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아마추어에 입문해서 어지간한 명작들 (오리온성운, 이중성단, 안드로메다, M13, M8 등)을 졸업한 사람들의 다음 관측 가이드이다. 또한, 어느 정도의 망원경으로 어느 정도의 장소에서 어느 정도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나와있는데, 이는 완전히 경험적인 것이고 산술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더더욱 값진 책이다. 혼자서 장비를 조립하고 천체를 찾을 수 있을 때 쯤이면, 자신이 아닌 눈으로 천체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는 아마추어 천문가라면 모를 리가 없는 사람이다. 2001년에 이 책을 처음 보는 순간 새 책을 구하고자 백방으로 애써봤지만 절판이 되어 구할 수가 없었다. 사진이 많은 책인데 울며겨자먹기로 제본을 했었는데, 2004-5년쯤에 어느날 교보문고에서 책이 꽃혀 있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샀던 기억이 있다. 이후 수 없이 많이 펼쳐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마추어 천문가라면, 책장에 꽃혀 있으면 두고두고 펼쳐보게 될 책이다. 비록 절판되어 쉽게 구할 수는 없지만, 출판사에 연락하면 구할 수 있다고 한다. 글을 쓰는 지금 현재는 인터파크 도서에서 판매가 되고 있는데, 교보문고 등에서는 절판된 책으로만 검색된다.http://book.interpark.com/product/MallDisplay.do?_method=detail&sc.shopNo=0000400000&sc.dispNo=028017005002&sc.prdNo=203652845

성운 - 성단 산책
국내도서>자연과 과학
저자 : 박승철
출판 : 가람기획 200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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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안시관측을 하려는 아마추어 천문가인데 이 책을 펼치게 된다면, 조금 현실적인 비유를 들자면 아마 장롱속에서 잊혀진 돌반지를 찾은 기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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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핼버스탬(David Halberstam) 지음
정윤미, 이은진 옮김

한국전쟁을 참여한 병사들의 증언을 다수 첨부하여, 미국의 시선에서 엮은 한국전쟁 이야기이다.
한국전쟁의 실상을 외국 용병의 입장에서 본다는 점에서, 용병을 맞이한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는 것과는 조금 다를 것이다.

예를 들자면, 미군의 민간인 학살과 같은 사건이 일어난 배경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물론 미군이 민간인을 학살한 몇몇 사실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지만, 그것이 비록 엇나간 몇몇 부대의 잘못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이 오해할만한 정황이 있기는 했다는 얘기다.

예를 또 들면, 민간인이나 북한군이나 노란 피부를 가진건 똑같아서, 북한군이 흰 소복을 입고 침투하면 알 수 없다는 얘기라던가, 흰 소복을 입은 여자와 아이들이 갑자기 수류탄을 꺼내 던지고 갔다던가, 민간인들이 근처에 오는 것을 쫓지 않았더나 다음날 안개가 자욱한데 정확하게 포사격이 들어왔다던가 하는 얘기들을 책에서 참전군인의 증언으로 읽을 수 있다.


영화 '위워솔저스'를 본 적이 있는가? 그 영화의 주인공인 지휘관이 한국전쟁에 참여했다는 사실도 책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베트남전의 전투방식이 한국전쟁의 후반부 (맥아더가 물러나고 리지웨이가 온 다음부터)의 전략의 발전된 형태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언급하지 않는 개인 적인 느낌을 좀 적자면, 한국전쟁에서 리지웨이가 사용한 방법은 중공군의 전진을 저지하는데는 효과적이었으나 중공군을 몰아내지는 못하는, 다시말하면 지지않지만 이기지도 못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6.25(한국전쟁)와 베트남전쟁의 결과가 보여준다.

