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다. 각 국가간의 이해관계에서 정치적인 타협에 실패하게 되는 경우 마지막으로 사용하는 카드이다. 힘의 지나친 불균형은 전쟁을 쉽게 결정하게 만든다. 유럽의 2차대전은 독일이 영국, 프랑스보다 지나치게 강력했기 때문에 발발했다고 분석하는 경우가 많다 (1,2차대전 직전 인구로 독일 > 영국 + 프랑스). 그래서 독일은 전 후 네 조각으로 강제 분리되는 조치를 당했다. 이 조치는 EU라는 새로운 전쟁방지장치를 고안해 낼 때가지 계속되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다른 국가들에 비하여 지나치게 강력했다. 일본을 견제할 유일한 세력인 중국은 일본에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도 내분을 겪고 있었다. 소련은 러일전쟁 이후로는 아시아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아시아에서의 일본의 침략행위는 힘의 논리로만 본다면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미국을 공격했다. 미국은 가장 큰 바다를 건너 태평양에 있었으며, 유럽의 전쟁을 지원하는 중요한 세력이었다. 일본이 중국의 일부는 점령할 수 있어도, 미국을 점령하는 것은 머릿속에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하기 전에도 일본에서조차 미국과의 장기전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태평양을 끼고 있어서 장기전이 확실시 되는 것이 태평양 전쟁이었다. 일본은 왜 이 전쟁을 시작했을까?
   위에 설명한 배경과 함께, 책은 이른바 '총력전 연구소'라고 이름붙여진 작은 기관에 대한 호기심으로 독자를 유인한다. 이 연구소에서는 '미국과의 전쟁은 필패'라는 결론을 전쟁 직전 일본 내각에 전달했다. 이 연구소는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고 무엇을 하였는지를 쫓아가 보는 것이 이 책의 시작이다.

쇼와16년여름의패전1941년일본은어떻게무모한전쟁에뛰어들었나
카테고리 정치/사회 > 국방/군사
지은이 이노세 나오키 (추수밭,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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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알다시피, 2차대전은 자원 전쟁이었다. 특히 석유의 전쟁이었다. 독일은 석유를 얻기 위해 무리하게 소련을 침공했으나 실패했다. 이탈리아는 석유를 얻기 위해 아프리카를 통해 중동으로 넘어가려 하였으나 실패하여 독일에 짐만 되었다. 일본은 석유를 얻기 위해 동남아시아를 침공했다.

   미국의 일본에 대한 석유 수출 금지는 일본을 석유부족으로 몰아넣었다. 일본은 석유를 찾아 동남아시아를 공격했고, 이는 미국과의 전쟁을 피할 수 없는 길이었다. 하지만 사실을 열거하는 것은 좋으나, 일본의 우익의 시각이 은연중에 녹아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 책에는 일본 우익의 시각이 상당히 들어있다. 책에 의하면, 미국은 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고의로 일본에 석유를 공급하는 것을 중단했다. 말하자면 미국은 일본과의 전쟁을 유도했다. 미국으로부터 전쟁을 유도당한 일본은 그들 (총력전 연구소)이 보기에도 불리한 전쟁에 말려들었다.

   하지만 정상적인 내각이라면 전쟁을 피할 수 있었지만, 이 책은 전쟁을 피할 수 없었던 당시 일본의 내각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결국 총력전 연구소의 결과와는 달리 내각은 전쟁의 승산이 있는 쪽으로 숫자를 억지로 변경하여 전쟁을 결정한다. 내각의 책임자였던 도조 히데키는 천황의 명에 따라 전쟁을 하지 않고자 하였으나 어쩔 수 없이 전쟁을 결정하였다고 책은 기술하고 있다. 참 위험한 일본 우익의 시각이다.

   책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시점은 일본과 미국과의 전쟁이었다. 일본의 아시아 침공은 저자의 안중에 없다.  책의 요점은, 일본이 미국을 공격한 것은 미국이 일본의 공격을 대일 석유수출금지 조치를 통해 유도했기 때문이며, 당시 일본의 내각은  이 불리한 전쟁을 막을 수 없는 구조였다는 얘기다. 이 얼마나 한심한 변명인가. 미국이 대일석유수출금지를 하기 전에 일본이 중국을 포기할 수도 있었다. 그 땅은 애시당초 일본 땅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본은 중국을 포기할 수 없었다.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어떤 변명을 둘러대건 간에 일본의 욕심 때문이다. '강도와 강도가 싸운다고 해서 그 들 중 어느 한 쪽이 더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며 둘러대지만, 강도와 강도가 싸운다고 해서 그들 중 어느 한 쪽이 덜 나쁘다고 볼 수도 없다.

