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 다녀온 하루였다. 다행히 지금은 천당에 있다.


내 맥북에는 맥 OS X 매버릭스, 윈도우 7, 우분투 14.04 이렇게 세 개의 운영체제가 끼어 살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맥북의 부팅이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하였고, 상황을 본 나는 곧 내 앞에 새로이 적어도 두 개의 운영체제를 처음부터 다시 설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음을 직감했다. 앞이 깜깜했다...


다행히 지금은 완전히 원상복구되어 멀쩡하게 돌아간다. 약간의 후유증도 없다. 



사건의 발단 : 어느 외장하드의 파티션을 주무르려다 내 하드의 파티션이 날아갈뻔한 사고.

연구실에 새 공유기를 오늘 들였는데, 공유기에 외장하드를 USB로 연결하면 선을 거치지 않고 쉽게 백업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여 백업용 하드 하나를 꽂았다. 안그래도 백업용 하드가 세 개나 되고 각각 용량도 넘쳐나는지라 하나정도 공유기에 달아도 듀얼백업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 하드는 2TB로, 각각 1TB의 용량을 가지는 파티션으로 구분되어져 있다. 이걸 합쳐서 2T 파티션을 만들고 거기에 연구실 구성원이 쓸 폴더를 만드려는 작은 계획이었다. 이 과정은 하나의 하드에 있는 두 파티션의 자료를 하나로 몰아널고 남은 하나를 지워버린 다음에 살아있는 하나의 용량을 최대로 늘리는 작업이다. 아무래도 옮기기 편하게 적은 용량을 차지한 쪽에서 용량을 많이 쓴 파티션으로 옮기는게 수월했다. 이 하드는 NTFS로 포맷되어 있어서 윈도우에서 작업을 해야 했다. 


그러고나서 윈도의 디스크관리 메뉴로 하나의 파티션을 지웠다. 이제 남은 하나의 파티션을 2TB로 늘려주면 되는데, 디스크관리가 이 작업을 못하고 있다... 이유를 몰라 급한 마음에 오래전부터 쓰지 않는 파티션매직 8.0을 꺼내들었다. 설치 과정에서 윈도7에 알려진 문제가 있다는 경고가 떴지만, 어차피 외장하드 하나 주무를거, 뭐 좀 날라가도 큰 손실은 없으므로 마음 편하게 설치 후 실행을 하였다. 실행과정에서도 역시 뭔가 귀찮은 메세지를 던졌는데, 아무 생각없이 '그냥 하라고 이 멍청아!!!'를 속으로 외치며 클릭, 클릭... 어!!!? 잠깐 내가 뭘 누른 것이지? 


방금 지나간 메세지에는 분명 이런게 있었다. "파티션매직 : 3번째 파티션에 어쩌고저쩌고... 이걸 고칠 수 있는데 고치겠니?" "OK" 


그리고는 이 놈이 한참을 멈춰 있다. 심지어 작업관리자도 뜨지 않을 정도로... 이런 렉은 이 맥북에서 처음있는 일이다. 느낌이 좋지 않다. 두 개의 파티션 중 이미 하나를 지운 외장하드에는 세 번째 파티션이 없다. 세 번째 파티션... 세 번째 파티션... 아아아...


한참을 기다리다 전원번튼을 꾸욱 눌렀다. 그리고 다시 눌렀다. 흰 화면이 떴다. 그리고 반응이 없다. 반응이 없다. 반응이 없다... 



한참을 기다리니 OS X는 어디가고 없고 우분투의 GRUB가 뜬다. 우분투따위 거의 쓰지도 않는거 윈도우는 살아있나 눌러봤더니 윈도우는 부팅이 된다. 뭐야 이거 ㅋㅋㅋ 맥북에 맥 OS X는 날라갔고 윈도우만 남았는데 그나마 쓰지도 않은 우분투 GRUB를 통해 부팅해야 하는 이상한 노트북이 되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기술지원 따위를 찾을 줄이야...

다 다시 설치하려면 날려야 할 시간이 얼마야? 그럴순 없지. 데스크탑에서 구글을 켰다. 맥북이 부팅이 안 될 때... 전원을 누르고 command+r을 누르고 있으면 리커버리 모드로 들어간다고 한다. 오오오... 들어간다. 리커버리모드에서 한 2-3분 지구가 돌더니 디스크 유틸리티 앱이 떠 있다. 이 놈으로 무슨 디스크 권한 복구를 눌러주라는데, 디스크 권한 검사를 해 보니 뭔가 오류가 주르르 나열된다. 오오오... '그럼 이걸 니가 친절하게 다 복구시켜 줄거냐?'하고 복구를 눌러주고 재부팅을 했는데, 그대로다 -_- 


애플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이러쿵저러쿵... 리눅스까지 깔아서 쓰고 있었는데요... 리눅스를 어떻게 까셨어요??? 


자초지종을 들은 기술지원 담당자 왈... "아마도 파티션이 망가졌을 것 같은데, OS X 재설치를 해 보시고, 그런데 아마 안 될거에요. 완전히 클린설치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뭐라고...ㅠ_ㅠ?


잠깐, 그런데 리눅스 설치하면서 내가 MBR을 조금 수정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그걸로 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일단 fdisk를 쓸 수 있는 우분투 설치CD를 넣고 fdisk를 시도해 보았으나 설치CD로는 fdisk 제대로 쓸 수 없었다. 아예 디스크가 제자리에 마운트 되어있는게 아닌 임시 운영체제라서 어디에 디스크를 마운트 했는지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구글링을 해보니 맥 리커버리에서 터미널을 쓸 수 있다고!!! 리커버리로 들어가 터미널을 열어 diskutil list를 치니 온갖 해괴한 디스크 구조가 나왔는데 (10개가 넘는 512KB짜리 디크스들이 열거됐다...) 하여간 내 맥북의 하드는 이상하게 disk0이 아닌 disk1에 잘? 나왔다. 뭐 리커버리모드라 뭔가 이상한게 있을수도 있지 하는 희망섞인 생각으로 fdisk를 들어가 print를 치니,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MBR이 원래의 상태와 다르게 나와 있다. 이걸 수정해 보자!!!


마침 우분투를 설치할 때 이 블로그에 올려두었던 MBR 결과를 가지고 그대로 efi 파티션을 복구해 보려 했는데 숫자를 입력해 놓고도 뭔가 이상했다. 왜 LBA 1-39파티션은 어디가고 없고 40부터 있는건가... 앞의 파티션은 어떻게 복구해줘야 하나... 하여간 OS X 본 시스템이 있을 슬롯에 OS X 리커버리가 들어와 있고 그 앞의 것은 또 엉망으로 꼬여 있어 이걸 원래대로인 것으로 생각되는 숫자로 수정해 주고... write를 쓰기 전에 잠깐 고민했다. 하지만 뭐 이대로 날라가나 수정해서 더 날라가나 OS X 재설치부터 시작하는 귀찮은 작업이 기다리는건 마찬가지... 용감하게 저장하고 나와서 재부팅 하니...오오오!!! OS X로 부팅이 된다! 배터리가 14%밖에 안 남아서 나는 냅다 전원을 껐다.


가끔씩 인생이 게임이라면 세이브를 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이런 경우도 그런 작은 고비에 해당할까 ㅋㅋㅋ



















Posted by 당근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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