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GMT가 들어설 곳은 아니지만 칠레에 있는 또 다른 유명한 천문대인 CTIO에 관측을 갔다가, 사진을 몇 장 찍어 보았다.

게으른 탓에 8개월이 지나서야 칠레가서 찍어온
사진을 블로그에 올린다.


지난 3월 칠레 CTIO 천문대 관측에서는 불안정한 날씨 상황으로 인하여 두 명의 관측자 중 한 명이 밖에 계속 들락거리면서 날씨를 체크해야 했다. 이 과정은 관측실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던 관측자에겐 매우 고역인데, 밖에 나가서 별을 보고 바람을 쐬는 것은 좋지만 밝은 모니터를 보고 있던 눈이 밖에서 어두운 하늘을 확인하고 구름이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한참 멍하니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가지고 간 카메라에 필름을 물려 사진을 찍으러 다닐 시간 정도는 확보가 되긴 했다.


은하수 아래의 망원경들 : 망원경들이 있는 돔 건물들이 모두 시커먼 반면 은하수만 밝다. 당시에 은하수가 얼마나 밝았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Pentax MX, Vivitar 24mm F2.8, F4 5분, E200 +3)

내가 쓴 망원경이 있는 돔과 은하수 중심부근(Pentax MX, SMC 50mm F1.4, F2 60초, E200 +3)

CTIO 4m 망원경 건물 (제일 큰 건물)과 대마젤란 은하(제일 밝은 부분)의 일주 (Pentax MX, Vivitar 24mm F2.8, F4 1.5시간, E200 +3)

 


밝은 모니터를 보면서 관측하다가 어두운 밖으로 나와서 카메라를 찾아서 노출을 끄고, 또 새로운 구도를 잡아서 노출을 주고 하다보니 수평이 맞지 않은 사진이 많이 있다. 특히 24mm 광각은 어두워서 지평선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현상을 하고 보니 기울어진게 많아서, 두 번째 사진의 경우 포토샵으로 기울기를 도로 보정했다.

사실 천문대 부지가 그렇게 넓은게 아니라서, 가지고 간 렌즈로는 구도를 잡기가 다소 애매하긴 했다. 50mm로 찍을만한 곳이었으면 더 좋은 사진들이 나왔을텐데, 24mm로도 억지로 찍어야 할 정도로 화각이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필름의 감도로는 저 별들을 다 담기가 미처 어려웠다는 것이다. 좋은 DSLR이 있었으면 더 좋은 사진을 가져왔을텐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 관측날에는, 다음 관측자들이 올라와서 창고에 있는 망원경을 하나 꺼애서 이것저것 보고 있었다. 남반구 하늘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눈동냥으로 몇몇 천체들을 보여줄 것을 부탁했고, 그들은 흔쾌히 나에게 오메가 센타우리 성단과 에타 카리나 성운을 보여주었다. 나는 한국에서 북반구의 M13같은 구상성단을 많이 보았지만, 오메가센타우리가 시야 가득히 별을 메우는 것을 잊을 수가 없다.

습도의 변화가 너무 심해 관측자들이 관측 내내 긴장을 풀 수 없었던 날씨에서도, 맨눈으로 본 하늘의 은하수는 지금껏 봤던 어떤 은하수보다 밝았다.

한국의 은하수는 아무리 어두운 곳에서 봐도 '저기 왜 구름이 안 움직이지' 정도로 생각이 든다면, 칠레의 은하수는 정말 밝고 은하수 이외에 보이지가 않는다. 

사진으로도, 감도가 좋은 필름에 이걸 8배 밝게 현상했음에도, 1분동안이나 찍은 마지막 사진의 은하수보다도 당시 칠레에서 맨눈으로 본 은하수가 더 밝았다. 한국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현상이다. 


우리에게 와인으로 더 유명한 칠레는 사실 전세계 망원경이 모이는 두 곳 중 한 곳이다. 칠레는 남반구에서 맑은 날씨가 많고 대기가 안정적인 곳으로, 전 세계의 천문기관들이 칠레에 망원경을 세운다. 그리고 전 세계의 천문학자들이 이 곳에 관측을 하러 온다.

