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을 찍는 것은 어두운 밤에 밝은 불꽃을 담는 것이라서, 밝은 대낮에 찍는 사진과는 촬영법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불꽃을 찍는 것은 별을 찍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내가 별사진 이외에는 유일하게 불꽃사진만 찍고 있다).

  좋은 사진은 철저한 준비가 만들어낸다. 그런 면에서 사전답사를 통한 좋은 자리 탐색과 당일에 일찍 나가 해당 자리를 선점하는 것은 많은 사진동호인의 인파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진을 건지는데에 도움이 된다. 또 사전에 렌즈를 준비하고 자신의 렌즈화각에 맞는 자리를 고르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여기서는 좋은 불꽃사진을 찍기 위해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나열해볼까 한다.

1. 사전답사
  불꽃축제는 연중 몇 번 안 되는 좋은 불꽃촬영 기회이기 때문에, 많은 사진동호인들이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는 사람들이 권하거나 이미 맡아놓은 자리를 가거나, 특별한 답사 없이 다른 사람들이 몰리는 자리를 선택한다. 그 결과, 불꽃사진 공모전에는 비슷한 자리에서 찍은 비슷한 사진들이 굉장히 올라오고, 사진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것은 불꽃이 터지는 순간 노출을 얼마나 운좋게 끊었는가와 포토샵 보정기술이 얼마나 뛰어나느냐로 정해지게 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같은 사진을 연방 찍어대고싶지 않다면, 자신이 가진 렌즈화각에 맞는 자리를 직접 찾아나설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나의 경험을 중심으로 답사를 어떻게 했는지 써볼까 한다.

설치된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설치된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


  필자의 경우 여의도 불꽃축제를 준비하기 위해서, 매년 불꽃축제를 찍기 전에 자전거를 타고 카메라를 메고 일정한 반경을 그리며 답사했다. 전에는 놓친 좋은 화각을 위해 갔던 자리도 또 가보고 렌즈를 바꿔가며 화각을 비교했다. 여의도에서 불꽃축제를 열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된 일이고 다른 사람들이 찍은 사진들이 많으므로, 불꽃의 크기나 터지는 위치를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삼각대로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는 위치에서 내 렌즈에 좋은 화각이 나오는 자리를 찾는 것이다.





어느정도 높이로 올라오는 불꽃어느정도 높이로 올라오는 불꽃

  우선 불꽃의 종류는 크기나 터지는 높이에서 크게 3가지가 있다 (오른쪽 사진 참조). 만일 오른쪽 첫 번째 불꽃을 잘 찍고 싶다면, 사진에서 찍은 장소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찍을 필요가 있다. 중간의 사진에 있는 불꽃은 이 장소가 저 불꽃을 찍기에 좋은 장소임을 보여주고, 마지막 사진은 (노출과다이긴 하지만) 맨 위의 불꽃이 짤렸으므로 렌즈를 세우거나 더 먼 장소에서 찍거나 더 화각이 넓은 렌즈가 필요하다는걸 알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렌즈를 다 구비하고 있기는 어렵고 또 모든 장소가 모든 화각에서 완벽한 구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므로, 자신이 제일 잘 쓰는 혹은 제일 성능이 좋은 렌즈에 맞춰서 자리를 찾는 것이 유리하다. 오른쪽 사진들은 필름카메라인 Pentax MX의 표준렌즈(50mm)에 맞는 위치에서 찍은 것이다.
 

아주 높은 곳에서 터지는 불꽃 (이 사진에서 맨 위 짤린 불꽃)아주 높은 곳에서 터지는 불꽃 (이 사진에서 맨 위 짤린 불꽃)


  아무나 가는 장소인 이촌 한강공원에서 나의 24mm에 맞는 화각이 나오기는 하는데, 24mm가 주변부 수차가 심해서 사진이 보기좋게 나오지 않는 관계로 나는 이 장소를 오래전에 포기했다. 포기한 또 다른 이유는 그 곳에서 찍는 사람이 지나치게 많아서 자리경쟁이 심하고, 또 남들과 다른 사진을 찍을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필름쓰는 내가 DSLR의 색감과 실시간 노출확인 등을 어찌 이기겠는가...).

