그러나 한국 우즈벡 음식점에서는 이것도 판다.
샤실릭 : 향나무 및 쳐러 향신료를 첨가한 고기 술붗 꼬치구이. 매우 맛있다. 닭, 양, 소를 먹는데 나는 닭을 강추한다.
쌈싸 : 양고기를 넣은 빵을 구운 것으로, 아주 큰 만두 비슷하다.  
빵 : 주식이 빵이다. 맛이 별로인게 아니고 맛이 없다.
기타 : 양고기
주로 양고기를 제일 많이 먹는다. 쌈싸는 우즈벡에서 먹으면 정말 먹기 힘든 쌈싸도 종종 있는데, 양고기 기름이 줄줄 흘러서 냄새도 나고 손에도 냄새가 배는 그런 쌈싸가 있다.

한국에도 우즈벡 음식점이 있어서, 자주 가는 편이다. 다음에 가게 되면 사진을 찍어다 리뷰를 해 보겠다.


-날씨-
우리나라랑 비슷한 주기의 계절을 가지고 있지만, 매우 건조하다. 더울땐 매우 덥고 추울땐 매우 추운 것 같다.





마이다낙 천문대에는 1.5m 망원경과 기타 작은 망원경들이 여러가지 있는데, 나는 1.5m 망원경을 썼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망원경을 쓸 때에는 사진을 찍고 다녔는데, 워낙 한국보다 어두워서 수평잡기도 다소 힘든 편이었고 구도 잡기도 힘들었고,또 대부분의 사진들은 노출부족이 나왔다. 건진 것은 두 장 뿐이다.



 



                                                       
왼쪽 사진은 초점을 조금씩 바꿔가면서 50mm로 F2에 약 60초 정도 노출을 주었고, 그래서 천문대 건물에 초점이 나간 것을 볼 수 있다.

오른쪽 그림은 24mm로 F5.6으로 찍었고, 뿌연 것은 은하수이다. 위쪽에 가로로 긴 선은 비행기 궤적이다. 아마 이 사진을 찍으면서, 아래 동영상에 1:32~1:40 사이에 LED자국을 몇 번 내고 지나간 것 같다.

펜탁스 MX, 프로비아 400F, 3.5stop 증감 


사실은, 이거 찍으러 돌아다니고 있었더니 동행하고 있던 우즈벡인이 와서는 주변에 곰 돌아다닐 수 있다고 조심하라고 했다. 숙소에서 천문대 지나서 200~300m 정도에서 발자국이 보인 적이 있다고. 나 거기 지나서 골짜기까지 갔었는데 바람소리 때문에 뭐가 지나가도 하나도 모르겠던데...... 죽을뻔 했네.




여기는 러시아 인들이 꽤 많이 온다. 나는 가서 러시아 아마추어를 한 명 보고 그들이 내미는 팜플렛도 하나 받았는데, 그 러시아 인이 유성을 찍는다고 디카로 이것저것 찍고 다니고 있었다. 그러더니, 나중에 후배 하나가 우즈벡 가서는 요 아래 동영상을 받아왔다.


원저자의 유튜브 링크 http://www.youtube.com/watch?v=uSFVcuAk2-Y
자기 전에 보고 있다면 BGM을 머릿속에서 지우는데 성공하길 빈다. 

동영상에서 제일 밝은 천체는 태양이 아니고 달이다 (태양이 별과 같이 찍힐 순 없다). 동영상에 지상에서 지나다니는 불빛 은 사람인데, 아마 나도 몇 번 찍혔을 거다.

은하수야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어두운데 가면 보이는거고, 나는 여기서 난생처음 황도광도 봤다. 뭔가 이상하게 은하수는 아니고 약한 빛이 하늘에 또 띠처럼 있는데, 우즈벡에 그렇게 밝은 광원은 없을거고 (수도 타슈켄트도 밤에 비행기에서 내릴 때 보니까 가까이 가야 불빛이 보이고 무슨 10m마다 한 명씩 서서 촛불집회 하는 거 같더라), 거기가 밝은 이유가 없었다. 혹시 황도광이 아닌가 싶어서 이 동영상 찍고 있던 러시아인한테 물어봤더니 '맞아. 그거 되게 밝아' 라고 말해줬다. 



