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 이 좀처럼 머릿속에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 단어를 망원경에 대해 알려달라는 사람들에게 설명하기가 여간 난감한게 아니다. 나부터도 수차라고 하면 0.2초 생각하고 말을 꺼내는데, 처음 듣는 사람들은 이 '수차'단어의 존재만으로 내가 하는 말들을 외계어로 인식하기 딱 좋다. 

  수차란 망원경으로 별을 봤을 때 별이 점으로 보이지 않게 만드는 온갖 요인을 말한다. 별은 워낙 멀리 있어서 아무리 배율을 높여도 점을 보이므로 (태양계 친구들, 성운, 성단, 은하 제외), 이상적인 망원경은 적절한 시야 이내에서 모든 별들이 점으로 보여야 한다. 그런데 이 수차라는 놈때문에, 이런 망원경이 존재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러니까 이상적인 망원경이란 얘기다 -_-).


  처음 발견된 수차는 색수차이다. 굴절망원경에서 골치아픈 놈이 이 색수차란 놈은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했으니 링크를 걸어 본다.
2011/02/02 - [별을 보는 이야기/망원경 이야기] - 천체망원경 이야기 - 3 : 굴절망원경의 색수차와 아크로메틱

  이 색수차 말고도 다른 여러가지 수차들이 있는데, 흔히 자이델의 5수차라 불리는 구면수차, 코마수차, 비점수차, 왜곡, 상면만곡 등이 있고, 비넷이란 놈이 또 있다. 색수차를 피하기 위해 반사망원경을 쓴다고 해도 이 놈들은 피해갈 수가 없다. 반사망원경에 여러 종류가 있는 것도 다 이 놈들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큰 것은 구면수차, 코마수차, 비점수차인데, 이 놈들에 관련된 이야기를 차차 해 볼까 한다.  
Posted by 당근day
,

이 망원경은 좋은가요?
  망원경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급히 망원경을 골랐을 때에 나오는 질문이다. 나는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천체망원경을 사면, 십중팔구 머지않아 도로 되팔고 다른 망원경을 사거나 혹은 이 취미를 접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사람은 기회비용이 발생할 때 갈등하게 된다. 천체망원경을 구입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돈이 많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망원경을 다 모아서 수집해도 되고, 직접 사람을 고용해서 최강의 광학계를 설계해서 망원경을 직접 만들어도 된다. 돈이 넘쳐난다면 말이다. 물론, 그런다고 '밝게 잘 보이고, 상이 선명하고, 상이 예리하고, 시야가 넓고, 분해능이 좋고, 이동성까지 좋은' 망원경은 만들 수 없겠지만, 그래도 돈이 많이 투입될수록 성능은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돈이 2배로 투입된다고 무조건 성능이 2배가 되지는 않는다. 성능을 수치화하긴 어렵지만 굳이 애써 예를 들어보면 돈이 2배일 때 성능이 2배이면, 돈이 4배가 되면 성능은 3배, 돈이 8배가 되면 성능은 3.5배 뭐 이런 식이라고 생각하는게 무조건 2배로 늘어난다고 보는 것보다 더 맞을거다.

  그렇다면 적절한 선에서 자금을 들여서 망원경을 고를 때 우리는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망원경을 처음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질문한다. "이 망원경은 얼마나 보이나요?", "이 망원경은 잘 보이나요?" 정말 간단한 질문들이지만, 정말 대답하기 어렵다. 똑같은 대답을 해도 나중에 와서 어떤 사람은 "님 말이 맞더이다" 혹은 어떤 사람은 "알지도 못하는 놈이 추천해줘서 망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니 그런데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해 보자. "페라리가 좋은 차인가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차라고 생각할 것이다. 적어도 코란도를 타는 사람보다 좋은 차를 탄다고 생각을 하겠지. 그런데 만일 이 질문 앞에 (오프로드를 달리고 싶은데)라는 조건을 덧붙였어야 했는데 질문자가 이를 생략했다면 어떨까. 

 

저렴한 가격에 큰 구경을 사용할 수 있는 돕소니언 방식 : 200mm 구경에 100만원 안쪽이다.

거의 무결점에 가까운 상을 보여주지만 비싸고 구경은 작은 고급굴절. 200mm 구경이면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망원경 구입에도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실패하지 않는 방법은?
  망원경을 사는 것은 돈을 지불하는 일이므로 당연히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망원경 경통 뿐 아니라 가대나 접안렌즈 등의 악세사리를 장만하면 경우에 따라서 망원경보다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수십만원을 들여서 산 망원경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누구나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히 망원경을 사기 전에는 시장조사와 제품조사가 필요하고, 먼저 사용해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 심지어 10만원짜리 하드디스크 하나 사는 데에도 수많은 댓글들을 보면서 어떤 하드가 안정적인지 고민하는 시대인데, 망원경 하나 사는데 그만한 고민 정도는 해야지 않겠나. 

  문제는 더 좋은 망원경일수록 더 비싸다는 것이다. 쓸 수 있는 돈은 한정적이고, 망원경은 비싸기만 하다. 결정은 어렵다. 망원경 조사라고 해본 사람이면 망원경을 쓰는 기존의 유저들의 의견이라고 들어보면 자기들끼리 의견만 분분하지 어디하나 명확하게 해결해 주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 사람들도 자신의 취미를 하는 것이니 자기 자신의 의견이 당연히 자기 취향을 따라가는 것이다. 