24mm 광각으로 이촌 한강공원에서 찍은 2003년 불꽃축제. 주변부의 수차로 63빌딩이 옆으로 누웠고, 원효대교 불빛은 옆으로 확 번져버렸다.

63빌딩을 가운데에 넣고 찍어봤지만, 렌즈의 주변부 수차때문에 원효대교가 번진 것은 어쩔 수 없다. 대체할 렌즈가 있다면, 이런 렌즈는 불꽃축제용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다.



 
  필자는 사전답사를 나가기 전에 지도를 보고 몇 군데 후보지를 정해서 가 보았다. 남들 다 가는 이촌 한강공원, 늘 찍던 그 자리, 한강대교 중간에 있는 섬, 흑석동 정자, 노량진 수산시장 주차장 옥상등 가 보았다. 한강대교 중간에 있는 노들섬에서 한강철교 너머로 찍는 것도 나빠보이지 않았고 적당한 화각이 나오는 80mm렌즈가 있었는데, 이 렌즈 역시 수차가 심해서 포기했다 (없는 자는 슬프다. 남들 다 있는 DSLR 하나 없어서 이 시대에 필름을 쓴다니 ㅠㅠ). 

  좋은 불꽃사진을 찍고 싶으면, 철저한 답사를 통해 자신의 렌즈 화각에 맞는 자리를 찾아서 기필코 선점하도록 하자. 그것은 운이 따라줘야 하는 불꽃사진에서 운보다 실력으로 남들보다 앞서려는 작은 노력이다.  
 

2. 준비물 : 사진은 준비가 생명이다.
B셔터 노출이 자유롭기 위한 모든 것들 - B셔터는 셔터버튼을 누르는 동안 셔터가 계속 열려있는 모드이다. 릴리즈, 리모콘 등 카메라에 따라 알아서 준비하면 되겠다.

삼각대 - 튼튼할수록 좋지만, 불꽃 노출은 기껏해야 수 초~십수초 정도이므로 들고다니기 힘들 정도로 지나치게 튼튼할 필요는 없다.

가장자리 수차가 적은 렌즈 - 불꽃 사진에서는 배경의 야경도 같이 찍히게 된다. 풍경이나 인물과는 달리, 야경에서 멀리 있는 가로등같은 것들은 점광원으로 사진에 찍히는데 여기에 렌즈의 수차가 두드러지게 보일 수 있다. 물론, 그런 렌즈라고 해서 좋은 사진을 건지지 못하는 것은 아니긴 하다. 다만 같은 렌즈로 찍었어도 야경에서는 그 단점이 더 돋보이기에 좋은 사진을 찍어놓고 아쉬워지는 경우가 있다.

다양한 화각을 커버하는 렌즈들 - 불꽃이라고 모두 같은 위치에서 터지지는 않는다. 어떤 불꽃은 매우 큼지막하고 높은 곳에서 터지는데 비해, 어떤 불꽃들은 작고 비교적 낮은 높이에서 터지거나 아예 설치된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들도 있다. 이들을 골고루 찍고 싶으면, 넓은 화각과 좁은 화각을 모두 커버할 수 있도록 준비하면 된다. (나는 그러지 못해서 큰 불꽃들만 찍었다.)

렌즈 앞을 가려줄 검은 물체나 천 - 불꽃을 많이 찍고 싶으면, 불꽃이 터지지 않는 동안이나 불꽃이 지나치게 많이 터질 때 렌즈 앞을 가려줄 수 있는 것이 좋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반사가 거의 되지 않는 어두운 검은 천을 준비하면 좋다. 어두운 밤이므로, 번쩍거리지 않는 검은 긴팔 옷을 입어서 소매로 가려줘도 된다.

충분한 용량의 메모리 - 최소 200컷 이상 저장가능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 한 국가의 불꽃쇼에 카메라 하나당 35mm 필름 2롤~3롤을 소비한다 (1롤은 36컷이다).
 
따뜻한 옷 - 한 군데서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춥다.


3. 촬영시 주의할 것들
  불꽃사진은 일종의 야경 사진이다. 불꽃이 언제 올라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불꽃만 잘 찍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불꽃사진에서 불꽃의 배경에 나타나는 야경은 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 요소이므로, 야경과 불꽃을 잘 조화시켜 찍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불꽃의 노출과 야경의 노출이 모두 잘 맞아야 한다.