책은 후반부로 갈수록 시종일관 '일본은 내키지 않는 전쟁에 나섰다'는 인상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중국도 내키지 않는 전쟁을 치렀고, 한국은 내키지 않는 점령을 당했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내켜서 했건 유도당했건, 그 이전에 일본의 잘못을 명백히 직시하길 바란다.

   또한 이 책은 시종일관 A급 전범인 도조 히데키가 실제로는 전쟁을 원하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도조 히데키는 천황의 명을 따르는 충신이었으며, 천황이 전쟁을 피하라고 지시한 것을 따려르고 무척이나 애를 썼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각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하여 도조 히데키가 전쟁을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일본의 최고 위치에 있는 자가 일본의 전쟁을 막지 못하면 누가 막는다는 말인가? 그러한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면 그 문제 또한 일본에서 가장 권력이 막강한 자가 고쳤어야 한다. 그는 기를 쓰고 전쟁을 반대했어야 했지만, 내각에서 더이상 전쟁을 반대할 수 없다는 변명으로 전쟁을 결정했다. 도조 히데키가 실제로는 전쟁을 원치 않았으므로 억울하다는 주장은 그 주장이나 논리에도 수긍할 수 없지만 그마저도 지나치게 궁색하다.


   안타까운 것은, 이 책에서 열거하는 당시의 전쟁결정 과정에서 한국은 없었다는 것이다. 일본이 있었고, 일본의 전쟁상대인 미국이 있었고, 일본이 전쟁을 수행중인 중국 또한 전쟁여부를 결정하는데 고려되는 요소 중 하나였다. 한국은 일본의 태평양전쟁 개전 여부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력을 가지지 못했다.

   만일 일본이 중국에서 적당한 선으로 철수하고 미국과 조약을 맺었다면, 한국은 아마 아직 일본의 식민지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았기에 우리는 지금 독립을 하고 있지만, 대신 태평양전쟁 기간동안 심한 수탈을 겪어야 했다. 이 결정과정에 영향을 주기에 한국의 힘은 지나치게 미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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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닉 3집에 의해 패닉과 이적의 노래에만 홀릭한지 벌써 12년. 목성이 태양을 한 바퀴 돌 시간동안 패닉과 이적의 노래는 내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맴돌고 있다. 이적의 솔로 앨범이 벌써 4집째인데, 대략 3년~4년만인 것 같다. 패닉3집 이후로 이적 2집와 김진표 4집이 나올 때 까지 5년을 기다렸던 기억에 비하면, 그리 오래 기다린 기분은 들지 않는다. 이적은 이번 앨범에서 어떻게 변신했을까.

반항적인 분위기의 노래 없는 순수한 사랑노래의 앨범 

  이적이 데뷔했을 때 부터 상대적으로 초기라고 할 수 있는 패닉1집-2집, 이적 1집 등에서는 왼손잡이, UFO, 벌레, 혀 등등 목소리가 뚜렷하거나 반항적인 노래가 많았다. 그런데 이적이 나이를 먹을수록 이런 노래들이 앨범에서 갈수록 적어지더니, 급기야 이적이 '모든 노래가 사랑노래'라는 4집앨범 '사랑'을 내놓기에 이른다. 많은 패닉 팬들과 이적 팬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오랜 기간 패닉과 이적을 들으면서 처음에는 반항적인 노래에 이끌려 왔다가, 나이가 들면서는 잔잔하면서도 아름다운 노랫가사와 멜로디에 감동받고 있다. 

  사실 젊은 시절의 패닉이나 이적의 노래에서 볼 수 있었던 분위기의 신곡을 보고싶은게 아닌건 아니다. 그렇지만 어떤 면에서 이적보다 더 반항아의 이미지를 가진 김진표의 노래조차 그가 나이를 먹으면서 부드러워지고 있음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나이가 들면 '왼손잡이'나 '그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하여' 같은 불만가득한 노랫가사와 그에 걸맞는 음정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번 이적의 앨점을 들으면서 '설마 콘서트 7080에 들고나갈 노래들을 준비하고 있는건 아니겠지?'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으니, 패닉 2집의 이적을 그리워하는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앨범이 될지도 모르겠다.


