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수차, 이 얼핏 듣기에 어렵고 초보에게 의미전달이 어려울 것 같은 단어를 써야 한다는게 늘 망설여지는 일이지만, 굴절망원경에서 색수차를 빼면 아무것도 설명할게 없다. 굴절망원경의 다양한 렌즈조합이나 소재등에 따른 망원경의 성능이 바로 이 색수차가 주된 요인이기 때문이다.

  색수차는 별이나 행성, 달 등의 천체를 망원경으로 보았을 때 붉은 색과 푸른 색으로 색이 번져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색수차가 일어나는 원인은 프리즘의 원리 같아서, 빛이 물질을 통과할 때 빛의 색(파장)에 따라 굴절이 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굴절망원경의 렌즈를 통과할 때, 마치 프리즘을 통과하듯 색이 제각각 다르게 굴절된다고 보면 되겠다.

프리즘

색수차가 있는 대물렌즈




  최초로 만들어진 망원경은 굴절망원경이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스스로 제작한 작은 굴절망원경으로 많은 발견을 하였고, 이후 반사망원경이 망원경의 주역으로 자리잡기까지 굴절망원경도 많은 개선을 통하여 색수차 문제를 해결하였다. 

망원경을 길게 만들어라! 
  굴절망원경의 색수차를 줄이기 위하여 가장 먼저 시도한 방법은, 망원경을 길게 만드는 것이었다. 망원경의 대물렌즈의 지름 (구경)에 비하여 렌즈와 초점사이의 거리 (초점거리)를 길게 하면 색 번짐 현상이 줄어든다는 것을 이용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망원경이 길어질수록 망원경을 다루기 힘든 크기가 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한 더 어두운 천체를 자세히 보기 위해서 구경이 더 큰 망원경이 필요했는데, 그러면 망원경의 길이 또한 덩달아 늘어나서, 이 방법으로 망원경의 성능을 개선시키는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망원경을 움직여서 시직경 30초짜리 목성을 100배로 본다고 생각해 보자... 가능할까?



  이러한 굴절망원경의 단점에 힘입어 반사망원경이 등장하게 되기도 하지만, 굴절망원경도 색수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개선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것은 렌즈를 두 장을 쓰는 것이었다. 원래는 굴절망원경의 대물렌즈는 한 장의 볼록렌즈로 만들어졌는데, 이 한 장의 볼록렌즈를 통과하면서 푸른색과 붉은색의 빛이 서로 제각각의 초점을 만드는 색수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그 뒤에 렌즈 한 장을 덧붙이는 것이었다. 이 렌즈의 역할은 붉은 색과 푸른 색의 초점을 하나로 모아주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색 분산은 녹색이나 보라색등에서 여전히 남아있지만 색수차는 거의 반 이하로 줄게 된다. 이를 아크로메틱이라고 하며, 현재 시판되는 100만원 이하의 보급형 굴절망원경들은 모두 이러한 방식이다.

아크로메틱 렌즈 : 왼쪽의 볼록렌즈가 만든 색 분산을 오른쪽의 렌즈가 바로잡아준다

  사실 우리가 볼 수 있는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의 색에서 제일 끝에서 끝의 색이라면 빨강과 보라일 것이다. 그런데 빨강과 보라의 초점을 같게 만들지 않고 빨강과 파랑을 같게 만드는 것은, 보라색 빛이 빛의 양도 적고 우리 눈에도 민감하지 않아서이다. 다만 망원경의 목적에 따라 빨강과 녹색 혹은 파랑과 녹색 의 초점을 같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눈치채야 할 것은, 렌즈 하나를 추가하면 색 하나의 색번짐을 줄인다는 것이다. 당연히 렌즈가 많으면 많을수록 색수차는 줄일 수 있다. 물론, 다른 다양한 단점들을 무시한다면 말이다. 이 다양한 단점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렌즈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렌즈에서 소실되는 빛의 양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태양계의 구성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천체는 너무 어두워서, 아주 적은 양의 빛이라도 아쉬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큰 구경의 렌즈를 늘림으로서 가격이 비싸지게 된다. 따라서 색수차를 줄이겠다고 렌즈를 수없이 많이 쓰는 방법은 천체망원경에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반면 이런 제약조건에서 자유로운 카메라의 렌즈는 보통 거의 10장 가까이 되는 렌즈를 쓴다).  

  두 장의 렌즈로도 색수차를 과거보다 꽤 줄일 수 있게 되었지만, 이보다 색수차를 더 줄이기 위하여 세 장의 렌즈를 쓰는 경우도 많이 있다. 혹은 색 분산이 훨씬 적은 소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어떠한 방법을 쓰던간에, 색수차를 아크로메틱(2장의 렌즈를 사용한 굴절망원경)보다도 현저하게 줄인 굴절망원경을 아포크로메틱이라고 한다. 아포크로메틱의 정의는 다소 애매모호하지만, 색수차를 현저하게 줄인 경우 보통 아포크로메틱이라고 부르고 있다. 가격은 작은 망원경은 100만원대 초반부터 구경이나 설계, 연마 정밀도, 기계적인 부분의 마무리등에 따라 수천만원 이상까지도 한다.  

아포크로메틱 렌즈

  대부분의 아포크로메틱에는 색 분산이 훨씬 적은 소재가 들어가는데, ED, SD, FL등의 소재를 사용하였다고 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렌즈소재들은 보통의 유리보다 무르기 때문에 가공하기가 어렵고 소재 자체가 비쌀 뿐 아니라, 형석 (FL : Fluorite)의 경우 보석의 일종이라 품귀현상도 있어서 최근에는 이 소재를 사용하는 모델이 점점 줄고 있다. 


  천체망원경의 성능의 척도는 기본적으로 집광력 (구경에 비례)과 분해능 (구경에 비례)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다른 조건에 따라 망원경의 성능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생긴다. 첫째로는, 광학계 설계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설계적인 결함이 있을 수가 있고, 이는 완전히 제거할 수가 없다. 이를 눈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잘 제거한 망원경은 매우 비싸다. 둘째로는 설계가 완벽하다고 해도 얼마나 설계대로 잘 만들었느냐 (연마정밀도)에 따라서, 그러니까 렌즈나 거울의 면을 얼마나 매끈하고 정밀하게 연마했느냐에 따라서 또 성능이 좌우된다. 마지막으로는 만든 광학계를 얼마나 정밀하게 설치하느냐, 즉 기계적인 부분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글에서 간단하게 설명한 색수차는 비록 굴절망원경에서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일지라도, 위의 여러가지 조건 중 일부일 뿐이다.

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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