  망원경을 사면 무엇을 볼 수 있을까? 달, 목성, 토성, 금성, 화성 ... 밝은 성운 너댓개, 우리의 개념충만한 안드로메다, 또 뭐 ...? 그래, 이거 몇 개 보고 눈구경 하자고 망원경을 사려 했다는 말인가? 그러면 망원경 있는 사람한테 빌붙어서 일단 보고 결정하는건 어떤가. 의외로 별보는 사람들은 같은 취미 가지는 사람이 늘어나는걸 대환영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쪽이 숫적으로 소수에 해당하는 취미이고 별보는 사람끼리 한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일 정도로 좁은 바닥이기 때문에, 여기 한두명 골수 별쟁이가 추가되는데 반대할 사람이 없다. 당연히, 망원경 사기 전에 남의 망원경으로 조금 눈동냥 하겠다는데 반대하는 사람은 드물다.


망원경을 사기 전에 제대로 알고 사자
  망원경을 사게 되면, 망원경값보다 망원경을 쓰는데 드는 돈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 망원경을 들고 별이 잘 보이는 곳으로 별을 보러 가보자. 차를 몰고 간다면, 왕복 기름값 + 저녁값 + 아침+ 야식비용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튿날 피로회복을 위하여 소진하는 시간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문제는, 한국에서 날씨가 좋은 날이 20~3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달이 어두운 그믐 근처에만 어두운 성운,성단,은하를 볼 수 있으며, 그 와중에 경조사나 기타 이유로 관측을 나가지 못하는 날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관측을 나가는데 10만원 이상이 깨지는 것을 생각하면, 망원경 100만원짜리 사서 1년 적당히 써도 망원경값 만큼은 망원경을 쓰는데 쓰게 된다.

  차를 산다고 생각해 보자. 차를 타고 주로 뭘 할건지에 따라 차종이 달라질 것이다. 도로에서 스피드를 즐기고 싶다면 스포츠카를 사게 될 것이고, 아이가 있는 집은 안전하고 조용한 세단을 선호할 것이다. 식구가 많은 집은 승합차를, 업무상으로 차를 타고 움직이려 할 경우 연비를 먼저 고려할 것이다. 아마 별을 보는 사람이라면 험한 길이나 눈길도 지나갈 수 있고 많은 짐을 운반할 수 있도록 4륜구동 SUV를 선택할 것이다. 
  
  망원경도 마찬가지이다. 멀리 시골에서 어두운 성운,성단,은하를 보려는 사람은 돕소니언을, 예리한 상을 좋아하는 사람은 고급 굴절망원경을, 차가 없어서 망원경을 들고 다녀야 하는 사람은 소구경 굴절을 사야 할 것이다. 용도, 취향, 여건, 예산, 여가의 많고 적음에 따라서 선택은 달라진다.

  사전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고 장비를 덜컥 사는 경우를 수 없이 많이 보았다. 비슷한 경우를 사진 동호회에서도 많이 본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머지않아 장비를 교체하게 되고, 자신이 샀던 망원경의 제 성능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다른 주인에게 값싸게 장비를 넘기게 된다. 물론 학생들 입장에서는 비싼 장비를 사다가 거의 신동품으로 반값 정도로 중고로 넘겨주니 고마운 사람이 되겠지만, 자신이 현재 가지는 취미에서 즐길 줄을 모르고 밑도끝도 없이 장비에만 돈을 쏟아붓는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별은 하루 안 본다고 없어지거나 하지 않는다. 다만 구름이나 광공해에 잠시 가려질 수는 있겠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인간의 시간에서는 사실상 변화가 없는 우주를 보겠다면서 지나치게 급하게 장비를 구입하고 빨리 호기심을 해결하려 할 필요가 굳이 없다고 말이다. 오늘 뜬 별은 내일도 뜨고 모레에도 뜨고, 우리 생애에 별이 뜨지 않는 날은 없을 테니까.


추가. 이 포스팅은 추천을 좀 부탁드립니다. 추천 구걸 같은거 하고 싶지 않은데, 간단히 검색해보니 망원경 정보와는 상관 없거나 올바른 정보를 주지 않는 페이지들이 '천체망원경 추천'이라는 태그로 도배되어 있더라구요. 밑에 손가락모양의 'View on' 버튼을 누르면 추천됩니다.


댓글로 질문하시면 답변도 드립니다. 


Posted by 당근day
,

  색수차, 이 얼핏 듣기에 어렵고 초보에게 의미전달이 어려울 것 같은 단어를 써야 한다는게 늘 망설여지는 일이지만, 굴절망원경에서 색수차를 빼면 아무것도 설명할게 없다. 굴절망원경의 다양한 렌즈조합이나 소재등에 따른 망원경의 성능이 바로 이 색수차가 주된 요인이기 때문이다.

  색수차는 별이나 행성, 달 등의 천체를 망원경으로 보았을 때 붉은 색과 푸른 색으로 색이 번져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색수차가 일어나는 원인은 프리즘의 원리 같아서, 빛이 물질을 통과할 때 빛의 색(파장)에 따라 굴절이 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굴절망원경의 렌즈를 통과할 때, 마치 프리즘을 통과하듯 색이 제각각 다르게 굴절된다고 보면 되겠다.

프리즘

색수차가 있는 대물렌즈




  최초로 만들어진 망원경은 굴절망원경이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스스로 제작한 작은 굴절망원경으로 많은 발견을 하였고, 이후 반사망원경이 망원경의 주역으로 자리잡기까지 굴절망원경도 많은 개선을 통하여 색수차 문제를 해결하였다. 