앨범의 분위기는 대체로 슬프다 ㅠㅠ

  이적은 앨범 발매 이전에 '모든 노래가 사랑노래'라고 밝혔다. 정규앨범에서의 노래를 앨범에서의 하나의 스토리로 생각한다는 그의 생각이 담긴 것일까.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조용하고 잔잔한 사랑노래 일색이다. 대체로 앨범의 분위기는 슬프다. 

  앨범은 아름다운 멜로디로 예쁜 추억을 회상하는 '아주 오래전 일'로 시작한다. 타이틀곡 두 번째 노래인 '그대랑'은 앨범에서 몇 안 되는 밝은 분위기의, 슬프지 않은 노랫가사를 가진 노래다. 그러나 이어지는 '다툼'에서부터는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눈물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쉼없이 밀려드는 그리움과 아쉬움속에 듣는 사람은 오랜 기억들을 꺼내면서 자신의 상처를 되돌아보게 된다. 9번째 곡 '끝내 전하지 못한 말'에서 실연의 아픔은 후회속에 끝없이 밀려온다.  

  사랑으로 인한 상처는 새로운 사랑의 시작으로 아물듯, 앨범의 끝을 장식하는 노래 '이상해'는 새로운 만남이 주는 설렘과 기대를 가득 안고서 노란 꽃이 피는 봄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이적 1집의 '회의'의 가사처럼, 사랑은 계절처럼 되풀이된다는 뜻일까.



내가 이적을 좋아하는 이유
  사실 나는 아주 단순한 이유로 이적을 좋아한다. 이적은 영어가사를 쓰지 않는다. 인터뷰에서는 이적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한 것 같은데, 어쨌든 나는 우리말 가사를 쓰는 이적이 좋다. 
  언어에는 문화와 정서가 녹아있다. 우리 문화는 한글을 바탕으로 영어가 뒤섞여 있다. 그렇지만 우리 정서에는 아직 영어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극도로 흥분해서 싸울 때, 외국에서 살다온 사람이 아닌 이상 90% 이상의 단어가 한글이다. 명사를 빼면, 나는 100%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속삭일 때 'I love you'같은 단순한 영어도 있지만 보다 복잡한 감정을 전달할 때에는 우리말을 사용한다. "나의 어디가 좋아?"라고 묻지 이것을 영어로 묻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잘못 물었다가는, 의미가 와전되어 큰 오해를 일으킬 수도 있으니까. 
  나는 그래서, 우리의 정서를 부르는 노래는 우리말 가사가 제일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이적은 앨범을 낸 이후 한동안 공연을 계속 한다고 했다. 이제 이적의 노래들을 두세시간 정도의 공연에서 모두 감상하기는 힘들 정도로 많은 명곡이 쌓였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노래들을 직접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제공한다고 하니 공연소식에 귀를 기울여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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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아마추어에 입문해서 어지간한 명작들 (오리온성운, 이중성단, 안드로메다, M13, M8 등)을 졸업한 사람들의 다음 관측 가이드이다. 또한, 어느 정도의 망원경으로 어느 정도의 장소에서 어느 정도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나와있는데, 이는 완전히 경험적인 것이고 산술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더더욱 값진 책이다. 혼자서 장비를 조립하고 천체를 찾을 수 있을 때 쯤이면, 자신이 아닌 눈으로 천체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는 아마추어 천문가라면 모를 리가 없는 사람이다. 2001년에 이 책을 처음 보는 순간 새 책을 구하고자 백방으로 애써봤지만 절판이 되어 구할 수가 없었다. 사진이 많은 책인데 울며겨자먹기로 제본을 했었는데, 2004-5년쯤에 어느날 교보문고에서 책이 꽃혀 있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샀던 기억이 있다. 이후 수 없이 많이 펼쳐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마추어 천문가라면, 책장에 꽃혀 있으면 두고두고 펼쳐보게 될 책이다. 비록 절판되어 쉽게 구할 수는 없지만, 출판사에 연락하면 구할 수 있다고 한다. 글을 쓰는 지금 현재는 인터파크 도서에서 판매가 되고 있는데, 교보문고 등에서는 절판된 책으로만 검색된다.http://book.interpark.com/product/MallDisplay.do?_method=detail&sc.shopNo=0000400000&sc.dispNo=028017005002&sc.prdNo=203652845

성운 - 성단 산책
국내도서>자연과 과학
저자 : 박승철
출판 : 가람기획 200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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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안시관측을 하려는 아마추어 천문가인데 이 책을 펼치게 된다면, 조금 현실적인 비유를 들자면 아마 장롱속에서 잊혀진 돌반지를 찾은 기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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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블로그를 만들 때 생각했던 '별'에 관련된 주제와는 다르게

블로그가 점점 잡탕화 되어가고 있다-_-

어쨌거나 나는 내가 생각해서 재미있거나 좋거나 하여튼 남에게 추천할만한 걸 써 올리고 있긴 하다!!