부산 방어선이 뚫릴 뻔한 이야기, 부산 방어선을 뚫을 절호의 기회를 북한군이 보지 못하고 지나간 이야기 등 6.25에서의 절박한 상황에서 승부를 가른 중요한 이야기도 있다. 중공군에 둘러쌓인 미군 부대가, 중공군이 뻔히 기다리고 있는 골짜기를 통과하는 이야기와 그 때 군인들의 증언은 매우 처참한 전쟁의 실상을 그대로 말해준다.


한국전쟁은, 1.4 후퇴 이후 다시 서울을 수복하고 철원 근처에서 지금의 휴전선 형태로 전선이 고착되면서, 1차 세계대전 같은 인명피해만 있고 승자는 없는 참호전의 형태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무엇이 전쟁을 낳았느냐와는 별도로, 무엇이 전쟁의 진행을 그렇게 만들었느냐에 대해서는 이책을 통해서도 몇 가지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의 비록 맥아더의 실패로 위기에 빠졌고 이를 후임 리지웨이 장군이 서울을 수복하고 현재의 휴전선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지만, 그 이후 죽어나간 양군의 군인들의 수는 어마어마하다. 

북한, 중공군의 입장이나 한국, 미군의 입장 모두, 처음에는 이기고자 전쟁을 수행했고 한 쪽은 부산까지, 다른 한 쪽은 압록강까지 진격한 바 있으나, 나중에는 서로 '지지않기 위한' 전쟁을 수행하는데 몰두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수많은 인명피해를 통해 서로 패전은 면했으며 전세계 유례없는 정전국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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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리델 하트 지음, 박성식 옮김, 마니아북스

저자 리델하트는 전쟁사, 전략전술 부분에서 매우 유명한 사람으로, 가장 유명한 저서는 '전략론'과 '현대육군의 개혁'이 있다. 특히 '현대육군의 개혁'에서는 2차세계대전에서의 전차전 양상을 예언하였다.

한니발과 스키피오는 전쟁사에서 다시 보기 힘든 명장끼리의 대결로 유명하다. 승자는 스키피오였으나, 둘 중 누가 더 유명한지를 손에 꼽으라면, 당연히 한니발일 것이다. 한니발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반면, 스피키오의 성공적인 승전은 여러가지 이유 (자마에서 한니발 기병의 부재, 카르타고의 한니발 지원 부재, 로마의 스키피오 지원 등등)에 의해 폄하되곤 한다.

이 책은, 스키피오의 성공이 운이나 본국의 지원에 의한 것이 아닌 순전히 개인의 능력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이를 위하여 스키피오의 스페인에서의 전투, 아프리카 상륙과 그 이후의 운용, 한니발과의 마지막 자마전투를 기록을 함께 제시하며 설명하였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B.H.리델 (마니아북스, 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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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로마인이야기 2권을 읽었다. 많은 국내 한니발 팬들이 로마인이야기 2권으로부터 비롯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스로가 아마추어라고 밝히는, 반 정도는 소설인 로마인이야기로부터 벗어나려면, 반드시 읽어보길 추천한다. 책은 매우 얇아서 읽기에 부담이 없다.

아주 살짝 스포일러를 뿌려보겠다.

'한니발이 대승을 거둘 때 상대한 것이 바로와 같은 무지한 장군들이고 이후 마르켈루스나 파비우스같은 뛰어나진 않지만 훌륭한 장군들을 상대로 큰 승리를 얻지 못한 반면 (물론 이들도 한니발을 저지하긴 했지만 이기진 못했다), 스키피오는 한니발, 하스드루발, 마고 등 하밀카르의 수제자들을 상대로 연거푸 대승을 거두었다.'

한니발과 진검승부에서 이긴 사람은 단 한 사람 뿐이었다. 그것도 한니발이 승산이 있다고 계산한 전투에서 스키피오는 대승을 거두었다. 이 책에는 그 과정에 대한 기록, 다른 역사가들의 의견, 그리고 지은이의 의견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며, 한니발을 좋아하는 나조차 수긍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다른 것은 필요 없고, 이것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누가 한니발을 이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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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직접적으로 겪은 경험에만 의존하는 바보가 있고, 남의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줄 아는 현자가 있다. 마찬가지로, 전쟁의 참혹함과 잔인함에 대해서 알기 위해, 직접 전쟁을 경험할 필요는 없다.