  DSLR을 가지고 있다면, 미리 야경을 찍어서 F4에는 노출 몇 초, 5.6에는 몇 초, 8에는 몇 초, 11에는 몇 초가 야경이 잘 나오는지 미리 찍어보면 된다. 그리고 불꽃이 터지면, 예를들어 5.6에 10초에서 야경이 잘 맞았다고 한다면 불꽃이 터질 때마다 렌즈 앞을 열어주고 안 터질때는 검은 천으로 가려주어 합쳐서 10초를 채우면 된다. 물론, 불꽃에 대한 노출도 처음에 터지는 불꽃 몇 개를 이용하여 미리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더 많은 불꽃을 사진에 담고 싶다면, 불꽃이 터지는 순간에도 순간적으로 렌즈를 가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불꽃은 처음에는 밑에서 궤적을 그리며 올라오는데, 그러다가 불꽃이 점화하는 순간에는 플래시가 터지듯 번쩍거린다. 이 번쩍거리는 순간을 가려주는 것이다. 말처럼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많은 불꽃을 찍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불꽃이 터지는 순간을 가려주지 않은 불꽃사진. 야경은 그럭저럭 노출이 맞았지만, 불꽃은 지나치게 밝다.

 

불꽃이 터지는 순간을 잘 가려준 사진. 불꽃이 노출과다 되지 않았다.



   만일 손으로 번쩍거리는 순간을 가리기 힘들다면, 조리개를 조여서 노출을 조금 줄여주는 방법도 있다. 사실 불꽃축제에서는 갑작스레 올라오는 다른 불꽃들 때문에 가려주기는 커녕 셔터를 열었다 닫았다 하기도 바쁠 때가 많다. 조금 편하게 찍고 싶다면, 조리개만 간단히 조여줘도 운이 좋으면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다.

2004년 서울세계불꽃축제 동상작. 불꽃이 터지는 순간이 밝은 점으로 사진에 나타나 있지만, 조리개를 조여서 해결했다. -주의- 사진의 저작권은 (주) 한화에 있습니다




  의외로, 불꽃사진은 찍기 쉬운 사진이다. 불꽃이 터지는 것은 운인 관계로, 자리만 잘 잡아놓으면 두 시간 정도 정신놓고 사진찍어도 한두장은 건지기 마련이다. 올 해 서울 세계 불꽃축제는 10월 9일 (토요일)에 열린다. 작년에 불꽃축제가 신종플루 문제로 열리지 않았으니, 아마 많은 사진 동호인들이 몰릴 것 같다. 아직 주말을 한 번 남겨두고 있으니, 남들보다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사전답사를 해 보는건 어떨까. 어쩌면 공모전에 당선될지도 모를 일이다.

서울세계 불꽃축제 홈페이지 : http://www.bulnori.com/

관련글 :
2003 서울 세계 불꽃축제 촬영기
2004 서울 세계 불꽃축제 촬영기
2005 서울 세계 불꽃축제 촬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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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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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웃자고 쓴 얘기인 듯 한데

웃겨서 보관해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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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에 올라간 일제 시대의 독립투사 한 사람이
옥황상제와 대면했다.

"옥황상제님! 우리 나라가 해방이 된지 50년이 지났는데도 일본만큼 발전하지 못 한 이유는 제대로 된 과학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과학자 다섯 명만 대한민국으 로 보내주십시오..."

옥황상제는 이를 불쌍히 여겨 퀴리 부인, 아인슈타인, 에디슨, 뉴턴, 갈릴레오, 이렇게 다섯 명을 보내 주었다. 그리고 몇 년 후에 일이 어떻게 돌아 가나 보았더니...

퀴리 부인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려고 했는데, 얼굴도 평범하고, 키도 작고, 몸매도 안 된다고 취직이 안 되어서 집에서 "선이나 봐 라"고 구박받고 있었다.