망원경을 길게 만들어라! 
  굴절망원경의 색수차를 줄이기 위하여 가장 먼저 시도한 방법은, 망원경을 길게 만드는 것이었다. 망원경의 대물렌즈의 지름 (구경)에 비하여 렌즈와 초점사이의 거리 (초점거리)를 길게 하면 색 번짐 현상이 줄어든다는 것을 이용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망원경이 길어질수록 망원경을 다루기 힘든 크기가 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한 더 어두운 천체를 자세히 보기 위해서 구경이 더 큰 망원경이 필요했는데, 그러면 망원경의 길이 또한 덩달아 늘어나서, 이 방법으로 망원경의 성능을 개선시키는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망원경을 움직여서 시직경 30초짜리 목성을 100배로 본다고 생각해 보자... 가능할까?



  이러한 굴절망원경의 단점에 힘입어 반사망원경이 등장하게 되기도 하지만, 굴절망원경도 색수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개선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것은 렌즈를 두 장을 쓰는 것이었다. 원래는 굴절망원경의 대물렌즈는 한 장의 볼록렌즈로 만들어졌는데, 이 한 장의 볼록렌즈를 통과하면서 푸른색과 붉은색의 빛이 서로 제각각의 초점을 만드는 색수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그 뒤에 렌즈 한 장을 덧붙이는 것이었다. 이 렌즈의 역할은 붉은 색과 푸른 색의 초점을 하나로 모아주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색 분산은 녹색이나 보라색등에서 여전히 남아있지만 색수차는 거의 반 이하로 줄게 된다. 이를 아크로메틱이라고 하며, 현재 시판되는 100만원 이하의 보급형 굴절망원경들은 모두 이러한 방식이다.

아크로메틱 렌즈 : 왼쪽의 볼록렌즈가 만든 색 분산을 오른쪽의 렌즈가 바로잡아준다

  사실 우리가 볼 수 있는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의 색에서 제일 끝에서 끝의 색이라면 빨강과 보라일 것이다. 그런데 빨강과 보라의 초점을 같게 만들지 않고 빨강과 파랑을 같게 만드는 것은, 보라색 빛이 빛의 양도 적고 우리 눈에도 민감하지 않아서이다. 다만 망원경의 목적에 따라 빨강과 녹색 혹은 파랑과 녹색 의 초점을 같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눈치채야 할 것은, 렌즈 하나를 추가하면 색 하나의 색번짐을 줄인다는 것이다. 당연히 렌즈가 많으면 많을수록 색수차는 줄일 수 있다. 물론, 다른 다양한 단점들을 무시한다면 말이다. 이 다양한 단점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렌즈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렌즈에서 소실되는 빛의 양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태양계의 구성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천체는 너무 어두워서, 아주 적은 양의 빛이라도 아쉬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큰 구경의 렌즈를 늘림으로서 가격이 비싸지게 된다. 따라서 색수차를 줄이겠다고 렌즈를 수없이 많이 쓰는 방법은 천체망원경에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반면 이런 제약조건에서 자유로운 카메라의 렌즈는 보통 거의 10장 가까이 되는 렌즈를 쓴다).  

  두 장의 렌즈로도 색수차를 과거보다 꽤 줄일 수 있게 되었지만, 이보다 색수차를 더 줄이기 위하여 세 장의 렌즈를 쓰는 경우도 많이 있다. 혹은 색 분산이 훨씬 적은 소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어떠한 방법을 쓰던간에, 색수차를 아크로메틱(2장의 렌즈를 사용한 굴절망원경)보다도 현저하게 줄인 굴절망원경을 아포크로메틱이라고 한다. 아포크로메틱의 정의는 다소 애매모호하지만, 색수차를 현저하게 줄인 경우 보통 아포크로메틱이라고 부르고 있다. 가격은 작은 망원경은 100만원대 초반부터 구경이나 설계, 연마 정밀도, 기계적인 부분의 마무리등에 따라 수천만원 이상까지도 한다.  

아포크로메틱 렌즈

  대부분의 아포크로메틱에는 색 분산이 훨씬 적은 소재가 들어가는데, ED, SD, FL등의 소재를 사용하였다고 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렌즈소재들은 보통의 유리보다 무르기 때문에 가공하기가 어렵고 소재 자체가 비쌀 뿐 아니라, 형석 (FL : Fluorite)의 경우 보석의 일종이라 품귀현상도 있어서 최근에는 이 소재를 사용하는 모델이 점점 줄고 있다. 


  천체망원경의 성능의 척도는 기본적으로 집광력 (구경에 비례)과 분해능 (구경에 비례)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다른 조건에 따라 망원경의 성능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생긴다. 첫째로는, 광학계 설계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설계적인 결함이 있을 수가 있고, 이는 완전히 제거할 수가 없다. 이를 눈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잘 제거한 망원경은 매우 비싸다. 둘째로는 설계가 완벽하다고 해도 얼마나 설계대로 잘 만들었느냐 (연마정밀도)에 따라서, 그러니까 렌즈나 거울의 면을 얼마나 매끈하고 정밀하게 연마했느냐에 따라서 또 성능이 좌우된다. 마지막으로는 만든 광학계를 얼마나 정밀하게 설치하느냐, 즉 기계적인 부분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글에서 간단하게 설명한 색수차는 비록 굴절망원경에서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일지라도, 위의 여러가지 조건 중 일부일 뿐이다.