-정리-
아마 내가 다시 우즈벡을 갈 일은 적어도 향후 5년 내에는 없지 싶다. 뭐, 사실 우즈벡에서 별로 감명깊었던 일도 별로 없다. 관광코스를 따라다닌 것도 아니고, 단 하루 돌아다니던 날은 배탈나서 완전히 죽을 맛이 되어 있었고 ... 물도 제대로 못 먹는 상태였으니...

그렇지만 우즈벡 음식 중에서 '샤실릭'은 굉장히 맛있다!



-p.s- 우즈벡 가서 돌아오던 날이 서울 세계 불꽃축제 하는 날이었다. 찾아보니 2007년 10월 13일에 돌아왔군. 근 2~3일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우즈벡에서 한국까지 비행기타고 날라와서 집에 들어가니 오후 12시였다. 불꽃축제를 그래도 찍겠다고 준비해서 2시반쯤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6시반!

몸 가누고 있기도 힘든데 일어나서 달려가 찍은 이유는, 지금까지 이 불꽃축제 사진 공모전이 63빌딩이나 프라자호텔 뷔페권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날 몸상태도 별로고 상황판단도 한 박자씩 늦다보니 사진도 실패하고 결국 공모전 떨어졌다.  ㅠㅠ 

-p.s 2- 그 배탈, 결국 2일인가 더 굶고 일주일 밥+죽만 먹고 (김치도 못 먹고) 겨우 나았다.
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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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한 번 불꽃축제를 찍고 공모전도 낸 이후, 2004년은 조금 다르게 찍어보기로 했다.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


우선 공모전에서 당선되려면 뭔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게 필요했다. 노출, 구도, 색감 등등에서 노출의 경우 불꽃이 터지는 것을 잡아서 찍는 것은 운이 많이 들어가는 요소이므로 내가 바꾸기 쉬운 것이 아니고, 색감은 내가 쓰는 카메라가 필름카메라니까 몇 초 씩이나 주는 노출에서 디카의 색감을 따라갈 방법이 없다. 그래서 굳이 차별화를 하자면 구도만 가능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이촌 한강지구에서 불꽃을 찍어봐야 차별화가 될 리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 우연히 웹에서 다른 사람의 사진을 보았다. 굳이 설명하자면, 이촌한강지구는 아래 왼 쪽 그림과 같고, 내가 본 사진은 오른쪽그림과 같이 찍은 사진이다. 그림에서 빨간 선은 불꽃이 올라오는 바지선이고, 검은 화살표가 촬영 방향이다. (그림이 좀 조잡하다... -_-;;;)


지도 : 알맵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다. 나는 이 사람의 사진과 같은 위치를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해서 급기야 불꽃축제 전에 지방에 내려갔다가 불꽃축제 당일에 서울에 도착하는 일정이 잡혀버렸다.

그렇다면 미리 사용할 충분한 다양한 종류의 필름, 삼각대 등을 준비해놓고 서울에 오자마자 나갈 수 있게끔 준비해 놓아야 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그래도 카메라와 삼각대는 바로 들고 나갈 수 있게 집에서 들고 나와 연구실에 미리 준비해 두었다. 어떻게든 사진을 찍겠다는 각오였다.

문제는 장소였다. 사전 답사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뒤늦게 3~4시에 서울에 도착해봐야 이촌에는 자리도 없을 터였다. 작년이 첫 공모전이었으니, 분명히 작년보다 많은 사진가들이 공모전을 노리고 일찍부터 자리를 잡아놓고 있을 터였다.  

겨우 오후 5시쯤에나 어린이대공원역에서 지하철을 탈 수 있었던 나는 일찌감치 이촌을 포기했다. 8시에 첫 불꽃이 터질 예정이고, 이촌 근처까지 약 1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하면, 자리를 결정하고 촬영준비에 30분정도 잡고, 남는 1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1시간이라면, 사실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5시 40분쯤 충무로에 도착해서 필름가게을 기웃거려 필름을 샀다. 이촌역에는 약 6시 40분쯤 도착했고, 7시쯤 용산역에서 택시를 타고 마포역으로 이동했다.

시간이 매우 부족했다. 마포역에서 7시 10분쯤 내려서 언덕이 있는 골목길을 기웃거려 한강이 보이는 좁은 길을 찾긴 했지만, 그 곳 마저도 이미 자리잡은 사람들로 지나가기도 벅찬 지경이었다. 심지어 시야에 전깃줄이 들어와서 좋은 사진을 건지지 못할 장소였는데도.

