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핼버스탬(David Halberstam) 지음
정윤미, 이은진 옮김

한국전쟁을 참여한 병사들의 증언을 다수 첨부하여, 미국의 시선에서 엮은 한국전쟁 이야기이다.
한국전쟁의 실상을 외국 용병의 입장에서 본다는 점에서, 용병을 맞이한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는 것과는 조금 다를 것이다.

예를 들자면, 미군의 민간인 학살과 같은 사건이 일어난 배경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물론 미군이 민간인을 학살한 몇몇 사실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지만, 그것이 비록 엇나간 몇몇 부대의 잘못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이 오해할만한 정황이 있기는 했다는 얘기다.

예를 또 들면, 민간인이나 북한군이나 노란 피부를 가진건 똑같아서, 북한군이 흰 소복을 입고 침투하면 알 수 없다는 얘기라던가, 흰 소복을 입은 여자와 아이들이 갑자기 수류탄을 꺼내 던지고 갔다던가, 민간인들이 근처에 오는 것을 쫓지 않았더나 다음날 안개가 자욱한데 정확하게 포사격이 들어왔다던가 하는 얘기들을 책에서 참전군인의 증언으로 읽을 수 있다.


영화 '위워솔저스'를 본 적이 있는가? 그 영화의 주인공인 지휘관이 한국전쟁에 참여했다는 사실도 책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베트남전의 전투방식이 한국전쟁의 후반부 (맥아더가 물러나고 리지웨이가 온 다음부터)의 전략의 발전된 형태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언급하지 않는 개인 적인 느낌을 좀 적자면, 한국전쟁에서 리지웨이가 사용한 방법은 중공군의 전진을 저지하는데는 효과적이었으나 중공군을 몰아내지는 못하는, 다시말하면 지지않지만 이기지도 못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6.25(한국전쟁)와 베트남전쟁의 결과가 보여준다.

부산 방어선이 뚫릴 뻔한 이야기, 부산 방어선을 뚫을 절호의 기회를 북한군이 보지 못하고 지나간 이야기 등 6.25에서의 절박한 상황에서 승부를 가른 중요한 이야기도 있다. 중공군에 둘러쌓인 미군 부대가, 중공군이 뻔히 기다리고 있는 골짜기를 통과하는 이야기와 그 때 군인들의 증언은 매우 처참한 전쟁의 실상을 그대로 말해준다.


한국전쟁은, 1.4 후퇴 이후 다시 서울을 수복하고 철원 근처에서 지금의 휴전선 형태로 전선이 고착되면서, 1차 세계대전 같은 인명피해만 있고 승자는 없는 참호전의 형태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무엇이 전쟁을 낳았느냐와는 별도로, 무엇이 전쟁의 진행을 그렇게 만들었느냐에 대해서는 이책을 통해서도 몇 가지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의 비록 맥아더의 실패로 위기에 빠졌고 이를 후임 리지웨이 장군이 서울을 수복하고 현재의 휴전선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지만, 그 이후 죽어나간 양군의 군인들의 수는 어마어마하다. 

북한, 중공군의 입장이나 한국, 미군의 입장 모두, 처음에는 이기고자 전쟁을 수행했고 한 쪽은 부산까지, 다른 한 쪽은 압록강까지 진격한 바 있으나, 나중에는 서로 '지지않기 위한' 전쟁을 수행하는데 몰두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수많은 인명피해를 통해 서로 패전은 면했으며 전세계 유례없는 정전국가로 남았다.

 
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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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직접적으로 겪은 경험에만 의존하는 바보가 있고, 남의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줄 아는 현자가 있다. 마찬가지로, 전쟁의 참혹함과 잔인함에 대해서 알기 위해, 직접 전쟁을 경험할 필요는 없다.

전쟁이 시작된 것은 인간의 역사보다 이르고, 역사를 기록하지 못하는 시절부터 전쟁은 했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그 어떤 오래된 역사에도 전쟁은 반드시 기록되어 있다.

전쟁의 실상을 알기 위해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기록된 영상물을 보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참혹한 전쟁의 영상은 그 기록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예를들면, 2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잔인한 전투였던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영상기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것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왜 그런지는, 책을 보면 안다.

이 책은 2차세계대전에서 독일-소련간의 전선에서 소련이 반격을 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는 스탈린그라드전투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서해역사책방 7)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안토니 비버 (서해문집,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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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전쟁에서는 전쟁 후 승자가 패자를 다루는 데에 규칙이란 없었다. 약탈, 강간 정도로 그치면 준수해서 이후 점령지를 다스리는데 무리함이 없는 정도에 보통은 점령후 주민 일부를 노예로 팔아치우는건 당연했고, 학살이 당연시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우세한 무력을 이용해서 인간의 공포를 불러일으켜 점령지를 다스리기 위한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졌고, 다스리지 않기 위해서는 거의 식민지나 다름없는 수준으로 몇 년~몇십년간 전쟁보상금을 내야 하거나 아예 도시가 사라졌다. 

그러나 이러한 고대 전쟁의 참혹함과 잔인함은 우리에게 생생한 증언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고, 이마저도 대개는 역사가들에 의해 다듬어지고 걸러진 승자에 의해 써진 역사가 전해내려오는 것이 저 정도 수준이다. 승자가 자신의 기록을 남길 때 어떻게 왜곡했는지 우리는 알 길이 없다.    

우리가 가장 최근에 경험한 가장 참혹한 전쟁은 세계 2차대전일 것이다. 그 이후 6.25(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여러 차례의 중동전쟁과 이라크전쟁등이 있었다. 그러나 6.25를 제외하면, 강대국과 약소국의 전쟁이거나 기타 여러가지 이유, 정보화의 영향, 또는 제네바협정을 어긴 측이 여론에서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되는 관계 등등으로 인하여 일반사람들에게 전쟁의 실상이 그대로 전달되기는 어렵다. 6.25의 경우 그 실상이 우리에게 직접 전해져 내려온다. 그러나 예를 들어 노근리사건이나 기타 여러가지 양민학살의 문제의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와 미군의 관계나 우리나라 내부의 보수/진보 갈등과 복잡하게 엮이는 문제 등으로 더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진상을 자세히 조사하는 것이 어렵고 또 전쟁 당시에 남은 실제 기록을 찾기 쉽지 않은 문제도 있다.

2차 세계대전의 경우, 물론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 중에 기록이나 증언을 확보할 수 있는 비율은 적다고 하더라도, 워낙 전세계적으로 겪은 광범위한 전쟁이라서 우리에게 전쟁의 그 생생한 실상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좋은 학교이다.

그리고 2차세계대전에서 가장 치열하고 참혹했던 그리고 잔인했던 것으로 알려진 전투가 바로 스탈린그라드 전투이다.




스탈린그라드전투에 참여한 군인의 증언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있었던 일들을 시간의 경과를 따라서 자세하게 설명하였고, 스탈린그라드에서 독일군과 소련군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을 잘 묘사하였다.

마치, 죽을 것을 알고도 총 한 자루 없이 강을 건너 죽은 동료의 총을 들고 싸워야 하는 병사에게 한 인간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희망 따위는 있을 리 없는 것 처럼, 도저히 들어가면 살아나올 수 없는 스탈린그라드라는 지옥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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