Posted by 당근day
,

  이 블로그가 일종의 내가 알고 있는 (혹은 알았던) 정보검색의 기능을 하려면 망원경에 대해서 써놓은게 있어야 할 것 같다. 물론 다른 검색에서도 망원경에 대해서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라도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고,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소문이고 어떤 것이 확인된 것인지를 구분해 놓으려고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망원경의 기본적인 정보에 대한 얘기를 먼저 써야 할 것 같다. 
  나는 광학 전문가가 아니다. 하지만 아마추어의 용도로 쓰이는 천체망원경은 가장 단순한 광학만으로도 그 특성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취미로 할 수 있고, 돈내고 배우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내용이기 때문에 아마추어이다. 앞으로 이어질 여러 개의 포스팅을 통하여, 아마추어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필요한, 망원경에 대한 모든 것들을 써볼까 한다.

 
1. 천체망원경의 역사

망원경은 누가 처음 만들었는가 ?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망원경을 처음 만든 것은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아니다. 망원경을 처음 만든 것은 네덜란드의 한스 리퍼셰이로 알려져 있다. 한스 리퍼셰이는 망원경으로 천체를 보지는 않았고, 그래서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천체를 처음으로 관측한 사람으로 한동안 기억되었다. 하지만 나중에, 영국에서 갈릴레오 갈릴레이보다 먼저 달의 표면을 스케치한 사실이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처음으로 망원경으로 천체를 본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우선 달을 보았고, 기존에 알려졌던 것과 달리 달의 표면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 목성을 보았더니 목성의 주변에 일렬로 늘어선 4개의 점이 있었는데, 지속적인 관찰로 이것들이 목성의 위성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금성을 보고 금성이 마치 달처럼 위상의 변화가 있다는 것을 보았고, 태양을 보고 태양의 흑점을 발견하였다. 그는 이러한 관찰을 정리하여 책으로 냈고,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다. 
  갈릴레오가 썼던 망원경은 현재는 거의 쓰이지 않는 방식으로, '갈릴레오식 굴절망원경'이라고 부른다. 별을 향하는 대물렌즈는 볼록렌즈를 그리고 눈을 대는 접안렌즈는 오목렌즈를 썼는데, 굳이 구하려면 오페라글라스라고 만들어진 작은 쌍안경만이 쓰이고 있다. 케플러식에 비해서 짧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극장에서 타인에게 불편을 덜 주면서 사용할 수 있다. 다른 모든 요소는 단점으로 작용하는데, 특히 케플러식보다 시야가 좁은 것이 주된 원인이다. 단면도는 아래 그림과 같다.

갈릴레오식 굴절망원경의 단면도



굴절망원경의 발전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거의 동시대에, 요하네스 케플러라는 학자가 있었다. '케플러의 법칙'으로 더 우리에게 유명한 그는, 천체망원경에 있어서도 '케플러식 굴절망원경'으로 역시 유명하다. 현재의 굴절망원경은 모두 '케플러식 굴절망원경'으로 분류된다.  케플러는 대물렌즈의 초점을 접안렌즈와 대물렌즈의 사이에 놓았다. 이는 우리가 천체를 보았을 때, 상하와 좌우가 모두 실제에 비해서 거꾸로 보이는 단점을 가져왔다. 그러나 천체를 보는데 있어서 이는 전혀 단점이 아님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하늘은 우리가 지상을 볼 때와 달리 위아래 구분이 없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망원경 경통의 길이가 갈릴레오식보다 늘어나는 작은 단점도 있지만, 더 넓어진 시야와 렌즈 설계에서의 다양한 편리함 등으로 현재의 천체망원경에서는 케플러식만 사용된다. 단면도는 아래와 같다.

케플러식 굴절망원경. 갈릴레이식은 접안렌즈가 초점보다 대물렌즈에 가까이 있는데 비해서, 케플러식은 더 멀리 있다는 것이 중요한 차이점이다.




굴절망원경의 가장 큰 문제는 색 번짐 현상
  빛은 다른 매질을 만나서 통과하게 되면 굴절된다. 빛이 공기에서 물로 들어갈 때, 또 물에서 공기로 나올 때 모두 굴절되기 때문에 하나의 젓가락이라도 물 속에 있는 부분이 휘어져 보이는 것과 같다. 그런데 빛을 파장별로 나누면, 매질을 통과할 때 굴절되는 정도가 달라진다. 그래서 빛이 렌즈를 통과하면 정도의 차이가 있어도 반드시 빛의 파장에 따라서 굴절되는 각도가 다르게 된다. 가시광에서 빛의 파장은 색으로 구분할 수 있으므로, 우리가 굴절망원경으로 흰 색의 별을 보아도 별의 주변으로 무지개처럼 색이 번지게 되는데, 이것을 '색수차'라고 한다. 요즘 만들어지는 굴절망원경은 이러한 것을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힘들지만, 색수차가 아예 없는 굴절망원경은 이 세상에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색수차 : 빛은 어떤 매질을 통과할 때, 파장이 짧은 빛이 더 많이 굴절된다. (그림은 상당히 과장되어 있다.)


달을 찍었을 때 나타난 색수차. 달의 가장자리는 푸르게 번졌고, 크레이터는 붉게 번졌다.




