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비가 오지만 갑자기 맑은 날씨가 지속되는 가운데

학부 1학년생들을 망원경으로 목성을 보여줄 일이 생겼다.

생각없이 7시로 잡았지만 목성이 건물 위로 올라오는 시간이 9시라서 9시에 다시 오라고 했는데

많은 학생들이 툴툴거리며 다시 9시에 왔다가 목성의 환상적인 모습을 보고 좋아하며 갔다.


학생들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망원경 광축을 약간 조절했다.

그리고 하늘 상태를 봤는데, 씨잉이 매우 좋아 보였다. 밝은 별인 베가가 비록 고도는 높지만 거의 움직임 없이 하늘에 그 자리에 박혀 있었다. 씨잉이 나쁘면 별빛이 심하게 흔들린다. (씨잉 : 하늘의 안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씨잉이 좋으면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입장에서는 행성이 평소보다 잘 보이고, 연구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얻은 이미지의 신호대 잡음비가 좋아진다.)

목성이 올라오자 목성을 바로 맞춰서 보았는데, 처음에는 건물 바로 위라서 그런지 다소 이글거리는 모습도 보였지만, 나중에는 내가 지금껏 본 목성상 중 열손가락 안에 드는 목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와중에 목성의 위성 중 하나가 목성 앞에 지나가면서 목성의 표면에 자신의 그림자를 만들었다. 이것을 목성위성으로 인한 영 현상이라고 부른다.

목성의 큰 줄무늬 이외에, 작은 줄무늬의 굵고 얇은 모습과 얇은 줄무늬들이 촘촘한 지역에서 줄무늬가 다 구분되는 것조차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은 시가 수천만원의 8인치급 고급 굴절망원경에서나 보던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내 앞에 있는 망원경은 오랜 세월을 망원경에 대한 애착 없는 대학생들의 손에서 힘든 세월을 보낸 300만원도 안 되는 8인치 슈미트-카세그레인 망원경이다. 일반적으로 슈미트-카세그레인 방식 망원경이 최고급의 굴절망원경과 같은 행성상을 보여주려면 구경이 적어도 1.5배는 커야 한다.

나는 학생들이 대부분 돌아가고 나서도 한참을 목성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급기야, 피곤함을 잠시 잊고 목성사진을 살짝 찍어보기로 했다.



단지 동영상을 촬영해서 모든 이미지를 합성했고 그 외 다른 테크닉은 전혀 안 들어갔는데 이 정도이다. 정말 보기힘들 정도로 잘 보인 날이다. (사실은 테크닉 그런거 모른다. 원래 행성을 찍던 사람이 아니니 뭐 어떻게 처리해야 더 잘 보이는지 아는게 없다.)

겨우 6초 노출이 이 정도이면, 30초로 찍은 2장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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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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