앞으로 원래의 주제에 충실해 보려고 한다. 이거까지 좀 쓰고
-_-;;;;;;;;;;;;


영화 오감도

나온지 좀 된 영화다. 개봉한지 약 1년...? (한 2~3년 된 느낌이었는데 생각보다 오래 안 됐네?)

쉼없이 베드씬이 나오는 19금 영화다. 음... 그래, 나 이거 재미있게 봤다 -_-, 그래서 어쩌라고?

그래서 왜 재미있게 봤는지 끄적거리려고 하는거 아니냐고.


이 영화는 5편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 1년동안 내 머릿속에 남는 것은, 청순글래머 신세경의 베드씬이 등장하는 5번째 이야기가 아니고!

도도한 한 여성과 그 여성에 정신줄 놓은 한 남자의 짧은 작업 이야기?를 그린 첫 번째 이야기이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았는데 볼 생각인 사람은 이 밑으로 안 보길 권한다. (개봉한지 1년이나 지났으니까 상관 없겠지 뭐)


왜 머릿속에 오래 남았는지 굳이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왠지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얘기이면서도, 한 번쯤 머릿속에 그려봤을 법한 이야기라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로는, 그 이야기 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인 '도시적 매력을 풍기면서도 도도한, 손에 잡힐 듯 하지만 살살 도망가는' 예쁜 여주인공이 마음에 들어서다.

만약 나보고 그런 기회가 주어지면, 나도 여주인공 뒤꽁무니를 졸졸 쫓아갈지도 모르겠다. (이봐, 여친은 어쩌고!!!!!!)

처음 기차 안에서 마주친 예쁜 여자를 보고 머릿속에 꿈꾸고 있는 상황은 이런건데, 



이게 현실.

보라, 저 도도한 표정을.

남자 : "아니 저 ......"

여자 : " 그래서 뭘, 어쩌라고?"

<사진 출처 : 다음에서 검색해서 가져옴 ......>



아,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도도한 여자가 좋다.

물론 뭐 도도하다 못해 싸가지 없으면, 그건 좀 곤란하겠지만, 적절한 도도함은 정말 매력적이다.



갑자기 이걸 쓰는 이유는, 싸이 메인 연예인 미니홈피에 여주인공 차현정씨가 떠서 그렇다.

내친김에, 팬을 신청했다. 싸이에 이런 좋은 기능도 있구나. (블로그에 내 실명을 굳이 올리고 싶진 않아서 지워버림.)

그런데, 나 싸이 관뒀잖아? ......

하여튼 오감도 안 본 사람은, 특히 연애질에 자신이 없는 여자들은, 도도함을 지키면서 밀고당겨서 꼬시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한 수 배워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외모 뿐 아니라 적절한 도도함은 매력을 몇 배 증폭시켜 줄지도 모르니까.


아 그리고 여담인데, 난 고양이를 기르고 싶은데 고양이도 도도한 고양이가 좋던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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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핼버스탬(David Halberstam) 지음
정윤미, 이은진 옮김

한국전쟁을 참여한 병사들의 증언을 다수 첨부하여, 미국의 시선에서 엮은 한국전쟁 이야기이다.
한국전쟁의 실상을 외국 용병의 입장에서 본다는 점에서, 용병을 맞이한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는 것과는 조금 다를 것이다.

예를 들자면, 미군의 민간인 학살과 같은 사건이 일어난 배경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물론 미군이 민간인을 학살한 몇몇 사실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지만, 그것이 비록 엇나간 몇몇 부대의 잘못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이 오해할만한 정황이 있기는 했다는 얘기다.

예를 또 들면, 민간인이나 북한군이나 노란 피부를 가진건 똑같아서, 북한군이 흰 소복을 입고 침투하면 알 수 없다는 얘기라던가, 흰 소복을 입은 여자와 아이들이 갑자기 수류탄을 꺼내 던지고 갔다던가, 민간인들이 근처에 오는 것을 쫓지 않았더나 다음날 안개가 자욱한데 정확하게 포사격이 들어왔다던가 하는 얘기들을 책에서 참전군인의 증언으로 읽을 수 있다.


