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3집에 의해 패닉과 이적의 노래에만 홀릭한지 벌써 12년. 목성이 태양을 한 바퀴 돌 시간동안 패닉과 이적의 노래는 내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맴돌고 있다. 이적의 솔로 앨범이 벌써 4집째인데, 대략 3년~4년만인 것 같다. 패닉3집 이후로 이적 2집와 김진표 4집이 나올 때 까지 5년을 기다렸던 기억에 비하면, 그리 오래 기다린 기분은 들지 않는다. 이적은 이번 앨범에서 어떻게 변신했을까.

반항적인 분위기의 노래 없는 순수한 사랑노래의 앨범 

  이적이 데뷔했을 때 부터 상대적으로 초기라고 할 수 있는 패닉1집-2집, 이적 1집 등에서는 왼손잡이, UFO, 벌레, 혀 등등 목소리가 뚜렷하거나 반항적인 노래가 많았다. 그런데 이적이 나이를 먹을수록 이런 노래들이 앨범에서 갈수록 적어지더니, 급기야 이적이 '모든 노래가 사랑노래'라는 4집앨범 '사랑'을 내놓기에 이른다. 많은 패닉 팬들과 이적 팬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오랜 기간 패닉과 이적을 들으면서 처음에는 반항적인 노래에 이끌려 왔다가, 나이가 들면서는 잔잔하면서도 아름다운 노랫가사와 멜로디에 감동받고 있다. 

  사실 젊은 시절의 패닉이나 이적의 노래에서 볼 수 있었던 분위기의 신곡을 보고싶은게 아닌건 아니다. 그렇지만 어떤 면에서 이적보다 더 반항아의 이미지를 가진 김진표의 노래조차 그가 나이를 먹으면서 부드러워지고 있음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나이가 들면 '왼손잡이'나 '그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하여' 같은 불만가득한 노랫가사와 그에 걸맞는 음정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번 이적의 앨점을 들으면서 '설마 콘서트 7080에 들고나갈 노래들을 준비하고 있는건 아니겠지?'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으니, 패닉 2집의 이적을 그리워하는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앨범이 될지도 모르겠다.


앨범의 분위기는 대체로 슬프다 ㅠㅠ

  이적은 앨범 발매 이전에 '모든 노래가 사랑노래'라고 밝혔다. 정규앨범에서의 노래를 앨범에서의 하나의 스토리로 생각한다는 그의 생각이 담긴 것일까.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조용하고 잔잔한 사랑노래 일색이다. 대체로 앨범의 분위기는 슬프다. 

  앨범은 아름다운 멜로디로 예쁜 추억을 회상하는 '아주 오래전 일'로 시작한다. 타이틀곡 두 번째 노래인 '그대랑'은 앨범에서 몇 안 되는 밝은 분위기의, 슬프지 않은 노랫가사를 가진 노래다. 그러나 이어지는 '다툼'에서부터는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눈물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쉼없이 밀려드는 그리움과 아쉬움속에 듣는 사람은 오랜 기억들을 꺼내면서 자신의 상처를 되돌아보게 된다. 9번째 곡 '끝내 전하지 못한 말'에서 실연의 아픔은 후회속에 끝없이 밀려온다.  

  사랑으로 인한 상처는 새로운 사랑의 시작으로 아물듯, 앨범의 끝을 장식하는 노래 '이상해'는 새로운 만남이 주는 설렘과 기대를 가득 안고서 노란 꽃이 피는 봄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이적 1집의 '회의'의 가사처럼, 사랑은 계절처럼 되풀이된다는 뜻일까.