  이 색수차를 줄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렌즈의 구경에 비해서 경통을 길게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색수차 뿐 아니라 다른 광학적인 문제들도 같이 해결하고 또 렌즈의 곡률을 작게 만드므로 손쉬운 해결책이었다. 문제는, 망원경의 구경이 커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데 망원경의 구경이 크면 클수록 망원경의 길이를 감당할 수가 없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고안하게 되는데, '렌즈를 여러장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방법을 쓴 렌즈는 색수차를 줄인다는 의미에서 '아크로메틱(achromatic)' 렌즈라고 부른다. 현재 구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보급형 굴절망원경들과 쌍안경에는 이 방법이 쓰였다. 또한 색수차를 거의 일으키지 않는 소재를 포함하거나 더 많은 색수차 보정렌즈를 사용한 '아포크로메틱(apochromatic)' 렌즈는 가격이 매우 비싼 망원경에서 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두 장의 렌즈를 쓴다고 색수차가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다. 특히나 연구용 망원경의 경우, 망원경이 커지면 커질수록 렌즈를 붙들어주고 지탱하는 렌즈셀을 제작하기 힘들다. 굴절망원경에서 대물렌즈는 별을 볼 때 관측자보다 높은 위치에 놓이기 때문에, 공중에 떠 있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망원경이 커지면 렌즈는 무거워져야 하고, 이것을 공중에 붙들어두는 것은 갈수록 힘들어졌다. 때문에 연구용 망원경들은 점차 반사망원경으로 자연히 옮겨간다.  


반사망원경의 발전
  케플러식 굴절망원경이 유명한 케플러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하면, 최초의 반사망원경은 뉴턴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최초로 반사망원경을 고안한 사람은 뉴턴이 아니었다. 그레고리안식 반사망원경으로 불리는 최초로 고안된 방식의 망원경은, 고안된 당시에 실제로 만들어졌는지 여부를 아직 모르지만 아마 만들어지지 않은 것 같다. 
 

반사망원경의 종류에 따른 차이, 그림 : 한국천문연구원

 
  위 그림에서 보듯이, 모든 반사망원경은 그림의 왼쪽에 있는 주경으로 빛을 모으고 오른편의 부경으로 다시 방향을 맞춰서 초점을 만든다. 초점에 맺힌 상을 접안렌즈로 확대해서 보는 것은 케플러식 굴절망원경과 똑같다. 뉴턴식은 다른 망원경들과 달리 유일하게 빛을 옆으로 빼 주는 반사망원경이다.

  반사망원경의 장점은 한 개의 면만 잘 연마하면 된다는 것과 (굴절망원경은 렌즈 1장 당 2개의 면을 연마해야 하고, 여러 장의 렌즈를 쓴다), 주경이 아래에 잘 고정되어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굴절망원경은 대물렌즈가 관측자보다 위에 있다.) 보통 접안렌즈를 끼우고 볼 때 렌즈나 거울의 연마정밀도를 관측하는 파장의 1/4 이하로, 연구용 망원경은 1/10 이하로 한다. 우리가 보는 파장이 보통 가시광선이 550nm이므로, 연마한 면에서 튀어나온 굴곡의 높이가 연구용의 경우 55nm 이하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면을 주경 + 부경 2개만 잘 연마하면 되는 반사망원경과, 적어도 4개 이상의 면을 연마해야 하는 굴절망원경은 제작의 난이도에서 천지차이이다. 게다가 반사망원경은 무거운 거울을 한쪽에 안정적으로 고정시킬 수 있어서 연구용 대형 망원경에 적합하다.


굴절반사망원경은 굴절+반사 ?? 
  정답은 '아니오'이다. 천체망원경은 크게 굴절망원경과 반사망원경으로 나뉜다. 그러나, 반사망원경중 일부는 렌즈를 사용하여 굴절반사망원경이라고 세분화 시키기도 한다. 혹자들은 설명하기 복잡하니 굴절반사망원경 = 굴절장점+반사장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오답이고, 말하기에 따라서 굴절단점+반사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기도 하다.  

  굴절망원경은 렌즈를 이용해 빛을 모으는 망원경이다. 반사망원경은, 거울을 이용해 빛을 모으는 망원경이다. 굴절반사망원경은 거울을 이용해 빛을 모으며, 여기서 렌즈는 단지 거울의 단점을 약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굴절반사식 망원경에서 렌즈를 빼면 상이 나빠지지만, 그렇다고 빛이 모이지 않는건 아니다. 

  굴절반사망원경에 대해서 설명하려면, 광학계의 '수차'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는 그림과 간단한 설명만 올려두고, 굴절, 반사, 굴절반사식의 원리와 종류에 따른 장단점, 그리고 그 원인에 대해서는 각각의 망원경 종류에 대한 포스팅을 따로 만들어서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슈미트-카세그레인식 굴절반사 망원경 : 왼쪽부터 보정렌즈, 부경, 주경이 있다.

막스토프-카세그레인식 : 왼쪽부터 보정렌즈+부경, 주경이다.

 
  두 개의 대표적인 굴절-반사식 망원경은 위 두 가지 종류를 꼽을 수 있다. 슈미트-카세그레인식 굴절반사 망원경 (위쪽 그림)은 주경으로 빛을 모으고, 부경으로 빛을 다시 뒤로 반사시켜서 경통 뒤에서 사람이 관측을 한다. 이는 카세그레인식 반사망원경과 동일하다. 다만 카세그레인식에 비해서, 부경보다 앞에 보정렌즈가 하나 추가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어쨌거나 보정렌즈를 다는 것은 빛을 모으는 주경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드는 것인데, 보정렌즈가 들어가기 시작하면 워낙 다양한 종류의 망원경들이 등장하고 그 변형도 다양하므로 따로 각각의 포스팅을 통해 설명해야 할 것 같다.  

Posted by 당근day
,
별을 좀 보고 주위 사람들에게 별보는 놈으로 알려지면, 망원경을 사고 싶다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어떤 사람은 꽤나 계획적으로 준비를 한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아무 준비없이 막연한 별에 대한 동경으로 시작하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망원경을 추천해 주는 일은 어렵다. 


어제 후배 하나가 아는 사람이 망원경을 사고 싶다고 해서,

포스트 잇에 다음과 같이 썼다.