영화 '위워솔저스'를 본 적이 있는가? 그 영화의 주인공인 지휘관이 한국전쟁에 참여했다는 사실도 책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베트남전의 전투방식이 한국전쟁의 후반부 (맥아더가 물러나고 리지웨이가 온 다음부터)의 전략의 발전된 형태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언급하지 않는 개인 적인 느낌을 좀 적자면, 한국전쟁에서 리지웨이가 사용한 방법은 중공군의 전진을 저지하는데는 효과적이었으나 중공군을 몰아내지는 못하는, 다시말하면 지지않지만 이기지도 못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6.25(한국전쟁)와 베트남전쟁의 결과가 보여준다.

부산 방어선이 뚫릴 뻔한 이야기, 부산 방어선을 뚫을 절호의 기회를 북한군이 보지 못하고 지나간 이야기 등 6.25에서의 절박한 상황에서 승부를 가른 중요한 이야기도 있다. 중공군에 둘러쌓인 미군 부대가, 중공군이 뻔히 기다리고 있는 골짜기를 통과하는 이야기와 그 때 군인들의 증언은 매우 처참한 전쟁의 실상을 그대로 말해준다.


한국전쟁은, 1.4 후퇴 이후 다시 서울을 수복하고 철원 근처에서 지금의 휴전선 형태로 전선이 고착되면서, 1차 세계대전 같은 인명피해만 있고 승자는 없는 참호전의 형태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무엇이 전쟁을 낳았느냐와는 별도로, 무엇이 전쟁의 진행을 그렇게 만들었느냐에 대해서는 이책을 통해서도 몇 가지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의 비록 맥아더의 실패로 위기에 빠졌고 이를 후임 리지웨이 장군이 서울을 수복하고 현재의 휴전선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지만, 그 이후 죽어나간 양군의 군인들의 수는 어마어마하다. 

북한, 중공군의 입장이나 한국, 미군의 입장 모두, 처음에는 이기고자 전쟁을 수행했고 한 쪽은 부산까지, 다른 한 쪽은 압록강까지 진격한 바 있으나, 나중에는 서로 '지지않기 위한' 전쟁을 수행하는데 몰두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수많은 인명피해를 통해 서로 패전은 면했으며 전세계 유례없는 정전국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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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리델 하트 지음, 박성식 옮김, 마니아북스

저자 리델하트는 전쟁사, 전략전술 부분에서 매우 유명한 사람으로, 가장 유명한 저서는 '전략론'과 '현대육군의 개혁'이 있다. 특히 '현대육군의 개혁'에서는 2차세계대전에서의 전차전 양상을 예언하였다.

한니발과 스키피오는 전쟁사에서 다시 보기 힘든 명장끼리의 대결로 유명하다. 승자는 스키피오였으나, 둘 중 누가 더 유명한지를 손에 꼽으라면, 당연히 한니발일 것이다. 한니발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반면, 스피키오의 성공적인 승전은 여러가지 이유 (자마에서 한니발 기병의 부재, 카르타고의 한니발 지원 부재, 로마의 스키피오 지원 등등)에 의해 폄하되곤 한다.

이 책은, 스키피오의 성공이 운이나 본국의 지원에 의한 것이 아닌 순전히 개인의 능력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이를 위하여 스키피오의 스페인에서의 전투, 아프리카 상륙과 그 이후의 운용, 한니발과의 마지막 자마전투를 기록을 함께 제시하며 설명하였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B.H.리델 (마니아북스, 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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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로마인이야기 2권을 읽었다. 많은 국내 한니발 팬들이 로마인이야기 2권으로부터 비롯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스로가 아마추어라고 밝히는, 반 정도는 소설인 로마인이야기로부터 벗어나려면, 반드시 읽어보길 추천한다. 책은 매우 얇아서 읽기에 부담이 없다.

아주 살짝 스포일러를 뿌려보겠다.

'한니발이 대승을 거둘 때 상대한 것이 바로와 같은 무지한 장군들이고 이후 마르켈루스나 파비우스같은 뛰어나진 않지만 훌륭한 장군들을 상대로 큰 승리를 얻지 못한 반면 (물론 이들도 한니발을 저지하긴 했지만 이기진 못했다), 스키피오는 한니발, 하스드루발, 마고 등 하밀카르의 수제자들을 상대로 연거푸 대승을 거두었다.'