결국 길가를 포기하고, 건물 위를 찾아 보기로 했다. 주말이고 저녁이므로 열려있는 건물이 없을 수도 있었지만, 상주하는 경비원이 있는 건물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사정해서 올라갈 수 있을 터였다. 그래서 예전부터 생각해둔 '번개표'가 붙어 있는 건물을 돌아봤는데, 문은 모두 잠겨 있었다 (이 건물 지금도 번개표라고 붙어있다).

이 이후의 과정은 자세히 말할 수 없다. 사진을 찍은 장소가 알려지면 민폐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간에 쫓기느라 길을 따라서 가지 않고 담을 몇 차례 넘어가면서 겨우 자리를 잡았다는 정도만 말할 수 있겠다. 2005~2007년 불꽃축제 촬영에서의 기억으로 보면, 나 말고도 이 장소를 알고 있는 내가 모르는 사람이 최소한 한둘은 더 있긴 하다. 나 말고도 이 자리에서 찍은 사람이 있다. 하지만 주민들을 위해서, 이 장소를 언급하기는 애매하니 이해 바란다.

그렇게 해서 2004년 서울 세계 불꽃축제를 급하게 급하게 헐레벌떡 자리잡아 찍은 사진들이다.
토요일은 중국-호주 순, 일요일은 이탈리아(일본이던가?)-한국 순으로 터졌다. 일요일은 찍으러 나가지 못했다. 

중국편 

첫 사진 : 도로 위에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진입로 중간쯤에 서 있는 사람은 교통경찰인데, 처음에는 차 빼라고 시키더니 곧 포기했다.



노출 과다. 조리개를 개방했을 때에는 욕심부리지 말고 불꽃 몇 개만 넣고 닫던지, 혹은 불꽃이 번쩍하고 터지는 순간에 앞을 가리고 궤적만 담던지 해야 하는데 둘 다 쉬운 일은 아니다.


역시 노출과다. 다리 위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중국편은 뭔가 건진게 없다. 일단 이 자리에서 광각(24mm)으로 세로로 찍는다는건 욕심이라는걸 현상 후에 알았다. 잘 보이지 않는 전깃줄도 사진 위쪽으로 하나 지나가고, 큰 불꽃을 찍어도 너무 광각이라 그다지 모양새가 나는 것도 아니었다. 


운 좋게 호주편은 표준렌즈(50mm)로 찍은 것들이 많았고, 또 운 좋게 노출도 잘 맞아줘서 건진게 좀 있었다.

호주편 


예쁘지 아니한가?



아래쪽 조금 지저분한 불꽃들이 옥의 티이긴 하지만,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



머넞 터진 불꽃들의 잔해가 조금 남아서, 조금 지저분해 보이는 것이 흠이다.



잠시 불꽃이 쉬고 있을 때 크로스필터를 이용해 찍어 보았는데, 노출과다로 오히려 조금 지저분해 졌다. 차라리 맨 위쪽의 잘려진 불꽃 터지기 전에 가렸으면 노출도 적당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좀 있다.


예쁘지 아니한가 (2)




원형 모양으로 가운데에서 바깥으로 커지는 불꽃. 사진으로 찍으면 궤적이 이렇게 나온다.




2004 한화 서울 세계 불꽃축제 사진 공모전 동상 수상작.
공모전 수상작이므로, 이 사진의 저작권 및 지적재산권은 (주)한화에게 있다.... 이렇게 올려도 되려나 잘 모르겠다. 그러므로 부디 이 사진은 퍼가지 말길 바란다.
전체적으로 보면, 공모전 수상은 자리빨인 것을 알 수 있다. 만일 내가 디지털카메라로 찍었다면, 노출과다도 훨씬 적었을 것이고, 더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진 모두에서 나오는 푸르딩딩한 빛깔은 긴 노출에서 나오는 필름 특유의 색으로, 포토샵으로 보정해도 한계가 있고 디카의 색감을 따라가지 못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요인이다.

그렇지만, 내가 손에 익지 않은 디카를 써서 촬영했다면, 이런 사진들을 얻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2003년 불꽃축제에 비해서 장족의 발전을 보인 사진들임에는 틀림없다.



