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아무도 필름으로 달을 찍지 않지만

한 10년전만 해도, 필름으로 행성을 찍으려고 애를 무던히도 썼다.

나는 2003년도에 필름으로 달을 처음 찍어봤는데, 생각보다 쉬운게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이 때 사람들은 디지털 카메라로 달을 찍고 있었다.

그냥, 재미삼아 찍어본 달이다.

이후 달이나 행성을 열심히 찍은 적은 한 번도 없다 -_-;;;;;


 

위 - 달 남동부
아래 - 아펜닌산맥
장비 : 상태C급 ED102s + 나글러 4.8 + 펜탁스 mx + 엑타25
노출 : 15초
촬영일 : 2003년 10월

엑타25 필름은 입자가 매우 고운데, 문제는 내가 별을 보기 시작하기 전에 이 필름이 단종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냥 들어만 본 필름일 뿐이었는데, 우연히도 학교 사진관에서 썩고 있는 것을 발견, 2롤을 사서 찍어서 2장 건졌다.

2롤에 겨우 2장밖에 못 건지는 이유는, 필름카메라로는 그 자리에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없는 관계로 초점이 잘 맞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초점을 조금씩 바꿔가면서 계속 찍기 때문이다.


필름으로 찍는거 치곤, 꽤 괜찮게 나온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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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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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AA (전국 대학생 아마추어 천문회 연합)은 꽤 오래된 전국적 대학생 모임이었다.

UAAA의 역사는 나도 잘 모르고, 그나마 있던 기록들은 여기저기에 흩어졌고 지금은 존재를 알 길이 없다. 그렇지만 핼리혜성이 오던 때에 맞추어 대략 1980년대부터 크게 활성화가 되었고, 그 시기의 대학생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현재 한국의 아마추어 천문을 아직까지도 주도하고 있다.

나는 01학번으로, UAAA에서 02년부터 04년까지는 꽤 활동을 했었고 일부 05,06학번들도 알고 있다.


UAAA는 전국의 '별을 보는' 대학생들의 모임이다.

별을 본다는 것은, 서울같은 도시의 밝은 불빛에서 벗어나야 하는 문제로 교통비와 숙박비가 든다. 그리고 장비는 고가이고, 상대적으로 신입생들은 장비를 잘 고장낸다.

별을 보는 것과 찍는 것은 상당히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데, 그러한 기술들을 쌓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자주 별을 봐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날씨는 별을 보는데에 호의적이지 않아서, 날짜를 잡고 별을 보러 가면 맑을 확률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



나는 한 때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별을 보러 다녔다. 당연히 UAAA에도 아는 사람이 여럿이 생겼고, 01-03학번의 UAAA 친구들을 지금도 여럿 만난다.

그리고 얼마전, 이런 쪽지를 보았다.




UAAA 활동의 침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것은 한국의 야간조명의 증가로 인하여 관측에 소모되는 교통비증가, 경제난, 취미생활을 누리기 힘들어진 대학생의 현실 등이 맞물린 결과이다.

사실 나는 약 05~06년경 부터 'UAAA'의 와해가 멀지 않음을 예감했다. 당시 UAAA는 모임의 목적인 '천체관측 및 그에 관한 정보공유'를 전혀 수행하지 못하는, 오로지 사람이 많다기에 놀러나온 자들로 구성된, 몸집만 큰 집단으로 변한지 오래였다. 앞서 말한 이유 등으로 실제 별을 보는데 관심있는 대학생들이 대폭 줄어든 탓에, 그저 사람 수로 지탱되고 있는 목적을 잃은 집단이었다. 내 생각에, 한 순간에 UAAA가 와해되어 없어질 수 있어 보였다.


사실, 별을 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밤을 새야 하고, 무거운 망원경을 옮겨야 해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고, 밤에 시골이나 산을 돌아다니는 일이다보니 여학생의 참여가 좋지 못해 대부분의 대학교에서 성비가 고르지 못하며 (여학교 제외), 통일호가 없어지면서 교통비가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반면 취업난으로 인하여 대학생들이 무의미한 학점 및 자격증 경쟁에 말려들어 취미와는 동떨어진 대학생활을 지내기 일쑤인 현재, 저 많은 시간적, 육체적, 경제적 패널티를 안고 별을 보러 다닐 수 있는 열정적인 대학생들은 원래도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극히 드물다.



우연의 일치일까, 나의 동호회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결말을 맺었다.


한 때 어딘가에 홀린 듯 별을 보러 다녔던 나에게 UAAA는 내 또래의 친구들과 함께 별을 보는 곳이었고, 동호회 별빛스케치는 별을 좋아하는 형들 (대부분이 나보다 형들 혹은 아버지뻘도 계시다)과 밤새 망원경 얘기를 하면서 시간 가는 줄을 모르던 그런 곳이었다.

아름다운 시간들을 이제 머릿속으로만 기억해야 하는 때가 나에게도 오다니.

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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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부터 디지털피아노를 하나 마련하고 싶었다.

사실은 초등학교때 피아노를 배웠고, 체르니 30번인가 40번인가를 치다가 그만두었다.

엄마 손에 강제로 시작한 피아노 배우기를 그만둔지 10년 이상, 그 후 오랜 기간 아무도 치지도 않고 관심가지지 않은 우리집 업라이트 피아노는 두 차례 이사를 거치면서 중고로 팔려나갔고, 그 당시에만 해도 나는 피아노에 관심이 없었다.


박사과정을 들어오니 여러모로 힘든게 많다.