내가 이적을 좋아하는 이유
  사실 나는 아주 단순한 이유로 이적을 좋아한다. 이적은 영어가사를 쓰지 않는다. 인터뷰에서는 이적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한 것 같은데, 어쨌든 나는 우리말 가사를 쓰는 이적이 좋다. 
  언어에는 문화와 정서가 녹아있다. 우리 문화는 한글을 바탕으로 영어가 뒤섞여 있다. 그렇지만 우리 정서에는 아직 영어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극도로 흥분해서 싸울 때, 외국에서 살다온 사람이 아닌 이상 90% 이상의 단어가 한글이다. 명사를 빼면, 나는 100%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속삭일 때 'I love you'같은 단순한 영어도 있지만 보다 복잡한 감정을 전달할 때에는 우리말을 사용한다. "나의 어디가 좋아?"라고 묻지 이것을 영어로 묻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잘못 물었다가는, 의미가 와전되어 큰 오해를 일으킬 수도 있으니까. 
  나는 그래서, 우리의 정서를 부르는 노래는 우리말 가사가 제일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이적은 앨범을 낸 이후 한동안 공연을 계속 한다고 했다. 이제 이적의 노래들을 두세시간 정도의 공연에서 모두 감상하기는 힘들 정도로 많은 명곡이 쌓였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노래들을 직접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제공한다고 하니 공연소식에 귀를 기울여 봐야겠다.
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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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교양수업 학생들에게 목성을 보여주던 날, 씨잉이 너무 좋아서 목성에서 눈을 뗄 수 없는 날이 있었다. 목성을 본 것이 한두번이 아니고 그 날 본 망원경보다 훨신 좋은 망원경으로 본 것이 한두번이 아닌데, 나의 눈을 고정시킨 것은 서울 한복판에서 허름한 망원경으로 본 목성이었다. 

  망원경으로 행성을 본다는 것은, 우리가 망원경으로 확대해서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상을 보는 행위이다. 우리가 보는 빛은 대기를 통과해서 우리 눈에 도달하기 때문에, 대기의 요동이 심하면 행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지난 9월 28일은, 내가 지금껏 겪은 손에 꼽는 날 중 하나였다.

  그 날 대충 찍어서 대충 처리한 6초짜리 목성이 있었는데, 그 날 바로 관측기로 정리해서 올렸었다. 
 2010/09/28 - [별을 보는 이야기/관측기] - 2010. 9.28 목성 관측기

  이번에는 30초 찍은 것을 처리한 결과이다. 처리라고 해봐야 동영상의 모든 프레임을 정렬해서 합성한게 다인데, 이마저도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해줘서 난 한게 없다. 사실 내가 행성촬영에는 문외한인 편이다.

  그런데 지금 알았는데, 동영상을 찍는 캠의 드라이버가 컬러용이 아니고 흑백용이었다. 아, 컬러였다면 조금 더 멋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대적반은 보이지 않는다. 위성도 4개 중에 3개만 보였는데, 그나마도 하나는 사진 왼쪽에 짤렸다. 
  다음에는 더 확대해서 찍어볼까 한다.
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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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아마추어에 입문해서 어지간한 명작들 (오리온성운, 이중성단, 안드로메다, M13, M8 등)을 졸업한 사람들의 다음 관측 가이드이다. 또한, 어느 정도의 망원경으로 어느 정도의 장소에서 어느 정도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나와있는데, 이는 완전히 경험적인 것이고 산술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더더욱 값진 책이다. 혼자서 장비를 조립하고 천체를 찾을 수 있을 때 쯤이면, 자신이 아닌 눈으로 천체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는 아마추어 천문가라면 모를 리가 없는 사람이다. 2001년에 이 책을 처음 보는 순간 새 책을 구하고자 백방으로 애써봤지만 절판이 되어 구할 수가 없었다. 사진이 많은 책인데 울며겨자먹기로 제본을 했었는데, 2004-5년쯤에 어느날 교보문고에서 책이 꽃혀 있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샀던 기억이 있다. 이후 수 없이 많이 펼쳐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마추어 천문가라면, 책장에 꽃혀 있으면 두고두고 펼쳐보게 될 책이다. 비록 절판되어 쉽게 구할 수는 없지만, 출판사에 연락하면 구할 수 있다고 한다. 글을 쓰는 지금 현재는 인터파크 도서에서 판매가 되고 있는데, 교보문고 등에서는 절판된 책으로만 검색된다.http://book.interpark.com/product/MallDisplay.do?_method=detail&sc.shopNo=0000400000&sc.dispNo=028017005002&sc.prdNo=203652845

성운 - 성단 산책
국내도서>자연과 과학
저자 : 박승철
출판 : 가람기획 2002.08.31
상세보기


  당신이 안시관측을 하려는 아마추어 천문가인데 이 책을 펼치게 된다면, 조금 현실적인 비유를 들자면 아마 장롱속에서 잊혀진 돌반지를 찾은 기분일 것이다.  

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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