모든 사진은 필름스캔 후 무보정
장비 : 펜탁스 MX + 펜탁스 50mm f1.4 (가로사진), Vivitar 24mm (세로사진)
필름 : E100VS, E100G, Provia 등 
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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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사진에 비해서 2004년 사진은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2004년에 비해서 2005년은 사실 비슷한 사진들만 건졌지 좀 나아진건 별로 없었다.

자전거 타고 몇 시간 동안 돌아다녀도 보았고 더 나은 장소를 물색해 보았지만

별로 더 나은 장소가 없었다 ......

한강철교 너머에 있는 섬에도 가봤는데

찍을만해 보이긴 했지만, 여러모로 제약이 좀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2004년과 마찬가지로 2005년에도 이틀에 걸쳐서 불꽃축제를 한 것 같은데

이틀 모두 촬영할 수 있다면 하루 정도는 다른 장소에서 찍어보려 했겠지만,

하루밖에 촬영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놔서 결국 가장 좋은 장소인 '원래 찍던 자리'를 택하게 되었다.

이 때 여의도에 살고 있었지만, 여기보다 나은 자리는 없더라. 남들은 우리 아파트 들어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경비아저씨들은 죽어라고 인간바리케이트를 쳐서 막고 있는데 나는 거기서 나와서 다른 데에서 찍고 앉아 있다 ㅋ

그렇지만 뭐, 사진은 작년보다 나아진 것이 없었다 ... -_-;

이 사진은 약간 지저분한 불꽃 잔재가 남아서 흠이지만,
불꽃의 붉은 색으로 인하여 필름의 푸르딩딩한 색감을 잊을 수 있어서 좋다.

 


화면에 가득 찬 불꽃이 마음에 든다.


 


하늘에 둥둥 떠서 오래 남아있던 불꽃들.




 


노출 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진을 올리는 이유는... 건진사진이 별로 없어서 그렇다. -_-;
 


 

공모전 은상 수상작. 내가 보기에는 약간 노출과다인데, 뭐 한화 입장에서는 이 사진이 좋았나보다.
공모전 입상으로 인하여 이 사진의 저작권은 (주) 한화에 있으므로, 부디 퍼가지 말길 바란다.


모든 사진은 필름스캔 무보정.
장비 : 펜탁스 MX + 50mm F1.4

몇 초 씩이나 노출을 줘야 하는 불꽃사진 특성상, 필름 특유의 푸르딩딩한 빛깔이 맴도는 사진들이다. 이러한 색감의 불균형은 포토샵으로 색보정을 해도 디카로 찍은 사진들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미 모든 사진의 분야가 디지털의 우세이고 필름이 설 자리는 확실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돈 들여 DSLR을 살 계획은 없다-_-;;;;

다만 불꽃사진은, 디지털 바디를 이용해서 꼭 한 번 다시 찍어보고 싶다.

싸이에 있는 사진들을 퍼오는 중이라 옛날 사진만 올리고 요즘 찍는 사진들을 못 올리고 있는데, 사실은 요즘 찍는 사진이 없기도 하다. 1년에 별 보러 1번 나가는데 무슨 사진을 건져 오겠냐만...

그래도 엊그제 찍은 사진들을 걸어놔야 뭔가 블로그 같을텐데, 이거 무슨 사진 자랑하는 거 같네.

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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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기월식

사진/천체사진 2010. 5. 26. 21:28

2004년 5월 5일의 개기월식의 일주사진

개기월식이라 달이 지구 그람자에 가려지는 과정과 도로 나오는 과정이 모두 찍혀야 하지만,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진 상태에서 서쪽으로 져 버렸기 때문에 가려지는 과정만 찍혔다.

학교에서 찍었는데, 광해 때문인지 황사 때문인지 둘 다 때문인지 몰라도 누렇게 나왔다.

월식의 영향으로 달이 작아지면서 아래쪽이 뾰족하게 나왔다.

