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 - 11월 10일, 칠레 CTIO 천문대에 관측을 목적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칠레에는 남반구에서 천체관측 조건이 가장 좋은 곳을 소유하고 있어서, 세계 여러 나라의 대형 망원경들 (구경 8m급의 VLT, Gemini 등)이 위치하고 있다 (북반구의 경우, 하와이).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구경 25m급의 GMT 프로젝트도, 칠레에 지어질 계획이다. 내가 다녀온 곳은 CTIO라고 하는 곳으로, VLT, Gemini등의 망원경이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봉우리에 있다.

  칠레는 남반구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별자리와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별자리인 오리온자리의 경우 칠레에서 보면 위-아래가 뒤집혀서 보인다.

참고글 : 2010/11/02 - [별을 보는 이야기/잡담] - 남반구에서는 별자리가 뒤집힌다


  칠레까지 가는데 인천->L.A -> (리마 경유) -> 산티아고 -> 라 세레나  총 4번의 X-ray 검색대를 통과하면서 "이거 필름이니 제외해달라" 설명하는 것도 귀찮았지만, 나름 가는 동안에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막상 가서 찍어보니, 하늘이 지나치게 어두워서 뷰파인더로는 구도를 잡을 수도 없고, 당연히 수평 맞추기도 쉽지 않고, 연구용 데이터를 얻는 천문대에서 손전등 하나 켜는 것도 눈치가 보이고 (손전등 작은 것만 켜도 되게 밝다),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었다.

  칠레 천문대의 하늘이 얼마나 어두웠냐면, 달도 없는 하늘에서 오로지 별빛만으로 도로의 차선이 구분되어 걸을 수 있는 정도였다. 사진을 찍을 때에도, 암적응이 되면 돔 사이사이로 난 하얀색 선을 따라서 손전등 없이 이동했다. 그렇지만 역시 처음 찍는 곳에서 노출잡기가 쉽지는 않았다. 예전에 우즈베키스탄에 가서 대부분의 사진이 노출부족이 나온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예 극단적으로 조리개를 여는 노출을 주었다.

참고글 : 2010/10/05 - [여행] - 우즈베키스탄 마이다낙 천문대


  하필 출발 직전 내 카메라가 고장나는 바람에, 내 카메라와 기종이 같은 학교 카메라 중에서 골라서 카메라를 들고 갔다. 그러나 현상후에 확인해보니 카메라 상태가 역시 좋지 않아서, 4컷 중 두 컷이 겹치고 한 컷이 빛이 새서 망가졌다. 운이 좋게도 네 컷 모두 노출이 맞았는데, 찍을 때 필름을 넘기는 와인더가 감이 좋지 않더라니 무려 세 컷을 카메라가 날려먹었다.

4m 망원경 돔과 남천일주 :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컷.

카메라 : 펜탁스 MX, 렌즈 : Vivitar 24mm F2.8, 필름 : E100VS (+2 증감), 노출시간 : 2시간 (새벽 박명빛 포함), 조리개 : 4


  우리나라에서 북천일주를 찍으면, 북극성이 가장 작은 원을 뚜렷하게 그리는 북천일주사진이 찍힌다. 그러나 남반구에는, 천구의 남극 근처에 북극성(2등성)같은 뚜렷한 별이 없다.

참고 : 2010/05/30 - [사진/천체사진] - 영양 반딧불이 천문대 - 영양 반딧불이 천문대 뒷산에서 찍은 북천일주
         2010/05/25 - [사진/천체사진] - 보현산 천문대 - 보현산천문대에서 찍은 북천일주

  수평도 살짝 기울어진데다, 렌즈의 왜곡으로 천문대의 돔이 기울어져 있다 (싸구려 광각렌즈는 다루기 쉬운 물건이 아니다 ㅠㅠ). 여러모로 아쉽지만, 그래도 처음 찍은 장소에서 저 정도를 건져온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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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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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측이 있어서 칠레에 왔다.

사진도 좀 찍을 겸, 필름을 좀 가져왔는데

비행기를 3번 갈아타다 보니 X-ray 검사 할 때마다 필름이 걸리적 거린다...


그건 그렇고, 필름은 별 잘 보이는 천문대에서 소모할거라서

천문대 올라가기 전에 하루 La Serena라는 도시에서 묵으면서 디카로 별을 좀 찍어 보았다.

별을 찍는데에는 익숙하지 않은 DSLR로 찍었더니, 초점도 안 맞고 엉망이다

대마젤란 은하가 흐릿하게나마 찍혔다




밤에 잠시 나가봤더니 별이 제법 보였다. 그래도 도시 인근이라서 잘 보이는 것은 아니고, 우리나라로 치면 양평 외곽지역 정도로 보였다.

맨눈으로 뿌연 것이 보여서 쌍안경으로 보았는데, 대마젤란 은하였다. 맨눈으로 NGC 2516도 보였다.



지금은 CTIO 천문대에 올라와 있는데, 정말 별이 잘 보인다. 암적응이 되면 아무 불빛 없이 심지어 달빛이 없어도 차도를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별빛이 밝다. 손에 익은 필름카메라로 찍어서 현상하면 꽤 잘 나올 것 같다.
 
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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