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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05 2004 서울 세계 불꽃축제

2003년 한 번 불꽃축제를 찍고 공모전도 낸 이후, 2004년은 조금 다르게 찍어보기로 했다.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


우선 공모전에서 당선되려면 뭔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게 필요했다. 노출, 구도, 색감 등등에서 노출의 경우 불꽃이 터지는 것을 잡아서 찍는 것은 운이 많이 들어가는 요소이므로 내가 바꾸기 쉬운 것이 아니고, 색감은 내가 쓰는 카메라가 필름카메라니까 몇 초 씩이나 주는 노출에서 디카의 색감을 따라갈 방법이 없다. 그래서 굳이 차별화를 하자면 구도만 가능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이촌 한강지구에서 불꽃을 찍어봐야 차별화가 될 리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 우연히 웹에서 다른 사람의 사진을 보았다. 굳이 설명하자면, 이촌한강지구는 아래 왼 쪽 그림과 같고, 내가 본 사진은 오른쪽그림과 같이 찍은 사진이다. 그림에서 빨간 선은 불꽃이 올라오는 바지선이고, 검은 화살표가 촬영 방향이다. (그림이 좀 조잡하다... -_-;;;)


지도 : 알맵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다. 나는 이 사람의 사진과 같은 위치를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해서 급기야 불꽃축제 전에 지방에 내려갔다가 불꽃축제 당일에 서울에 도착하는 일정이 잡혀버렸다.

그렇다면 미리 사용할 충분한 다양한 종류의 필름, 삼각대 등을 준비해놓고 서울에 오자마자 나갈 수 있게끔 준비해 놓아야 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그래도 카메라와 삼각대는 바로 들고 나갈 수 있게 집에서 들고 나와 연구실에 미리 준비해 두었다. 어떻게든 사진을 찍겠다는 각오였다.

문제는 장소였다. 사전 답사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뒤늦게 3~4시에 서울에 도착해봐야 이촌에는 자리도 없을 터였다. 작년이 첫 공모전이었으니, 분명히 작년보다 많은 사진가들이 공모전을 노리고 일찍부터 자리를 잡아놓고 있을 터였다.  

겨우 오후 5시쯤에나 어린이대공원역에서 지하철을 탈 수 있었던 나는 일찌감치 이촌을 포기했다. 8시에 첫 불꽃이 터질 예정이고, 이촌 근처까지 약 1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하면, 자리를 결정하고 촬영준비에 30분정도 잡고, 남는 1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1시간이라면, 사실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5시 40분쯤 충무로에 도착해서 필름가게을 기웃거려 필름을 샀다. 이촌역에는 약 6시 40분쯤 도착했고, 7시쯤 용산역에서 택시를 타고 마포역으로 이동했다.

시간이 매우 부족했다. 마포역에서 7시 10분쯤 내려서 언덕이 있는 골목길을 기웃거려 한강이 보이는 좁은 길을 찾긴 했지만, 그 곳 마저도 이미 자리잡은 사람들로 지나가기도 벅찬 지경이었다. 심지어 시야에 전깃줄이 들어와서 좋은 사진을 건지지 못할 장소였는데도.

결국 길가를 포기하고, 건물 위를 찾아 보기로 했다. 주말이고 저녁이므로 열려있는 건물이 없을 수도 있었지만, 상주하는 경비원이 있는 건물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사정해서 올라갈 수 있을 터였다. 그래서 예전부터 생각해둔 '번개표'가 붙어 있는 건물을 돌아봤는데, 문은 모두 잠겨 있었다 (이 건물 지금도 번개표라고 붙어있다).

이 이후의 과정은 자세히 말할 수 없다. 사진을 찍은 장소가 알려지면 민폐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간에 쫓기느라 길을 따라서 가지 않고 담을 몇 차례 넘어가면서 겨우 자리를 잡았다는 정도만 말할 수 있겠다. 2005~2007년 불꽃축제 촬영에서의 기억으로 보면, 나 말고도 이 장소를 알고 있는 내가 모르는 사람이 최소한 한둘은 더 있긴 하다. 나 말고도 이 자리에서 찍은 사람이 있다. 하지만 주민들을 위해서, 이 장소를 언급하기는 애매하니 이해 바란다.

그렇게 해서 2004년 서울 세계 불꽃축제를 급하게 급하게 헐레벌떡 자리잡아 찍은 사진들이다.
토요일은 중국-호주 순, 일요일은 이탈리아(일본이던가?)-한국 순으로 터졌다. 일요일은 찍으러 나가지 못했다. 

중국편 

첫 사진 : 도로 위에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진입로 중간쯤에 서 있는 사람은 교통경찰인데, 처음에는 차 빼라고 시키더니 곧 포기했다.



노출 과다. 조리개를 개방했을 때에는 욕심부리지 말고 불꽃 몇 개만 넣고 닫던지, 혹은 불꽃이 번쩍하고 터지는 순간에 앞을 가리고 궤적만 담던지 해야 하는데 둘 다 쉬운 일은 아니다.


역시 노출과다. 다리 위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중국편은 뭔가 건진게 없다. 일단 이 자리에서 광각(24mm)으로 세로로 찍는다는건 욕심이라는걸 현상 후에 알았다. 잘 보이지 않는 전깃줄도 사진 위쪽으로 하나 지나가고, 큰 불꽃을 찍어도 너무 광각이라 그다지 모양새가 나는 것도 아니었다. 


운 좋게 호주편은 표준렌즈(50mm)로 찍은 것들이 많았고, 또 운 좋게 노출도 잘 맞아줘서 건진게 좀 있었다.

호주편 


예쁘지 아니한가?



아래쪽 조금 지저분한 불꽃들이 옥의 티이긴 하지만,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



머넞 터진 불꽃들의 잔해가 조금 남아서, 조금 지저분해 보이는 것이 흠이다.



잠시 불꽃이 쉬고 있을 때 크로스필터를 이용해 찍어 보았는데, 노출과다로 오히려 조금 지저분해 졌다. 차라리 맨 위쪽의 잘려진 불꽃 터지기 전에 가렸으면 노출도 적당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좀 있다.


예쁘지 아니한가 (2)




원형 모양으로 가운데에서 바깥으로 커지는 불꽃. 사진으로 찍으면 궤적이 이렇게 나온다.




2004 한화 서울 세계 불꽃축제 사진 공모전 동상 수상작.
공모전 수상작이므로, 이 사진의 저작권 및 지적재산권은 (주)한화에게 있다.... 이렇게 올려도 되려나 잘 모르겠다. 그러므로 부디 이 사진은 퍼가지 말길 바란다.
전체적으로 보면, 공모전 수상은 자리빨인 것을 알 수 있다. 만일 내가 디지털카메라로 찍었다면, 노출과다도 훨씬 적었을 것이고, 더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진 모두에서 나오는 푸르딩딩한 빛깔은 긴 노출에서 나오는 필름 특유의 색으로, 포토샵으로 보정해도 한계가 있고 디카의 색감을 따라가지 못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요인이다.

그렇지만, 내가 손에 익지 않은 디카를 써서 촬영했다면, 이런 사진들을 얻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2003년 불꽃축제에 비해서 장족의 발전을 보인 사진들임에는 틀림없다.



모든 사진은 필름스캔 후 무보정
장비 : 펜탁스 MX + 펜탁스 50mm f1.4 (가로사진), Vivitar 24mm (세로사진)
필름 : E100VS, E100G, Provia 등 
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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