아래쪽의 붉은 벽돌 건물이 영실관인데, 영실관 옥상에선 천문우주과학과에서 월식을 보고 있었다. 얼마나 사진을 찍어댔는지 내 사진에 다 나왔다 -_- 사람은 어두운데다 움직여서 나오지 않았지만, 사진기 플래쉬는 저렇게 점으로 나왔다. 쫌 위에 있는 두 개의 불빛은 나를 찍는 교수님이 터트린 플래쉬 -_-;



펜탁스 MX + 표준렌즈
아그파RSX2 50 , F16, 1시간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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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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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천체사진 공모전 장려상 수상작 (연도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 

제목 : 고요한 숲속의 밤


거창 월성 수련원에서 찍었던 처음이자 마지막 사진. 거창은 서울에서는 너무 멀다.
거창 월성 수련원은 남쪽 지방 아마추어들이 많이 찾는 관측지로 알고 있다.
사진을 찍은 이 날은 전국 대학생 아마추어 천문 동아리 연합 (UAAA)에서 단체로 관측을 갔던 날이다.
믿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OIII 필터를 끼운 옵세션 (망원경 메이커 이름)으로 말머리성운도 보았다. 별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덧붙이면, 이거 보기 힘든 정도가 아니라 그냥 안 보이는거다. 사진에서나 나오는 그런 천체란 얘기다. 자랑 맞다. 벌써 몇 년전 일이고 얻어본 것이긴 하지만 -_-;

그런데 거창 월성 수련원... 정말 답 안 나오는 풍경을 가진 곳이다. 일주 촬영을 위해선 정말 별로이다.
그나마 억지로 구도를 만들어 한 컷을 찍었다.... 라고 생각했는데 

뭐 결과는 나쁘지는 않으나 누군가 LED를 켜고 지나간 흔적이 남아 사진에 오점을 조금 남겼다. 현상결과를 보고 맘에 들어 하던 중... 확대경을 들어 필름을 자세히 본 순간 30초동안 뭐라 말을 할 수 없게 만든 저 LED자국=_=!!

여튼...내 모니터로 보았을 때에는, 색감이 실제 사진보다 조금 어둡고, 광해의 흔적이 조금 덜 해 보인다.

장비 : MX+24mm
노출 : E100VS, F11 8시간 40분, 5시간정도 초승달빛을 받음.


천문연에서는 고요한 숲의 밤이라고 마음대로 제목을 줄였는데... 
'고요한 숲속의 밤'이다. 글자 한두자 차이가 주는 느낌이 매우 크다.-_-;;;
어쨋거나 첫 천체사진 공모전 입성작.
누군가가 지나가느라 생긴 LED자국으로 인해 아래쪽 일부를 잘라내 제출하였고
솔직히 말하자면 저런 구도를 찾아 다니던 잡을 감정상태에 있었다는 것은 완전 운빨이라고 생각중.
사실은... 철창살 같은걸로 사방이 막힌 답답한 구도가 자꾸 눈에 들어오는 감정상태였더랬다.
얘기를 꺼내자면, 할 말이 많은 사진.

아래쪽을 자르기 전 원본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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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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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보현산천문대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보현산천문대는 시민천문대나 사설천문대가 아닌, 연구용 국립천문대이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별을 보여주거나 하는 행사는 1년에 한두번밖에 하지 않는다. 다만, 낮에는 일반인들이 잠시 둘러보고 갈 수 있는 작은 견학용 공간이 마련되어 있기는 하다.

나는 이 때 분광관측을 하러 갔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도교수님의 관측시간에 같이 간 셈이다. 



사진은 관측 첫 날 바로 CCD가 고장이 나서, 맑은 날 개점 휴업을 하는 도중에 찍었다. 다음날이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관계자 분들께서 올라오셔서 해결해 주신 관계로 다음날 부터는 사진을 전혀 찍지 못했다.

가장 작은 궤적을 그린 별이 북극성이다. 북천일주 사진을 몇 장 보면 알 수 있지만, 북극성이라고 일주운동을 전혀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아주 작은 원을 그리며 도는 것이다. 아주 짧은 유성의 궤적도 하나 나와 있다.

장비 : 펜탁스 MX + vivitar 24mm 
노출 : 아그파 CT precisa 100 , F11, 2시간반쯤



보통 연구용 관측 중에는 모든 불을 모두 소등해야 하고, 작은 불빛 하나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데 보현산에서 관측을 하다보면, 일반인들이 관측중에 자동차를 몰고 올라와서 별을 보려고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전조등도 모두 켜고 올라오면, 매우 난감하다. 감시 카메라가 곳곳에 있어서 누군가 올라오면 내려가서 돌아가 달라고 말하거나 방송으로 전달하는데, 특히 주말에는 극성이다.

