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전부터 디지털피아노를 하나 마련하고 싶었다.

사실은 초등학교때 피아노를 배웠고, 체르니 30번인가 40번인가를 치다가 그만두었다.

엄마 손에 강제로 시작한 피아노 배우기를 그만둔지 10년 이상, 그 후 오랜 기간 아무도 치지도 않고 관심가지지 않은 우리집 업라이트 피아노는 두 차례 이사를 거치면서 중고로 팔려나갔고, 그 당시에만 해도 나는 피아노에 관심이 없었다.


박사과정을 들어오니 여러모로 힘든게 많다.

사실, 석사과정까지만 해도 쌓이는 스트레스를 술과 게임으로 어느 정도 풀 수 있었다.

이제 시간적으로 술도 자주 마시지 못하는데다가 (속도 안 좋고), 게임을 하고 앉아있을 시간은 더더욱 없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다른 스트레스 배출구를 찾고 있었고, 그나마 있던 취미가 별보러 돌아다니는 거였지만 이마저 시간적인 문제로 석사과정을 시작하면서 그만둬 버렸으니,

대안으로 찾은게 피아노라는 얘기다.


진짜 피아노처럼 88건반에 건반 터치감과 음색도 조금이라도 비슷했으면 좋겠고

그렇다고 뭐 대단한걸 칠건 아니고, 사실 굳은 손가락을 풀기 위해 하논 1번부터 다시 쳐야 한다.
 
예산은 가급적 80만원 이내였으면 좋겠고, 물론 꽤 오랜기간 사전조사 했다.

왠만한 피아노관련 질답게에 의하면 못해도 60~70 이상의 피아노를 권한다고 하니까, 지금 봐서는 큰 차이 없을 것 같으면서도 왠지 내가 싸구려 망원경을 권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그들로부터 받아서, 그들의 권장가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쨌든, 최대한 진짜 피아노랑 비슷하게 치기 위해 페달도 3개인걸 찾고... 100만원 이내, 왠만하면 80만원 이내로 찾다보니까 눈에 들어온 예쁜 피아노!

프리비아 PX-130, 이 놈 흰색이잖아 ...?



그렇다. 나는 지름신이 강름하사, 안 사고 못 배기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_-;;;; 한 1년 피아노 안 사고 참은 것 같은데 말이지 ......

구글링해서 잘 찾아보면, 나처럼 이놈 외모에 꽂혀서 산 사람들 적지 않다.

그런데, 가격도 괜찮은걸 어떡해?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일단 다나와... 최저가 검색 ...  기본적으로 본체만 하면 70만원 정도에, 3단페달 + 전용 나무 받침대 + 의자 + 헤드폰 = 85~95만원 정도의 가격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인터파크에 이것저것 할인해서 (당일할인 포함) 풀옵션 70만원대가 있네?

풀옵 70만원대 가격을 본 첫 날, 지를까말까 고만하다가, 시험기간인데 이 놈이 나랑 인연이 있으면 시험 끝나고도 할인행사가 있겠지 싶어서 덮었다.

둘쨌날, 할인이 없어졌다. ㅠㅠ

시험 임박해서는 아예 다른 할인도 줄어서, 인터넷 최저가 배송비 포함 82만원 정도를 나타내고 있다.

왠만하면 80만원 안쪽으로 하고 싶었는데, ㅠㅠ


아쉬움에 구글링 및 시장조사를 계속 하던 중, 아이캔피아노(Icanpiano)라는 악기점을 찾았다. 꽤 큰가본데, 이것저것 다 합치면 86~91만원정도가 나온다. (여기는 흰 색을 5만원 더 받더라)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니, '경제적 여건이나 사정상 어려운 분들은 주저하지 마시고 전화나 메일 주세요'라는 문구.

싸게 사면 장땡 아닌가...! 마침 에누리게시판에 있어서 글을 남겼더니, 내가 제시한 가격에 해 주겠다고 한다.

오오오오오오오오! 인터넷 최저가보다 싼 가격에!!!


시험기간에는 공부를 해야 하니, 시험기간 끝나는 약 8일 후 배송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알았다고 하더니 다음날 배송을 해 왔다 -_-;;;

받은 물품은 본체 + 전용 나무 받침대 + 3단 페달 + 1인용 의자 + 소니 헤드폰 + 덮개

조립 설명서는 일어, 영어 외 한두개 언어가 더 있던거 같은데 한글은 없지만, 뭐... 남자라면 그닥 어려움 없이 조립할 수 있을 것이다.


조립 후 ......


조립하자마자 피아노에 앉아봤다.

많은 기능들이 있는데, 다 써보긴 쉽지 않겠지만... 일단 메트로놈이 되고, 다른 악기 소리도 낼 수 있다.

뭐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 귀에는 일반 피아노랑 소리가 크게 다르지도 않은 것 같다.

터치감은, 사실 실제 피아노랑은 조금은 틀리다. 이것도 건반 무게 조절해서 만든걸로 아는데, 뭐 완벽할 순 없지.


악보를 펴 봤다.

어릴 때 제일 많이 쳤던게 워털루전쟁이었던거 같은데.

아래 사진에서 체크된건 배웠다는걸 의미한다.

뭐냐 ......  한 음도 제대로 못 치겠다.

저게 샵이 두 개면, 어떻게 하는 거더라?

음이, 여기가 도니까... 레미파솔라시...

......


대충 예상은 했지만

다~ 까먹었다.

뭐, 어파치 하논부터 다시 연습해서 손가락부터 풀어야 하니까.


그나마 하논 1번은

조금 치니까 칠만 하더라.

요즘은 1번+2번 치고 있다.

어릴 때 피아노 학원에서 했던 것 처럼, 하루에 곡 1편당 20개씩 동그라미 그려놓고 그거 색칠 해 가면서 연습 해 볼까...



나 이적 노래 좋아하는데.

언젠가 피아노 부르면서 뿔, 달팽이, 거위의꿈, 다행이다 이런거 부르려면

얼마나 걸릴까?

아 물론, 나 노래 못 부른다-_-; 그냥 그러고 싶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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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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