사실, 석사과정까지만 해도 쌓이는 스트레스를 술과 게임으로 어느 정도 풀 수 있었다.

이제 시간적으로 술도 자주 마시지 못하는데다가 (속도 안 좋고), 게임을 하고 앉아있을 시간은 더더욱 없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다른 스트레스 배출구를 찾고 있었고, 그나마 있던 취미가 별보러 돌아다니는 거였지만 이마저 시간적인 문제로 석사과정을 시작하면서 그만둬 버렸으니,

대안으로 찾은게 피아노라는 얘기다.


진짜 피아노처럼 88건반에 건반 터치감과 음색도 조금이라도 비슷했으면 좋겠고

그렇다고 뭐 대단한걸 칠건 아니고, 사실 굳은 손가락을 풀기 위해 하논 1번부터 다시 쳐야 한다.
 
예산은 가급적 80만원 이내였으면 좋겠고, 물론 꽤 오랜기간 사전조사 했다.

왠만한 피아노관련 질답게에 의하면 못해도 60~70 이상의 피아노를 권한다고 하니까, 지금 봐서는 큰 차이 없을 것 같으면서도 왠지 내가 싸구려 망원경을 권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그들로부터 받아서, 그들의 권장가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쨌든, 최대한 진짜 피아노랑 비슷하게 치기 위해 페달도 3개인걸 찾고... 100만원 이내, 왠만하면 80만원 이내로 찾다보니까 눈에 들어온 예쁜 피아노!

프리비아 PX-130, 이 놈 흰색이잖아 ...?



그렇다. 나는 지름신이 강름하사, 안 사고 못 배기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_-;;;; 한 1년 피아노 안 사고 참은 것 같은데 말이지 ......

구글링해서 잘 찾아보면, 나처럼 이놈 외모에 꽂혀서 산 사람들 적지 않다.

그런데, 가격도 괜찮은걸 어떡해?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일단 다나와... 최저가 검색 ...  기본적으로 본체만 하면 70만원 정도에, 3단페달 + 전용 나무 받침대 + 의자 + 헤드폰 = 85~95만원 정도의 가격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인터파크에 이것저것 할인해서 (당일할인 포함) 풀옵션 70만원대가 있네?

풀옵 70만원대 가격을 본 첫 날, 지를까말까 고만하다가, 시험기간인데 이 놈이 나랑 인연이 있으면 시험 끝나고도 할인행사가 있겠지 싶어서 덮었다.

둘쨌날, 할인이 없어졌다. ㅠㅠ

시험 임박해서는 아예 다른 할인도 줄어서, 인터넷 최저가 배송비 포함 82만원 정도를 나타내고 있다.

왠만하면 80만원 안쪽으로 하고 싶었는데, ㅠㅠ


아쉬움에 구글링 및 시장조사를 계속 하던 중, 아이캔피아노(Icanpiano)라는 악기점을 찾았다. 꽤 큰가본데, 이것저것 다 합치면 86~91만원정도가 나온다. (여기는 흰 색을 5만원 더 받더라)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니, '경제적 여건이나 사정상 어려운 분들은 주저하지 마시고 전화나 메일 주세요'라는 문구.

싸게 사면 장땡 아닌가...! 마침 에누리게시판에 있어서 글을 남겼더니, 내가 제시한 가격에 해 주겠다고 한다.

오오오오오오오오! 인터넷 최저가보다 싼 가격에!!!


시험기간에는 공부를 해야 하니, 시험기간 끝나는 약 8일 후 배송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알았다고 하더니 다음날 배송을 해 왔다 -_-;;;

받은 물품은 본체 + 전용 나무 받침대 + 3단 페달 + 1인용 의자 + 소니 헤드폰 + 덮개

조립 설명서는 일어, 영어 외 한두개 언어가 더 있던거 같은데 한글은 없지만, 뭐... 남자라면 그닥 어려움 없이 조립할 수 있을 것이다.


조립 후 ......


조립하자마자 피아노에 앉아봤다.

많은 기능들이 있는데, 다 써보긴 쉽지 않겠지만... 일단 메트로놈이 되고, 다른 악기 소리도 낼 수 있다.

뭐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 귀에는 일반 피아노랑 소리가 크게 다르지도 않은 것 같다.

터치감은, 사실 실제 피아노랑은 조금은 틀리다. 이것도 건반 무게 조절해서 만든걸로 아는데, 뭐 완벽할 순 없지.


악보를 펴 봤다.

어릴 때 제일 많이 쳤던게 워털루전쟁이었던거 같은데.

아래 사진에서 체크된건 배웠다는걸 의미한다.

뭐냐 ......  한 음도 제대로 못 치겠다.

저게 샵이 두 개면, 어떻게 하는 거더라?

음이, 여기가 도니까... 레미파솔라시...

......


대충 예상은 했지만

다~ 까먹었다.

뭐, 어파치 하논부터 다시 연습해서 손가락부터 풀어야 하니까.


그나마 하논 1번은

조금 치니까 칠만 하더라.

요즘은 1번+2번 치고 있다.

어릴 때 피아노 학원에서 했던 것 처럼, 하루에 곡 1편당 20개씩 동그라미 그려놓고 그거 색칠 해 가면서 연습 해 볼까...



나 이적 노래 좋아하는데.

언젠가 피아노 부르면서 뿔, 달팽이, 거위의꿈, 다행이다 이런거 부르려면

얼마나 걸릴까?

아 물론, 나 노래 못 부른다-_-; 그냥 그러고 싶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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