관측을 하는 사람들은 관측중에 누군가 올라오면 매우 불안하다. 갑자기 불이라도 켜서 지금 관측중인 방향에 빛이 새면 과학의 결과가 바뀔 수도 있고, 불도 안 켜고 있으면 산인데 발이라도 헛디딘다거나 사고가 나면 또 난감하기 때문이다.

가끔 아마추어 천문인들이 보현산천문대 바로 아래쪽 주차장에 와서 별을 보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아마추어천문인들은 연구용 관측에 방해가 되는 일은 스스로 자제한다. 그렇지만 천문대 입구를 넘어 들어오는 외부인들 중에는 나가달라고 해도 안 내려가고 버티는 사람들도 꽤 많이 있어서, 연구용 관측을 하러 온 사람에게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다.




나는 보현산에서 관측실에 관측자로 들어가서 직접 관측을 한 것이 처음이었다. 물론, 이 사진을 찍은 다음 날부터 관측을 했다. 그런데 이 카메라가 놓인 바로 이 곳에 정말 많은 차들이 올라와서 섰다 가는걸 보았다. 다행히 사진은 큰 문제가 없었지만, 자칫 운이 없으면 사진에 다른 불빛이 새 들어오거나 혹은 카메라를 잃어버릴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뭐 이런 이유도 있고, 관측 중에는 관측에만 집중해야 하기도 하고, 여차저차 지금은 보현산 천문대 갈 때 카메라를 아예 들고 가지 않는다.




보현산 천문대 산자락 아래에는 보현산 천문 과학관이 있다. 보현산 천문 과학관은 순수 일반인들에게 별을 보여주기 위한 용도로 지어졌으며, 연구를 수행하지 않는다.

보현산 천문 과학관을 건설한 이유 중에는, 일반인들을 위해 별을 보여주는 일을 하지 않는 연구용 보현산 천문대에 올라오는 일반인들에게 별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것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 별을 보고 싶은 사람은 보현산천문대 대신 보현산 천문 과학관을 찾으면 될 것이다.

보현산 천문 과학관 홈페이지 :  http://www.staryc.com/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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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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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건 많은데 뭐부터 써야할지 잘 모르겠고, 일단 싸이에 있는 사진들을 하나씩 가져오는 것으로 시작하려 한다.

이 사진은 내가 카메라를 사서 처음 찍은 필름에 있는 사진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고정촬영을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엄청난 발전이다ㅡ.ㅡ;

간현에 있는 지정중학교인데, 아마 202년 9월 첫째 주 토요일이었을 것이다. 내 기억에는 2002년 8월 내내 비가 왔고, 9월 초 첫 토요일부터 거짓말처럼 맑고 별이 잘 보이는 날이 계속되기 시작했다.

당시 동아리 애들과 갔었을텐데, 두 필름인가 찍어서 이 사진 하나 겨우 봐줄만했던 것 같다.

어쨌든, 이 사진이 내 별사진의 시작점인 셈이다.

잘 보면, 거문고자리가 나와있다. 제일 밝은 별은 직녀성 (Vega)이고, 이 별 왼쪽으로 남작하고 길쭉하게 나비넥타이 모양 혹은 물고기모양을 그려보면 거문고자리가 그려질 것이다.

쓰고나니 간현은 요즘 어떻게 되었을지 급 궁금해지네. 쉽게 갈 수 있는 곳 중에서 그나마 별이 좀 보이는 곳이었는데, 눈썰매장이 인근에 생기고 스키장이 생긴 이후로 안 갔더니 최근에는 급기야 신도시를 짓는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정말 자주 갔었는데 ㅠㅠ





인화된 사진을 스캐너로 스캔한 것이라 화질도 별로고 스캔한 사람의 지문도 묻어 있긴 하지만, 굳이 필름스캔을 다시 할 정도의 사진은 아니니까 뭐.


아래는 노출정보...

2002년 9월 7일, 원주시 지정면 지정중학교
펜탁스MX-smc50mmF1.4
코닥MAX400, F1.4, 12초가량(초시계로 찍지 않고 속으로 12까지 세어가면서 대충 찍음)
아무 조정 없이 인화 후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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