1. 예산
2. 어디서 볼 건가요
3. 무엇을 볼 건가요
4. 얼마나 자주 볼 건가요
5. 차량소유 여부 및 차종

사실 모 천문 동호회의 주소를 써 주고 거기 가서 질문하라고 하려다가,

몇가지 떠오르는 것도 있고 사람마다 취향이 있는데 또 여러 사람이 개인 취향별로 다른 추천을 하면 질문자는 헷갈리기만 하는 경우도 있어서

그냥 위 내용을 적어서 보냈다.



그리고 오늘, 예산을 20만원 정도로 생각한다는 답을 받았는데,

사실 20만원으로 장난감 같은 망원경을 살 수는 있고 그걸로 목성도 토성도 달도 처음보는 사람은 신기하게 보일만큼 보이겠지만,

30~40만원짜리 하나와 75만원짜리 하나를 추천해 주었다. 

싼 것은 중국제 제품에 중국 브랜드, 75만원 짜리는 중국제+일제 구성에 일본 브랜드의 것이다.

브랜드 이름보다도, 비싼 만큼 비싼 값은 한다. 처음에는 성능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쓰면 쓸 수록 잔손질이 많이 가고 사용자의 애정에 따라서 수명이 많이 달라지는 것이 망원경이다. 

중국제의 경우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기계적인 부분에서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거나 오히려 화려하지만 쓰는 사람을 속을 계속 썩이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에,

광학적인 성능에서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선뜻 추천하기가 망설여진다.


다카하시 MT160 (사진에서 경통만)


나는 2001년에 별을 보기 시작했고, 내 망원경을 2006년 5월에 샀다. 망원경을 살 때 이미, 메시에 110개 천체들을 거의 대부분 다 찾아본 뒤였다. 남은 것들은 날씨가 나쁜 여름에 봐야 하고 고도까지 낮은 3~4개 정도였다.

이만큼 별을 보면, 망원경을 보면 그것이 내 물건인지 아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사실 처음에는 중고로 나온 160mm 일제 반사경통 (MT160)을 노렸는데, 알바한 곳에서 돈을 한두달 늦게 주는 바람에 그 이름난 경통을 놓치고 말았다. 이미 단종된 물건이니, 그 경통은 내 물건이 될 팔자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여튼, 망원경을 추천하는 일은 힘들다.

망원경을 살 때 지불하는 돈 보다, 그 망원경을 쓰기 위해서 지불하는 돈과 시간과 노력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내가 별을 보러 다니는걸 보던 누군가 이렇게 말한 기억이 난다. "난 돈 주고 별보라고 시켜도 못할거야" 라고 말이다. 작은 여가 시간 중에서, 날씨 때문에 80%는 허탕, 요일때문에 허탕, 중요한 약속 때문에 허탕, 피로도 때문에 허탕, 허탕, 허탕, 허탕, ...

그러다 보니 대략 10년 별을 봤지만 아주 잘 보인 날들은 모두 생생히 기억한다.



망원경을 살 사람이 엄한 업체 말고 믿을만한 업체에 가서 상담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몇 가지 주의점도 써 주긴 했는데,

망원경을 사서 조립, 쿨링, 조작, 정리 등등이 귀찮거나 어려워서 방구석에서 썩는 일이 많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조만간 망원경에 대해서 길고 긴 시리즈로 포스팅을 해 볼 예정이다. 아마추어 망원경의 모든 것!



하지만, 망원경을 사고 싶다거나 별을 보고 싶다거나 하는 사람들의 질문은 얼마든지 또 대답해줄 용의가 있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내 망원경도 1년에 몇 번 쓰지 않고 있긴 하네...
Posted by 당근day
,
관측이 있어서 칠레에 왔다.

사진도 좀 찍을 겸, 필름을 좀 가져왔는데

비행기를 3번 갈아타다 보니 X-ray 검사 할 때마다 필름이 걸리적 거린다...


그건 그렇고, 필름은 별 잘 보이는 천문대에서 소모할거라서

천문대 올라가기 전에 하루 La Serena라는 도시에서 묵으면서 디카로 별을 좀 찍어 보았다.

별을 찍는데에는 익숙하지 않은 DSLR로 찍었더니, 초점도 안 맞고 엉망이다

대마젤란 은하가 흐릿하게나마 찍혔다




밤에 잠시 나가봤더니 별이 제법 보였다. 그래도 도시 인근이라서 잘 보이는 것은 아니고, 우리나라로 치면 양평 외곽지역 정도로 보였다.

맨눈으로 뿌연 것이 보여서 쌍안경으로 보았는데, 대마젤란 은하였다. 맨눈으로 NGC 2516도 보였다.



지금은 CTIO 천문대에 올라와 있는데, 정말 별이 잘 보인다. 암적응이 되면 아무 불빛 없이 심지어 달빛이 없어도 차도를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별빛이 밝다. 손에 익은 필름카메라로 찍어서 현상하면 꽤 잘 나올 것 같다.
 
Posted by 당근day
,
가끔 비가 오지만 갑자기 맑은 날씨가 지속되는 가운데

학부 1학년생들을 망원경으로 목성을 보여줄 일이 생겼다.

생각없이 7시로 잡았지만 목성이 건물 위로 올라오는 시간이 9시라서 9시에 다시 오라고 했는데

많은 학생들이 툴툴거리며 다시 9시에 왔다가 목성의 환상적인 모습을 보고 좋아하며 갔다.


학생들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망원경 광축을 약간 조절했다.