한니발과 진검승부에서 이긴 사람은 단 한 사람 뿐이었다. 그것도 한니발이 승산이 있다고 계산한 전투에서 스키피오는 대승을 거두었다. 이 책에는 그 과정에 대한 기록, 다른 역사가들의 의견, 그리고 지은이의 의견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며, 한니발을 좋아하는 나조차 수긍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다른 것은 필요 없고, 이것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누가 한니발을 이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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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직접적으로 겪은 경험에만 의존하는 바보가 있고, 남의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줄 아는 현자가 있다. 마찬가지로, 전쟁의 참혹함과 잔인함에 대해서 알기 위해, 직접 전쟁을 경험할 필요는 없다.

전쟁이 시작된 것은 인간의 역사보다 이르고, 역사를 기록하지 못하는 시절부터 전쟁은 했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그 어떤 오래된 역사에도 전쟁은 반드시 기록되어 있다.

전쟁의 실상을 알기 위해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기록된 영상물을 보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참혹한 전쟁의 영상은 그 기록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예를들면, 2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잔인한 전투였던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영상기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것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왜 그런지는, 책을 보면 안다.

이 책은 2차세계대전에서 독일-소련간의 전선에서 소련이 반격을 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는 스탈린그라드전투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서해역사책방 7)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안토니 비버 (서해문집,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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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전쟁에서는 전쟁 후 승자가 패자를 다루는 데에 규칙이란 없었다. 약탈, 강간 정도로 그치면 준수해서 이후 점령지를 다스리는데 무리함이 없는 정도에 보통은 점령후 주민 일부를 노예로 팔아치우는건 당연했고, 학살이 당연시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우세한 무력을 이용해서 인간의 공포를 불러일으켜 점령지를 다스리기 위한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졌고, 다스리지 않기 위해서는 거의 식민지나 다름없는 수준으로 몇 년~몇십년간 전쟁보상금을 내야 하거나 아예 도시가 사라졌다. 

그러나 이러한 고대 전쟁의 참혹함과 잔인함은 우리에게 생생한 증언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고, 이마저도 대개는 역사가들에 의해 다듬어지고 걸러진 승자에 의해 써진 역사가 전해내려오는 것이 저 정도 수준이다. 승자가 자신의 기록을 남길 때 어떻게 왜곡했는지 우리는 알 길이 없다.    

우리가 가장 최근에 경험한 가장 참혹한 전쟁은 세계 2차대전일 것이다. 그 이후 6.25(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여러 차례의 중동전쟁과 이라크전쟁등이 있었다. 그러나 6.25를 제외하면, 강대국과 약소국의 전쟁이거나 기타 여러가지 이유, 정보화의 영향, 또는 제네바협정을 어긴 측이 여론에서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되는 관계 등등으로 인하여 일반사람들에게 전쟁의 실상이 그대로 전달되기는 어렵다. 6.25의 경우 그 실상이 우리에게 직접 전해져 내려온다. 그러나 예를 들어 노근리사건이나 기타 여러가지 양민학살의 문제의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와 미군의 관계나 우리나라 내부의 보수/진보 갈등과 복잡하게 엮이는 문제 등으로 더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진상을 자세히 조사하는 것이 어렵고 또 전쟁 당시에 남은 실제 기록을 찾기 쉽지 않은 문제도 있다.

2차 세계대전의 경우, 물론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 중에 기록이나 증언을 확보할 수 있는 비율은 적다고 하더라도, 워낙 전세계적으로 겪은 광범위한 전쟁이라서 우리에게 전쟁의 그 생생한 실상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좋은 학교이다.

그리고 2차세계대전에서 가장 치열하고 참혹했던 그리고 잔인했던 것으로 알려진 전투가 바로 스탈린그라드 전투이다.




스탈린그라드전투에 참여한 군인의 증언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있었던 일들을 시간의 경과를 따라서 자세하게 설명하였고, 스탈린그라드에서 독일군과 소련군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을 잘 묘사하였다.