한국이 참여하기로 한 초대형 망원경인 구경 25.4m의 GMT (현재 한국의 최대 구경 망원경은 보현산천문대의 1.8m 망원경) 역시 칠레에 자리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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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29일 - 11월 10일, 칠레 CTIO 천문대에 관측을 목적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칠레에는 남반구에서 천체관측 조건이 가장 좋은 곳을 소유하고 있어서, 세계 여러 나라의 대형 망원경들 (구경 8m급의 VLT, Gemini 등)이 위치하고 있다 (북반구의 경우, 하와이).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구경 25m급의 GMT 프로젝트도, 칠레에 지어질 계획이다. 내가 다녀온 곳은 CTIO라고 하는 곳으로, VLT, Gemini등의 망원경이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봉우리에 있다.

  칠레는 남반구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별자리와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별자리인 오리온자리의 경우 칠레에서 보면 위-아래가 뒤집혀서 보인다.

참고글 : 2010/11/02 - [별을 보는 이야기/잡담] - 남반구에서는 별자리가 뒤집힌다


  칠레까지 가는데 인천->L.A -> (리마 경유) -> 산티아고 -> 라 세레나  총 4번의 X-ray 검색대를 통과하면서 "이거 필름이니 제외해달라" 설명하는 것도 귀찮았지만, 나름 가는 동안에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막상 가서 찍어보니, 하늘이 지나치게 어두워서 뷰파인더로는 구도를 잡을 수도 없고, 당연히 수평 맞추기도 쉽지 않고, 연구용 데이터를 얻는 천문대에서 손전등 하나 켜는 것도 눈치가 보이고 (손전등 작은 것만 켜도 되게 밝다),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었다.

  칠레 천문대의 하늘이 얼마나 어두웠냐면, 달도 없는 하늘에서 오로지 별빛만으로 도로의 차선이 구분되어 걸을 수 있는 정도였다. 사진을 찍을 때에도, 암적응이 되면 돔 사이사이로 난 하얀색 선을 따라서 손전등 없이 이동했다. 그렇지만 역시 처음 찍는 곳에서 노출잡기가 쉽지는 않았다. 예전에 우즈베키스탄에 가서 대부분의 사진이 노출부족이 나온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예 극단적으로 조리개를 여는 노출을 주었다.

참고글 : 2010/10/05 - [여행] - 우즈베키스탄 마이다낙 천문대


  하필 출발 직전 내 카메라가 고장나는 바람에, 내 카메라와 기종이 같은 학교 카메라 중에서 골라서 카메라를 들고 갔다. 그러나 현상후에 확인해보니 카메라 상태가 역시 좋지 않아서, 4컷 중 두 컷이 겹치고 한 컷이 빛이 새서 망가졌다. 운이 좋게도 네 컷 모두 노출이 맞았는데, 찍을 때 필름을 넘기는 와인더가 감이 좋지 않더라니 무려 세 컷을 카메라가 날려먹었다.

4m 망원경 돔과 남천일주 :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컷.

카메라 : 펜탁스 MX, 렌즈 : Vivitar 24mm F2.8, 필름 : E100VS (+2 증감), 노출시간 : 2시간 (새벽 박명빛 포함), 조리개 : 4


  우리나라에서 북천일주를 찍으면, 북극성이 가장 작은 원을 뚜렷하게 그리는 북천일주사진이 찍힌다. 그러나 남반구에는, 천구의 남극 근처에 북극성(2등성)같은 뚜렷한 별이 없다.

참고 : 2010/05/30 - [사진/천체사진] - 영양 반딧불이 천문대 - 영양 반딧불이 천문대 뒷산에서 찍은 북천일주
         2010/05/25 - [사진/천체사진] - 보현산 천문대 - 보현산천문대에서 찍은 북천일주

  수평도 살짝 기울어진데다, 렌즈의 왜곡으로 천문대의 돔이 기울어져 있다 (싸구려 광각렌즈는 다루기 쉬운 물건이 아니다 ㅠㅠ). 여러모로 아쉽지만, 그래도 처음 찍은 장소에서 저 정도를 건져온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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