그리고 하늘 상태를 봤는데, 씨잉이 매우 좋아 보였다. 밝은 별인 베가가 비록 고도는 높지만 거의 움직임 없이 하늘에 그 자리에 박혀 있었다. 씨잉이 나쁘면 별빛이 심하게 흔들린다. (씨잉 : 하늘의 안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씨잉이 좋으면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입장에서는 행성이 평소보다 잘 보이고, 연구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얻은 이미지의 신호대 잡음비가 좋아진다.)

목성이 올라오자 목성을 바로 맞춰서 보았는데, 처음에는 건물 바로 위라서 그런지 다소 이글거리는 모습도 보였지만, 나중에는 내가 지금껏 본 목성상 중 열손가락 안에 드는 목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와중에 목성의 위성 중 하나가 목성 앞에 지나가면서 목성의 표면에 자신의 그림자를 만들었다. 이것을 목성위성으로 인한 영 현상이라고 부른다.

목성의 큰 줄무늬 이외에, 작은 줄무늬의 굵고 얇은 모습과 얇은 줄무늬들이 촘촘한 지역에서 줄무늬가 다 구분되는 것조차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은 시가 수천만원의 8인치급 고급 굴절망원경에서나 보던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내 앞에 있는 망원경은 오랜 세월을 망원경에 대한 애착 없는 대학생들의 손에서 힘든 세월을 보낸 300만원도 안 되는 8인치 슈미트-카세그레인 망원경이다. 일반적으로 슈미트-카세그레인 방식 망원경이 최고급의 굴절망원경과 같은 행성상을 보여주려면 구경이 적어도 1.5배는 커야 한다.

나는 학생들이 대부분 돌아가고 나서도 한참을 목성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급기야, 피곤함을 잠시 잊고 목성사진을 살짝 찍어보기로 했다.



단지 동영상을 촬영해서 모든 이미지를 합성했고 그 외 다른 테크닉은 전혀 안 들어갔는데 이 정도이다. 정말 보기힘들 정도로 잘 보인 날이다. (사실은 테크닉 그런거 모른다. 원래 행성을 찍던 사람이 아니니 뭐 어떻게 처리해야 더 잘 보이는지 아는게 없다.)

겨우 6초 노출이 이 정도이면, 30초로 찍은 2장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기대된다.

'별을 보는 이야기 > 관측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 목성 관측 2010.06.04 새벽  (1) 2010.06.04
Posted by 당근day
,

UAAA (전국 대학생 아마추어 천문회 연합)은 꽤 오래된 전국적 대학생 모임이었다.

UAAA의 역사는 나도 잘 모르고, 그나마 있던 기록들은 여기저기에 흩어졌고 지금은 존재를 알 길이 없다. 그렇지만 핼리혜성이 오던 때에 맞추어 대략 1980년대부터 크게 활성화가 되었고, 그 시기의 대학생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현재 한국의 아마추어 천문을 아직까지도 주도하고 있다.

나는 01학번으로, UAAA에서 02년부터 04년까지는 꽤 활동을 했었고 일부 05,06학번들도 알고 있다.


UAAA는 전국의 '별을 보는' 대학생들의 모임이다.

별을 본다는 것은, 서울같은 도시의 밝은 불빛에서 벗어나야 하는 문제로 교통비와 숙박비가 든다. 그리고 장비는 고가이고, 상대적으로 신입생들은 장비를 잘 고장낸다.

별을 보는 것과 찍는 것은 상당히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데, 그러한 기술들을 쌓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자주 별을 봐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날씨는 별을 보는데에 호의적이지 않아서, 날짜를 잡고 별을 보러 가면 맑을 확률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



나는 한 때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별을 보러 다녔다. 당연히 UAAA에도 아는 사람이 여럿이 생겼고, 01-03학번의 UAAA 친구들을 지금도 여럿 만난다.

그리고 얼마전, 이런 쪽지를 보았다.




UAAA 활동의 침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것은 한국의 야간조명의 증가로 인하여 관측에 소모되는 교통비증가, 경제난, 취미생활을 누리기 힘들어진 대학생의 현실 등이 맞물린 결과이다.

사실 나는 약 05~06년경 부터 'UAAA'의 와해가 멀지 않음을 예감했다. 당시 UAAA는 모임의 목적인 '천체관측 및 그에 관한 정보공유'를 전혀 수행하지 못하는, 오로지 사람이 많다기에 놀러나온 자들로 구성된, 몸집만 큰 집단으로 변한지 오래였다. 앞서 말한 이유 등으로 실제 별을 보는데 관심있는 대학생들이 대폭 줄어든 탓에, 그저 사람 수로 지탱되고 있는 목적을 잃은 집단이었다. 내 생각에, 한 순간에 UAAA가 와해되어 없어질 수 있어 보였다.


사실, 별을 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밤을 새야 하고, 무거운 망원경을 옮겨야 해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고, 밤에 시골이나 산을 돌아다니는 일이다보니 여학생의 참여가 좋지 못해 대부분의 대학교에서 성비가 고르지 못하며 (여학교 제외), 통일호가 없어지면서 교통비가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반면 취업난으로 인하여 대학생들이 무의미한 학점 및 자격증 경쟁에 말려들어 취미와는 동떨어진 대학생활을 지내기 일쑤인 현재, 저 많은 시간적, 육체적, 경제적 패널티를 안고 별을 보러 다닐 수 있는 열정적인 대학생들은 원래도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극히 드물다.



우연의 일치일까, 나의 동호회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결말을 맺었다.