마치, 죽을 것을 알고도 총 한 자루 없이 강을 건너 죽은 동료의 총을 들고 싸워야 하는 병사에게 한 인간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희망 따위는 있을 리 없는 것 처럼, 도저히 들어가면 살아나올 수 없는 스탈린그라드라는 지옥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였다.
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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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위대한 생존
저자 : 발레리안 알바노프
번역 : 홍한별
출판사 : 갈라파고스

굉장히 기억에 남는 책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내 싸이에서 예전에 쓴 서평을 조금 수정해 달아 본다. 




신문 광고에서 이 책을 보고, 학교 도서관에 구입신청을 했더니 이미 책이 있다고 나왔다. 도서관에 접속해서 검색에선 없다 나오드니만, 어쨌거나, 어제?(지금 새벽이므로) 학교간 틈에 책을 빌렸다. 새 책이다. 누군가 주문해서 보았겠지만, 혹시 내가 처음일 수도 있다. 내가 빌렸을 때에는 표지에 접은 흔적조차 없었다. 새 책을 처음 펴서 책 표지에 흔적을 남기는 순간은 늘 흥분된다.

나는 재미있는 책을 잡으면 놓지 못하는, 좋은 건지 좋지 않은 건지 모르는 습관이 있다.(물론 나에게만 재미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내일 천문대에 알바하러 가야되고, 오늘 꽤 일찍 일어났다. 따라서 잠을 자야되며, 그 외에 아까부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상당히 심하게 난다. 그런데 난 책을 읽으면서, 배고파 밥먹으러 가고싶어서 몸을 배배 꼬면서도 끝까지 한번에 책을 읽어버렸다.

사실 글자는 큰 편이고, 줄 간격도 넓은 편이라 읽기 수월하다. 반면에 번역 상태는 엉망이다. 주어+서술어.그러나 주어+앞선 서술어의 반대어. 식의 글귀가 상당히 많이 보인다. 번역이 몇 푼 못 받는 일인 것은 알지만, 역자에게 뭐라고 해주고 싶다 -_-.

나는 이 책을 모 신문의 책 소개하는 지면에서 보았는데, 꽤 크게 나 있었다. 어릴적 초등학교때 학급문고에서 최초 남극탐험에 실패한 '스콧'에 대한 책을 꽤나 재미 있게 읽은 덕에,  이 책 기사를 본 순간 어렴풋이 스콧 탐험대에 대한 기억이 나면서 매우 읽고싶어졌다. 나는 즉시 인터넷에 접속해 책을 주문했는데, 며칠 후 다시 접속해 보니 이미 학교 도서관에 책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예전부터 믿고 있는 점인데, 어떠한 뚜렷한 목적과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은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반드시 목적을 이룬다는 것이다. 사실 조그마한 교내 행사를 추진해 보기도 하고, 별을 보러(별을 자주 본다.) 추운 곳으로 가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뼈저리게 느낀 것은, 막연한 호감이나 생각으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음을 먹기만 하는게 아니라 기필코 해내는 의지가 있어야 반드시 결과가 있었다. 처음 출발한 14명의 선원 중, 단 2명만이 살아 남았다는 점은 나의 이런 믿음을 더욱 확신시켜 준다. 저자인 알바노프 기록에서 이런 나의 생각을 더욱 더 확신시켜 주고 있다. 그는 자신이 자신과 동료의 생존이라는 면에서는 결코 믿음직스럽지 못한 동료들을 이끌고 힘든 과정을 헤쳐 나가야 했으며, 스스로 동료들을 의지력이 약하다고 비판했다. 생존자가 알바노프를 포함하여 고작 2명이라는 처참한 결과는 이러한 알바노프의 생각을 잘 뒷받침해 준다. 처음 육지에 발을 딛는 순간에서는 희망이 없을 때 희망을 목표로 찾아 떠난 사람들이, 눈 앞에 펼쳐진 목표를 보고 쉽게 주저앉는 모습을 잘 보여 준다. 그렇게 원하던 육지를 눈앞에 두고 방심하여 빙하 위에 누워버리는 꼴이라니, 얼마나 한심한가!(한편으로는 그들이 얼마나 힘든 과정을 겪었는지 이해가 가기도 한다.)

'나는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 이 질문의 답을 알아내기에 알바노프가 존재했던 얼어붙은 바다는 더없이 좋은 장소라고 생각한다.

-간단요약-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삶을 갈망하는 자가 겪는 어려움과 동료들의 포기를 목격하는 또 다른 어려움을 생생하게 기록하였다.

-읽어야 할 사람들-
할건 많은데 손에 안 잡히고 의지가 다져지지 않는 사람들.

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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