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보는 이야기/잡담'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12.09 이번 개기월식, 11년의 개기월식 아니다
  2. 2010.11.02 남반구에서는 별자리가 뒤집힌다 1
  3. 2010.06.18 UAAA의 마지막을 보며 ...... 2
방금 개기월식이 11년만에 일어난다는 기사를 보았다 (http://media.daum.net/digital/view.html?cateid=100020&newsid=20111209215205838&p=chosun).

무슨 기준으로 11년만인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었던 마지막 개기월식은 2011년 6월에 있었고, 그 이전에는 2004년 5월 5일 어린이날 새벽에 있었다.

2004년 개기월식에서는 달이 지는 동안 가려지기 시작하여 달이 지평선 근처일때쯤 개기월식 상태가 시작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서 나오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달이 완전히 가려진 모습을 분명히 볼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았고 사진을 찍었다.

2004년 5월 5일 새벽에 서쪽하늘에서 본 달의 궤적.


위 사진은 2004년 5월 5일 새벽에 서울에서 서쪽하늘을 보고 찍은 사진으로 1시간 30분동안의 달의 궤적을 담은 것이다. 밝고 아래쪽으로 뾰족한 궤적이 바로 달의 궤적이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들어가 가려지면서 점점 어두워지는 모습이 궤적으로는 점점 얇아지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날은 날씨는 맑았으나 황사가 있어서 사진이 대체로 노란 색을 띄고 있다.


한국 천문연구원에서는 "월식 현상은 매년 1~2회 가량 일어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이번처럼 우리나라에서 개기월식의 전 과정을 볼 수 있는 것은 2000년 7월 16일 이후 처음이며, 앞으로 2018년 1월 31일에 볼 수 있다."라고 보도자료를 내었고, 2004년5월과 2011년 6월에 있었던 개기월식은 개기월식 중 가려지는 과정만 볼 수 있었으므로 이 보도자료는 정확하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개기일식 하루 전인 9일 오후 11시 27분 현재 "10일 밤,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완전히 들어가 빛을 잃는 개기월식(皆旣月蝕) 현상이 일어난다. 지난 2000년 7월16일 이후 11년 만이다." 라고 중요한 단어를 빠뜨린 채 보도하여 잘못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잘못된 기사는 빨리 정정보도를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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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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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측이 있어서 칠레에 왔다.

사진도 좀 찍을 겸, 필름을 좀 가져왔는데

비행기를 3번 갈아타다 보니 X-ray 검사 할 때마다 필름이 걸리적 거린다...


그건 그렇고, 필름은 별 잘 보이는 천문대에서 소모할거라서

천문대 올라가기 전에 하루 La Serena라는 도시에서 묵으면서 디카로 별을 좀 찍어 보았다.

별을 찍는데에는 익숙하지 않은 DSLR로 찍었더니, 초점도 안 맞고 엉망이다

대마젤란 은하가 흐릿하게나마 찍혔다




밤에 잠시 나가봤더니 별이 제법 보였다. 그래도 도시 인근이라서 잘 보이는 것은 아니고, 우리나라로 치면 양평 외곽지역 정도로 보였다.

맨눈으로 뿌연 것이 보여서 쌍안경으로 보았는데, 대마젤란 은하였다. 맨눈으로 NGC 2516도 보였다.



지금은 CTIO 천문대에 올라와 있는데, 정말 별이 잘 보인다. 암적응이 되면 아무 불빛 없이 심지어 달빛이 없어도 차도를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별빛이 밝다. 손에 익은 필름카메라로 찍어서 현상하면 꽤 잘 나올 것 같다.
 
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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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AA (전국 대학생 아마추어 천문회 연합)은 꽤 오래된 전국적 대학생 모임이었다.

UAAA의 역사는 나도 잘 모르고, 그나마 있던 기록들은 여기저기에 흩어졌고 지금은 존재를 알 길이 없다. 그렇지만 핼리혜성이 오던 때에 맞추어 대략 1980년대부터 크게 활성화가 되었고, 그 시기의 대학생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현재 한국의 아마추어 천문을 아직까지도 주도하고 있다.

나는 01학번으로, UAAA에서 02년부터 04년까지는 꽤 활동을 했었고 일부 05,06학번들도 알고 있다.


UAAA는 전국의 '별을 보는' 대학생들의 모임이다.

별을 본다는 것은, 서울같은 도시의 밝은 불빛에서 벗어나야 하는 문제로 교통비와 숙박비가 든다. 그리고 장비는 고가이고, 상대적으로 신입생들은 장비를 잘 고장낸다.

별을 보는 것과 찍는 것은 상당히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데, 그러한 기술들을 쌓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자주 별을 봐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날씨는 별을 보는데에 호의적이지 않아서, 날짜를 잡고 별을 보러 가면 맑을 확률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



나는 한 때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별을 보러 다녔다. 당연히 UAAA에도 아는 사람이 여럿이 생겼고, 01-03학번의 UAAA 친구들을 지금도 여럿 만난다.

그리고 얼마전, 이런 쪽지를 보았다.




UAAA 활동의 침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것은 한국의 야간조명의 증가로 인하여 관측에 소모되는 교통비증가, 경제난, 취미생활을 누리기 힘들어진 대학생의 현실 등이 맞물린 결과이다.

사실 나는 약 05~06년경 부터 'UAAA'의 와해가 멀지 않음을 예감했다. 당시 UAAA는 모임의 목적인 '천체관측 및 그에 관한 정보공유'를 전혀 수행하지 못하는, 오로지 사람이 많다기에 놀러나온 자들로 구성된, 몸집만 큰 집단으로 변한지 오래였다. 앞서 말한 이유 등으로 실제 별을 보는데 관심있는 대학생들이 대폭 줄어든 탓에, 그저 사람 수로 지탱되고 있는 목적을 잃은 집단이었다. 내 생각에, 한 순간에 UAAA가 와해되어 없어질 수 있어 보였다.


사실, 별을 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밤을 새야 하고, 무거운 망원경을 옮겨야 해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고, 밤에 시골이나 산을 돌아다니는 일이다보니 여학생의 참여가 좋지 못해 대부분의 대학교에서 성비가 고르지 못하며 (여학교 제외), 통일호가 없어지면서 교통비가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반면 취업난으로 인하여 대학생들이 무의미한 학점 및 자격증 경쟁에 말려들어 취미와는 동떨어진 대학생활을 지내기 일쑤인 현재, 저 많은 시간적, 육체적, 경제적 패널티를 안고 별을 보러 다닐 수 있는 열정적인 대학생들은 원래도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극히 드물다.



우연의 일치일까, 나의 동호회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결말을 맺었다.


한 때 어딘가에 홀린 듯 별을 보러 다녔던 나에게 UAAA는 내 또래의 친구들과 함께 별을 보는 곳이었고, 동호회 별빛스케치는 별을 좋아하는 형들 (대부분이 나보다 형들 혹은 아버지뻘도 계시다)과 밤새 망원경 얘기를 하면서 시간 가는 줄을 모르던 그런 곳이었다.

아름다운 시간들을 이제 머릿속으로만 기억해야 하는 때가 나에게도 오다니.

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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