에디슨은 발명을 많이 해서 특허를 신청하려고 했는데, 초등학교 밖에 못나왔 다고 신청서를 안 받아 준다고 해서 특허신청을 못 내고 있었다. 어쩌다 하나 특허를 받은 것은 대기업이 초등학교 출신 작품이라고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수학만 엄청 잘하고 다른 과목은 제대로 못해서 대학은 문턱에 도 못 가보고 놀고 있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며 대들기를 좋아했던 갈릴레오는 우리 나라의 과학 현실 에 대해 입바른 소리를 하다가 연구비 지원이 끊겨서 한강변에서 공공근로를 하고 있 었다.

뉴턴은 대학원까지 갔는데 졸업 논문을 교수들이 이해 못해 졸업도 못한 채 집에서 놀고 있다가 철원 최전방으로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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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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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망원경은 좋은가요?
  망원경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급히 망원경을 골랐을 때에 나오는 질문이다. 나는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천체망원경을 사면, 십중팔구 머지않아 도로 되팔고 다른 망원경을 사거나 혹은 이 취미를 접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사람은 기회비용이 발생할 때 갈등하게 된다. 천체망원경을 구입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돈이 많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망원경을 다 모아서 수집해도 되고, 직접 사람을 고용해서 최강의 광학계를 설계해서 망원경을 직접 만들어도 된다. 돈이 넘쳐난다면 말이다. 물론, 그런다고 '밝게 잘 보이고, 상이 선명하고, 상이 예리하고, 시야가 넓고, 분해능이 좋고, 이동성까지 좋은' 망원경은 만들 수 없겠지만, 그래도 돈이 많이 투입될수록 성능은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돈이 2배로 투입된다고 무조건 성능이 2배가 되지는 않는다. 성능을 수치화하긴 어렵지만 굳이 애써 예를 들어보면 돈이 2배일 때 성능이 2배이면, 돈이 4배가 되면 성능은 3배, 돈이 8배가 되면 성능은 3.5배 뭐 이런 식이라고 생각하는게 무조건 2배로 늘어난다고 보는 것보다 더 맞을거다.

  그렇다면 적절한 선에서 자금을 들여서 망원경을 고를 때 우리는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망원경을 처음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질문한다. "이 망원경은 얼마나 보이나요?", "이 망원경은 잘 보이나요?" 정말 간단한 질문들이지만, 정말 대답하기 어렵다. 똑같은 대답을 해도 나중에 와서 어떤 사람은 "님 말이 맞더이다" 혹은 어떤 사람은 "알지도 못하는 놈이 추천해줘서 망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니 그런데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해 보자. "페라리가 좋은 차인가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차라고 생각할 것이다. 적어도 코란도를 타는 사람보다 좋은 차를 탄다고 생각을 하겠지. 그런데 만일 이 질문 앞에 (오프로드를 달리고 싶은데)라는 조건을 덧붙였어야 했는데 질문자가 이를 생략했다면 어떨까. 

 

저렴한 가격에 큰 구경을 사용할 수 있는 돕소니언 방식 : 200mm 구경에 100만원 안쪽이다.

거의 무결점에 가까운 상을 보여주지만 비싸고 구경은 작은 고급굴절. 200mm 구경이면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망원경 구입에도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실패하지 않는 방법은?
  망원경을 사는 것은 돈을 지불하는 일이므로 당연히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망원경 경통 뿐 아니라 가대나 접안렌즈 등의 악세사리를 장만하면 경우에 따라서 망원경보다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수십만원을 들여서 산 망원경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누구나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히 망원경을 사기 전에는 시장조사와 제품조사가 필요하고, 먼저 사용해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 심지어 10만원짜리 하드디스크 하나 사는 데에도 수많은 댓글들을 보면서 어떤 하드가 안정적인지 고민하는 시대인데, 망원경 하나 사는데 그만한 고민 정도는 해야지 않겠나. 

  문제는 더 좋은 망원경일수록 더 비싸다는 것이다. 쓸 수 있는 돈은 한정적이고, 망원경은 비싸기만 하다. 결정은 어렵다. 망원경 조사라고 해본 사람이면 망원경을 쓰는 기존의 유저들의 의견이라고 들어보면 자기들끼리 의견만 분분하지 어디하나 명확하게 해결해 주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 사람들도 자신의 취미를 하는 것이니 자기 자신의 의견이 당연히 자기 취향을 따라가는 것이다. 