한 때 어딘가에 홀린 듯 별을 보러 다녔던 나에게 UAAA는 내 또래의 친구들과 함께 별을 보는 곳이었고, 동호회 별빛스케치는 별을 좋아하는 형들 (대부분이 나보다 형들 혹은 아버지뻘도 계시다)과 밤새 망원경 얘기를 하면서 시간 가는 줄을 모르던 그런 곳이었다.

아름다운 시간들을 이제 머릿속으로만 기억해야 하는 때가 나에게도 오다니.

Posted by 당근day
,
M101은 메시에목록의 정면나선은하 중에서 비교적 보기 쉬운 축에 속한다. M51 다음으로 쉬운데, 찾기도 쉽고 밝기도 봐줄만해서 나선팔이 어렵지 않게 보인다.

M101은 북두칠성 자루 끝 쯤에 있고, 북두칠성이 봄에 남중하는데 여름까지는 봐줄만 하다.

개인적으로 자주 찾아보던 천체이고, 대충 훑어보기보다 별을 따라가서 찾는 편이 더 쉬운 대상 중 하나이다.

바로 이렇게 생긴 은하이다.
사진출처 : http://www.noao.edu/outreach/aop/observers/m101.html

그런데, 아마 망원경으로 보면 이렇게 멋있게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구글링에서 찾은 M101사진 중, 가장 비슷한 것을 더 비슷하게 포토샵으로 바꿔보면 아래 그림같을 것이다.

                                     잘 보일 때                                                           잘 안 보일 때

아 물론, 내 기억에 의존하자면, 은하수가 왠만큼 보이는 시골에서 10인치 반사망원경으로 보면 잘 보일 때의 사진보다는 잘 안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잘 안 보일 때라고 올려놓은 사진에서 나선팔 부분의 명암은 더 구분이 어렵다.

그런데 이거 왜 보냐고? 묻지말고 그냥 좀 남의 취미는 존중해주길 바란다. 실제 망원경으로 보면, 보일듯 말듯 한 것을 봤을 때의 감동과 실제로 천체를 보는 즐거움 등이 있다.


어쨌든 이걸 보려면 찾아야 할테니 어떻게 찾는지 설명하면 

천체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성도를 보고, 자신이 확실하게 찾을 수 있는 것에서 어떻게 별을 따라가서 마지막에 대상을 찾을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대략적인 위치를 성도로 보자.

M101의 5등급 성도에서의 위치. 북두칠성 끝의 유명한 "미자르&알코르"에서부터 일렬로 줄지어 있는 4~6등성들을 따라가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잠시 다른 얘기로 빠져보면, 성도에서 보고 '미자르&알코르에 파인더를 들이대면 따라갈 별이 마치 징검다리처럼 파인더의 시야 안에 바로 들어올 것'을 직감할 수 있는 사람은, 모든 메시에를 다 찾을 수 있는 사람이다. 

메시에를 몇 개 찾아보지 않았다면, 성도를 보고 계획을 세운 후에 따라가는 방법을 통해 몇 개의 천체만 찾아보면 천체를 찾는 감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별을 다라가서 찾기 좋은 또다른 메시에 대상으로는 M104(솜보레로 은하)가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좀 더 어두운 별 까지 나온 8등급 성도를 다시 보자.


성도를 보고 잘 기억해야 한다. 천체를 찾을 때에는 성도를 자주 보는게 좋지 않기 때문이다. 내 경우 이런 식으로 성도를 읽었으면,

'알코르에서 미자르->알코르 방향으로,
비슷한 간격으로 늘어선 별을 따라서 하나, 둘, 셋, 넷.
다시 북쪽으로, 하나, 둘.
둘째 별에서 [알코르 반대 방향+원래 오던 방향의 반대방향]으로 아주 조금'

이렇게 기억한다.

북쪽-남쪽이 헷갈리면 망원경을 현재 있는 방향에서 북극성 방향으로 아주 조금 움직여서, 그 때 파인더에서 별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보면 방향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알코르 방향이 어딘지 알려면 현재 망원경 위치에서 미자르+알코르 쪽으로 조금 움직여보면 된다.


성도에서 어느 정도의 굵기로 찍힌 별이 파인더에서 어느 정도의 밝기로 보이는지 익숙해지면 쉽다. 그래서 하나의 성도로 하나의 장비로 많은 천체를 잡아보는게 처음 메시에를 잡아볼 때에는 많이 도움이 된다.

'별을 보는 이야기 > 메시에 찾아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M13  (0) 2010.06.03
Posted by 당근day
,

사용장비 : 스카이워쳐 ED80 + LVW3.5, 징후아 127mm 굴절 + XO5mm, VLW3.5mm

씨잉이 꽤 좋았다.

80mm ED에 LVW3.5를 끼워서 약 170배로 달과 목성을 보았고,

달을 봤을 땐 꽤 고배율임에도 불구하고 씨잉이 좋아서 저배율처럼 느껴졌다.

징후아 127mm 굴절에 XO 5mm를 끼워 240배로 보았을 때에도 칼초점이 맞았고,

심지어 LVW3.5를 127mm 징후아 아크로메틱에 물렸을 때에도 색수차는 상당히 있었지만 달을 볼 때 초점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5인치 아크로메틱 경통이 350배에서 초점이 맞는 것은 비록 그 대상이 달이라고 하더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어제는 서울의 빌딩 사이라고 하더라도 상당히 높은 점수를 줄만한 좋은 씨잉이었다.


그리고 목성 얘긴데

정말 큰 줄무늬 하나가 없어졌다.

예전에는 줄무늬가 두 개 있었는데

분명히 1개가 없어졌더라.

'별을 보는 이야기 > 관측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0. 9.28 목성 관측기  (0) 2010.09.28
Posted by 당근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