전쟁이 시작된 것은 인간의 역사보다 이르고, 역사를 기록하지 못하는 시절부터 전쟁은 했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그 어떤 오래된 역사에도 전쟁은 반드시 기록되어 있다.

전쟁의 실상을 알기 위해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기록된 영상물을 보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참혹한 전쟁의 영상은 그 기록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예를들면, 2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잔인한 전투였던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영상기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것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왜 그런지는, 책을 보면 안다.

이 책은 2차세계대전에서 독일-소련간의 전선에서 소련이 반격을 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는 스탈린그라드전투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서해역사책방 7)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안토니 비버 (서해문집,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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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전쟁에서는 전쟁 후 승자가 패자를 다루는 데에 규칙이란 없었다. 약탈, 강간 정도로 그치면 준수해서 이후 점령지를 다스리는데 무리함이 없는 정도에 보통은 점령후 주민 일부를 노예로 팔아치우는건 당연했고, 학살이 당연시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우세한 무력을 이용해서 인간의 공포를 불러일으켜 점령지를 다스리기 위한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졌고, 다스리지 않기 위해서는 거의 식민지나 다름없는 수준으로 몇 년~몇십년간 전쟁보상금을 내야 하거나 아예 도시가 사라졌다. 

그러나 이러한 고대 전쟁의 참혹함과 잔인함은 우리에게 생생한 증언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고, 이마저도 대개는 역사가들에 의해 다듬어지고 걸러진 승자에 의해 써진 역사가 전해내려오는 것이 저 정도 수준이다. 승자가 자신의 기록을 남길 때 어떻게 왜곡했는지 우리는 알 길이 없다.    

우리가 가장 최근에 경험한 가장 참혹한 전쟁은 세계 2차대전일 것이다. 그 이후 6.25(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여러 차례의 중동전쟁과 이라크전쟁등이 있었다. 그러나 6.25를 제외하면, 강대국과 약소국의 전쟁이거나 기타 여러가지 이유, 정보화의 영향, 또는 제네바협정을 어긴 측이 여론에서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되는 관계 등등으로 인하여 일반사람들에게 전쟁의 실상이 그대로 전달되기는 어렵다. 6.25의 경우 그 실상이 우리에게 직접 전해져 내려온다. 그러나 예를 들어 노근리사건이나 기타 여러가지 양민학살의 문제의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와 미군의 관계나 우리나라 내부의 보수/진보 갈등과 복잡하게 엮이는 문제 등으로 더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진상을 자세히 조사하는 것이 어렵고 또 전쟁 당시에 남은 실제 기록을 찾기 쉽지 않은 문제도 있다.

2차 세계대전의 경우, 물론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 중에 기록이나 증언을 확보할 수 있는 비율은 적다고 하더라도, 워낙 전세계적으로 겪은 광범위한 전쟁이라서 우리에게 전쟁의 그 생생한 실상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좋은 학교이다.

그리고 2차세계대전에서 가장 치열하고 참혹했던 그리고 잔인했던 것으로 알려진 전투가 바로 스탈린그라드 전투이다.




스탈린그라드전투에 참여한 군인의 증언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있었던 일들을 시간의 경과를 따라서 자세하게 설명하였고, 스탈린그라드에서 독일군과 소련군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을 잘 묘사하였다.

마치, 죽을 것을 알고도 총 한 자루 없이 강을 건너 죽은 동료의 총을 들고 싸워야 하는 병사에게 한 인간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희망 따위는 있을 리 없는 것 처럼, 도저히 들어가면 살아나올 수 없는 스탈린그라드라는 지옥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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