  망원경을 사면 무엇을 볼 수 있을까? 달, 목성, 토성, 금성, 화성 ... 밝은 성운 너댓개, 우리의 개념충만한 안드로메다, 또 뭐 ...? 그래, 이거 몇 개 보고 눈구경 하자고 망원경을 사려 했다는 말인가? 그러면 망원경 있는 사람한테 빌붙어서 일단 보고 결정하는건 어떤가. 의외로 별보는 사람들은 같은 취미 가지는 사람이 늘어나는걸 대환영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쪽이 숫적으로 소수에 해당하는 취미이고 별보는 사람끼리 한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일 정도로 좁은 바닥이기 때문에, 여기 한두명 골수 별쟁이가 추가되는데 반대할 사람이 없다. 당연히, 망원경 사기 전에 남의 망원경으로 조금 눈동냥 하겠다는데 반대하는 사람은 드물다.


망원경을 사기 전에 제대로 알고 사자
  망원경을 사게 되면, 망원경값보다 망원경을 쓰는데 드는 돈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 망원경을 들고 별이 잘 보이는 곳으로 별을 보러 가보자. 차를 몰고 간다면, 왕복 기름값 + 저녁값 + 아침+ 야식비용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튿날 피로회복을 위하여 소진하는 시간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문제는, 한국에서 날씨가 좋은 날이 20~3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달이 어두운 그믐 근처에만 어두운 성운,성단,은하를 볼 수 있으며, 그 와중에 경조사나 기타 이유로 관측을 나가지 못하는 날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관측을 나가는데 10만원 이상이 깨지는 것을 생각하면, 망원경 100만원짜리 사서 1년 적당히 써도 망원경값 만큼은 망원경을 쓰는데 쓰게 된다.

  차를 산다고 생각해 보자. 차를 타고 주로 뭘 할건지에 따라 차종이 달라질 것이다. 도로에서 스피드를 즐기고 싶다면 스포츠카를 사게 될 것이고, 아이가 있는 집은 안전하고 조용한 세단을 선호할 것이다. 식구가 많은 집은 승합차를, 업무상으로 차를 타고 움직이려 할 경우 연비를 먼저 고려할 것이다. 아마 별을 보는 사람이라면 험한 길이나 눈길도 지나갈 수 있고 많은 짐을 운반할 수 있도록 4륜구동 SUV를 선택할 것이다. 
  
  망원경도 마찬가지이다. 멀리 시골에서 어두운 성운,성단,은하를 보려는 사람은 돕소니언을, 예리한 상을 좋아하는 사람은 고급 굴절망원경을, 차가 없어서 망원경을 들고 다녀야 하는 사람은 소구경 굴절을 사야 할 것이다. 용도, 취향, 여건, 예산, 여가의 많고 적음에 따라서 선택은 달라진다.

  사전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고 장비를 덜컥 사는 경우를 수 없이 많이 보았다. 비슷한 경우를 사진 동호회에서도 많이 본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머지않아 장비를 교체하게 되고, 자신이 샀던 망원경의 제 성능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다른 주인에게 값싸게 장비를 넘기게 된다. 물론 학생들 입장에서는 비싼 장비를 사다가 거의 신동품으로 반값 정도로 중고로 넘겨주니 고마운 사람이 되겠지만, 자신이 현재 가지는 취미에서 즐길 줄을 모르고 밑도끝도 없이 장비에만 돈을 쏟아붓는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별은 하루 안 본다고 없어지거나 하지 않는다. 다만 구름이나 광공해에 잠시 가려질 수는 있겠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인간의 시간에서는 사실상 변화가 없는 우주를 보겠다면서 지나치게 급하게 장비를 구입하고 빨리 호기심을 해결하려 할 필요가 굳이 없다고 말이다. 오늘 뜬 별은 내일도 뜨고 모레에도 뜨고, 우리 생애에 별이 뜨지 않는 날은 없을 테니까.


추가. 이 포스팅은 추천을 좀 부탁드립니다. 추천 구걸 같은거 하고 싶지 않은데, 간단히 검색해보니 망원경 정보와는 상관 없거나 올바른 정보를 주지 않는 페이지들이 '천체망원경 추천'이라는 태그로 도배되어 있더라구요. 밑에 손가락모양의 'View on' 버튼을 누르면 추천됩니다.


댓글로 질문하시면 답변도 드립니다. 


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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